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차사장 대표이사서 물러난 배경
정의선 기아차사장 대표이사서 물러난 배경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4-08 11:22
  • 승인 2008.04.08 11:22
  • 호수 51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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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책성인가? 숨고르기인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지난해 10월 선임된 김익환 부회장이 그 자리에 올랐다. 부회장 중심의 책임경영강화차원이란 게 기아자동차 쪽 입장이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이자 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정 사장이 대표직을 내놓은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여의도 증권가는 정 사장에 대한 이번 인사를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는 정 사장 보호차원에서 이뤄진 일로 후계구도의 ‘숨고르기’ 차원이란 견해다. 그렇다면 정몽구 회장의 진짜 속내는 뭘까. 그 사심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21일 기아차는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김익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반면 정의선 사장은 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신분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대표’자를 뗐다. 물론 이사직을 유지하는 만큼 정 사장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외 계약 문제나 법적 측면에서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와 ‘이사들 중 한명’인 것은 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는 정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경영강화를 위한 차원일 뿐”이란 입장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 김동진 부회장, 윤여철 사장 중심으로 시스템 경영을 가동 중이어서 이를 기아차에 적용한 것일 뿐”이라며 “지난해부터 김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된 만큼 이번 대표이사 선임도 자연스런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예상 밖 퇴진에 의견 분분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의아한 점은 정 사장이 등기이사는 유지하면서 굳이 ‘대표’자를 왜 뗐느냐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으로는 주식회사의 경우 복수 공동대표가 인정되기 때문에 3인 대표체제든 4인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인사는 “정 사장이 등기 이사직을 유지하는 만큼 의결권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법적 측면 등 대외문제에서는 책임을 면할 수가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년간 기아차 경영악화로 인한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꼼수란 얘기다.

이번 인사와 관련, 정 사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계속된 기아차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아차는 정 사장이 사령탑을 맡고부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다. 2년 연속 영업적자에 실적은 바닥을 쳤다.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은 15조9485억원으로 전년(17조4399억원)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 지난 2003년 6.3%였던 영업이익률도 2006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실적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주주들은 ‘돈’을 버는 반면 기아차 주주들은 ‘쪽박’만 차기 일쑤였다.

이에 기아차는 올 들어 ▲임원 연봉 20% 자진 반납 ▲유휴자산 매각 ▲인력 전화배치 등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 조항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재계는 이번 인사를 ‘정의선 사장 부담 벗기’로 보고 있다. 대표로 있게 되면 이러한 것에도 직접 책임을 져야함에 따라 잠시 물러나 있게 했다는 해석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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