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업체에 수탁 생산 부지기수
무허가 업체에 수탁 생산 부지기수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4-08 11:18
  • 승인 2008.04.08 11:18
  • 호수 51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외제약·LG생명…‘위험한 장사’

국내 유명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 자격이 없는 곳에 생산을 맡기다 당국에 적발됐다. 약효시험을 조작한 악의적인 제약사도 행정처분을 받았다. 적발업체 현황은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www.kfda.go.kr)의 ‘의약품 행정처분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예 간질약을 비만치료제라고 속여서 파는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제약사들도 고발됐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배째라’식의 위험한 줄다리기를 벌인 업체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물론 관계당국의 조사와 검열도 중요하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약’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제조사들의 모럴헤저드가 가관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런 약을 복용한 환자에 대한 피해나 복용사례 등이 파악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의약품업체 618개사와 치약·생리대 등 의약외품업체 131개사, 화장품 업체 134개사 등 총 883곳에 대해 약사법과 화장품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행정처분했다고 28일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유명 간질환개선제 우루사를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 수탁 생산하다가 적발돼 지난해 말 ‘제조업무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과징금(4320만원)으로 대신해 업무정지를 벗어났다. 또 중외제약도 식약청이 제조방법을 적시한 제조관리기준서를 준수하지 않아 해당제품(에취투주) 1개월 제조정지를 영풍제약은 40여개 의약품을 의약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병원에 직접 공급해 판매정지 1개월, LG생명과학은 제품관리기준서 미준수로 3개월 제조정지 당했다.


의약품 취하 품목 무려 443개

특히 제약업체 3곳(뉴젠팜·원광제약·한국프라임제약)은 약효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제품허가가 취소됐다. 또 68곳은 약효시험 결과나 약효재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판매 또는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쉐링㈜은 수입의약품 ‘다이안느35정’을 판매할 목적으로 잡지, 방송매체 및 극장에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 또 잡지 및 인터넷사이트(www.diane35.co.kr)에 효능이나 성능 등에 관련해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사항외의 광고를 했고 인터넷사이트에 의약품을 오용하게 하거나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해 당해품목 광고업무정지 8개월을 받았다.

주요 위반 내역은 품질검사 미실시 등 품질점검 부적합(376건),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미준수(47건) 및 광고·표시기재 위반(33건) 등으로 분석됐다.

각종 위생용품에 해당하는 의약외품업체들은 규정된 품질시험을 실시하지 않거나 의약외품에 허용되지 않은 광고 문구를 사용해 적발된 경우가 주를 이뤘다.

위반 항목별로는 품질검사 미실시 등 품질점검 부적합이 5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생산실적 미보고(28건) 및 광고·표시기재 위반(13건) 순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및 업계의 의약품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 주간의 의약품 허가·신고 현황을 매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4월4일 첫 번째로 “한 주간의 의약품 허가·신고 등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는 3월24일부터 28일까지 식약청 및 지방청에서 처리한 의약품 허가·신고 등 현황을 조사·분석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간의 주요 분석결과 허가 신고된 의약품은 총 104품목이었고 취하품목수는 443개로 이전 주의 151개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동아제약이 75개로 가장 많은 품목을 취하했고 드림파마 40개, 동화약품공업 41개, 대한뉴팜 31개, 광동제약 30개, 명문제약 28개 등의 순으로 품목을 많이 취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하 품목수는 2007년 10월15일 이전 약 2개월간의 주당 평균 47개였으나 그 이후 2008년 3월28일까지의 취하 품목수는 주당 평균 136개로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들의 S라인 열풍 등에 편승해 허가사항에도 없는 비만치료제,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판매하는 의약품에 대해 식약청이 특별 관리에 나선다.

무엇보다 허가범위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채 허위로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허가범위 의도적 위반행위 등 적발

당뇨병성 다발성 신경염 치료제. 간질 치료제 등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을 비만치료제로 둔갑시켜 팔아온 몰염치한 제약사들이 고발됐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휴온스 등 3개사는 비만 치료제로 허가 받지 않은 의약품을 비만치료제라고 속여 허위 광고를 하고 영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3개사를 무허가 의약품 판매행위 및 허위 과장광고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고발하고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몸짱 등의 경쟁의식으로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비만을 질병으로까지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제약사 모럴헤저드 위험수위

3개 제약사들은 제품 홍보책자에 토피라메이트성분의 간질발작치료제를 ‘식욕억제제’로. 치옥트산 성분의 당뇨병치료제와 에페드린 함유 복합성분 감기약을 ‘열생성촉진 및 지방분해제’라고 각각 허위로 적어 영업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라고 판매해온 약품은 광동제약의 ‘아디옥트정, 토피리드정, 에카린에프정’. 휴온스의 ‘세티정, 아페린정, 에모젠정, 티오시드정, 시메티딘정’. 닥터스메디라인의 ‘토피라맥스정, 셀렉틴캡슐, 메네스정, 뉴오시드정, 에카씬정’ 등이다.

이번에 고발된 약품들의 경우 식욕감퇴 등 부작용을 갖고 있어 비만클리닉에서 식욕 억제 목적으로 처방되지만 이는 의사의 책임 하에만 사용 가능하며 제약회사가 이들 약물을 아예 비만치료제로 광고, 홍보,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약사회는 설명했다. 의약품 허가범위를 의도적으로 벗어나 판매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약물은 비만치료 목적으로 더 많이 쓰여 오남용 및 그에 따른 부작용 유발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런 약을 복용한 환자에 대한 피해나 복용사례 등이 파악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홍보실 진윤희 팀장은 “부도덕한 제약회사들의 무허가 의약품 판매및 허위 과장 광고 행위가 실효성 없는 행정처분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반드시 사법처리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진 팀장은 또 “이들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의료기관에 배포한 홍보 판촉물에 문제의 의약품들을 비만치료제인 것으로 기재했다”면서 “회원들 중에 비만치료에 대한 의사처방전에 이런 약들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양심상 참을 수 없었다는 한 약사가 제보해 진상파악에 나선결과”라고 덧붙였다.


의사에 맞선 제보자의 용기

한 제보자는 이 약을 구비하라는 의사의 강요에 구비할 수 없다고 마찰을 일으켜 제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간질치료제인 토피라메이트 성분은 피로, 구역, 복통 외에도 어지러움, 운동-언어 장애, 착란, 기억력장애, 우울증, 집중력 장애 등 다양한 신경-정신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다. 또 당뇨병성신경염 치료제인 치옥트산은 근육경련, 혈소판질환, 시각 이상을, 감기약 성분 에페드린은 고혈압, 부정맥, 신경과민,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약사회는 “현재 비만 클리닉에서는 쉬쉬하면서 이런 약 조제를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상급 제약사들이 최근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이러한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효능·효과, 즉 적응증을 한 줄 추가하려면 이에 걸맞은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한편 휴온스사 관계자는 “우리는 단지광고를 실수한 것뿐이지 약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관계당국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한 것도 아니고 대약에서 문제제기에 한 것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의협 “약 영수증에 조제료 공개해라”

약제비영수증 항목을 보다 구체화해 환자가 구입한 실제 의약품 비용이 얼마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약제비에는 약품비 이외에도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등으로 구성되는 ‘조제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수증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약제비 영수증에는 본인부담금, 보험자부담금, 비급여부분만 기재돼있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하는 공문을 제출하고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진료비의 경우 진찰료, 입원료, 식대, 투약 및 조제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 재활 및 물리치료료, 정신요법료, CT진단료 등 진료비 영수증에 내역이 매우 세밀하게 구분돼 표시돼 있다”며 “약제비도 상세히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처방전에 의해 약을 조제할 경우 드는 비용인 약제비는 조제료와 약품비로 구성된다. 약품비는 말 그대로 약품의 가격이며, 조제료는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로 나뉜다.

이같은 의사협회 주장의 배경에는 건강보험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의료계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건보재정위기의 원인에는 진료수가 이외에도 약국의 조제료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약국에 지급된 조제료는 2조3000억원으로, 2000년 7월부터 2007년까지 전체 약국에 지급된 총 조제료는 13조46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약제비 영수증에 조제료를 명시, 의료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약제비에 약품비이외의 조제료가 얼마나 포함되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사협회 측은 “외래본인부담정률제가 시행된 이후 본인부담금이 증가하며 환자들이 처방한 의료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진료비는 상세하게 표기돼있는데 반해 약제비는 세부항목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시민단체 등에도 공문을 보내고 개선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