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이문역 인근 노후 주택 앞마당 붕괴 사고…지하철 진동 원인?
[현장] 신이문역 인근 노후 주택 앞마당 붕괴 사고…지하철 진동 원인?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0-26 18:51
  • 승인 2018.10.26 19:10
  • 호수 1278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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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운행 시 진동에 ‘무방비 상태’ 공단 측 대처 없나
사고 현장 창문에서 내려다 본 가파른 경사
사고 현장 창문에서 내려다 본 가파른 경사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철로 주변 노후주택에 관한 안전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4월 서울 지하철 1호선·경원선 신이문역 인근 노후주택에서 마당 축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 운행 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이에 관한 추후 대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23일 노후 주택 마당 축대 붕괴 사고…이후 유사 사고 잇따라
철도시설공단 사고 발생 ‘나 몰라라?’ 미흡한 대처 도마에 올라


지난 23일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혜훈(서울 서초구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서울지하철 1호선·경원선 신이문역 선로 위 고지대 주택 앞마당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아보니 해당 장소는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자는 거주민들에게 ‘지난 4월경 이곳에서 지반 무너짐 사고가 발생한 곳을 아느냐’고 물어 그 곳을 아는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었다.

지하철역 주변에서 만난 한 남성에게 이 사고에 대해 물으니 “안다. 그 집 바로 옆이 우리 집”이라며 “그 사고 때문에 우리 집 담벼락도 허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안내에 따라 육교를 건너고, 상권을 지나 골목으로 진입한 뒤 인적이 드문 언덕배기에 올라서야 이곳이 보였다.

이 집을 찾아가는 중간 도처마다 지하철 소음은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또 ‘이문동 토끼굴’이라 명명된 작은 터널을 지나갈 당시에는 그 위를 지나는 지하철 진동이 기자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고 현장은 지하철역과 밀접한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철 운행으로 인한 소음이 크게 들려오거나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지하철 철도 구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등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거주 공간 ‘한 뼘 차’
하지만 대처 ‘글쎄’

 

이곳을 방문한 기자는 실제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A(여)씨를 만날 수 있었다. 집이 골목에 위치해 있어 앞마당을 발견할 수 없었던 기자는 A씨에게 “사고 발생 현장이 이 골목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라며 대문을 열었다.

직접 본 사고 현장은 기자의 상상과 달랐다. 대개 ‘앞마당’이라 칭할 경우 마당과 주택 건물이 분리돼 있는 모습을 생각하는데, 사고가 발생한 앞마당은 일종의 ‘도로’에 가까웠다. 이 집의 앞마당은 높이 쌓아 올린 축대 형태였고, 바로 옆에 사람이 거주하는 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 사람이 있는 곳과 사고 현장이 ‘한 뼘’ 차이였던 것.

게다가 이 거주 공간은 몇 개의 거주 공간과 작업실 등 몇 개의 방이 줄지어 있는 구조인데, 이 중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사고가 발생한 앞마당뿐이다. 

A씨는 당시 사건 경위에 대해 “(당시) 한 이틀 정도 많은 비가 왔다. 오후 8시께 저녁식사 후 TV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천둥처럼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소리가 요란해 ‘지하철이 가다 고장 났나’ ‘천둥이 치나’ 이런 생각을 하다 문을 열어보니 우리 집 마당 축대가 다 꺼지고 매몰됐다”고 밝혔다.

그 후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자 그는 “112에 신고했다”면서 “(신고 접수 뒤) 경찰이 와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빨리 대피하라고 해 이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이 집에는 A씨 가족 외에도 세입자가 거주해 있었는데 사고로 인해 통로가 막히자 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목욕탕 문을 뜯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있던 집 안까지 피해가 미치지는 않았다.

이후 마당 축대 복구 사업은 동대문구청에서 맡아 진행했다. 하지만 개인 사유 부지이기 때문에 정화조 설치 등 마당 축대 복구 외 드는 비용은 A씨가 부담했다.

또한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집의 전기, 수도, 가스 등이 모두 절단돼 A씨 일가족은 1주일가량을 여관방에서 투숙하고, 그 뒤 4개월 정도 월세살이를 해야만 했다. 

지자체 차원의 응급조치로 생활 보조금이 일부 제공됐으나 몇 개월간의 숙식비 전부를 충당하기엔 부족한 실정이었다.

 

가파른 경사 ‘아찔’
복구 작업 지지부진

 

이 사고에 이어 지난 6월에도 선로 인근 주택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이문동 선로 주변 균열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는 거주민이 겪지만 이후 기관들의 대처는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 제기됐다. 특히 지하철 진동이 균열 원인으로 여겨지면서 비판의 화살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을 향하고 있다.

의원실에 따르면 6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안전 점검에서도 “인접 철길의 철도 운행으로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바닥 슬라브와 상부 외벽체의 균열이 다소 심화됐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단 측의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이들은 이달 초 신이문역 일대 철도 관련 대책을 물었으나 공단 측이 “철도시설물에 대해 적정하게 유지관리 하고 있어 철도 관련 진동 저감 대책 수립은 불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실제 거주민들은 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는 “불안하다”면서 “이 쪽(인근 거주 지역)은 다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창문 아래로 가파른 경사가 바로 이어져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된 상태였다.

이 의원실 제공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사고 발생 이후인 지난 6월 18일 동대문구,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 코레일 한국철도공사, 전문가 간의 합동 회의가 열렸다.

그 뒤 6월 26일 동대문구와 공단은 각각 사유지 노후 축대 보강과 철도부지 내 사면 보강을 맡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알려왔다. 아울러 지난 7월 17일 자로 실시 설계와 공사가 착수됐고, 8월 28일 동대문구는 공단 측에 석축 보강 완료를 통보했다. 이번 달 10일부터 철도 사면 보강 작업에 착수해 오는 11월 말경 완료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추가 붕괴가 일어난다면 주민은 물론이고 철도 이용객들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단 측의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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