태안 앞바다 2차 피해발생 임박
태안 앞바다 2차 피해발생 임박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4-08 16:35
  • 승인 2008.04.08 16:35
  • 호수 51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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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또 속앓이
태안 천리포 해안 방제 작업중인 자원봉사자들

태안군 기름유출사고에 따른 대규모 2차 피해가 예상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충남 태안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다가올 대규모 2차 피해에 대해 그들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그 증거로 과거의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를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태안에 잠재돼 있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청정해역인 전남 여수 앞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몰고 갔던 씨프린스호 상흔이 아직도 여물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5만 여명에 달하는 여수지역 주민들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수 어민은 “당시 충격이 아직 뇌리에 남아있다. 생태계도 정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고는 1995년 7월 23일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 유조선 씨프린스호(14만5000t급)가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덕포해안에 좌초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기름 5035톤이 바다에 쏟아졌고, 3826ha 양식장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여수를 비롯, 경남 남해·거제·부산·울산·포항에 이르는 204㎞ 해상과 73.2㎞ 해안이 ‘죽음의 바다’로 돌변했다.


대기업이 자초한 ‘죽음의 바다’

사고 후 2년여에 걸쳐 방제작업이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여수 갯벌에선 기름띠가 발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수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몇 달 전 사고 현장과 가까운 남면 금오도와 소리도 2곳에 대해 잔존 유분을 확인한 결과 갯벌에는 기름띠가 형성돼 있고 돌에는 기름찌꺼기가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방제작업에 따른 피해도 적잖다. 방제작업 때 살포된 유처리제가 2차 바다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량의 유처리제가 뿌려졌던 여수시 남면 소리도 앞바다는 수년 째 수초가 자라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사고 해역에 나타나고 있는 백화현상이 100% 유처리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유처리제를 대량 살포할 경우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해상의 수질은 거의 정상수준에 이르렀으나 만조 때 해안선과 간조 때 해안선의 오염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향후 20~30년 동안은 계속 모니터링 해 생태계의 회복정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탓인지 어획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전복·소라 등의 폐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소리도 어촌계장 임모씨는 “사고 이후 6~7년이 지나면서 점차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다는 한번 오염되면 다음 세대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도 마찬가지다. 기름이 더 넓게 퍼진 걸 빼면 두 사건의 근본 속성이나 열악한 주변상황은 똑같다. 씨프린스호 기름유출로 여수근해가 오염된 지 12년 만에 똑같은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태안 오염 아직도 진행 중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저마다 지금의 여수 후유증이 태안에도 곧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태안사고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당시 해수온도가 낮아 유출된 기름 상당량이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이제 날이 서서히 풀리면 가라앉았던 원유가 다시 떠오를 것”이라며 “2차 재앙이 심각히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씨프린스호 사고 때도 유출된 기름이 북극해 인근까지 올라갔다. 사고 인근 해역 바닷가를 파보면 아직도 잔류물이 있다. 태안은 더 심각한 상태인데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피해가 발생할 지 추측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의 환경단체에 따르면 태안 원유 유출량은 최종적으로 1만2547㎘로 판정났다. 이는 씨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선박 유류사고의 유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기도 하다. 또 2007년 단일 원유유출사고 가운데선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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