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 커피 한 잔? 신세계 정용진 회장과 이화여대생들이 커피 한 잔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4년 고려대 일부 학생들이 스타벅스가 입점 돼 있는 건물 유리창을 파손시키는 사건을 벌이는데 이어, 이화여대 일부 학생들도 오는 3월 스타벅스 입점에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문의 전당에 자본추구의 상징인 미국계 커피숍이 웬말이냐”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21일 낮 서울 소공동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 앞에서 ‘학교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스타벅스 입점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학교는 교육을 받는 곳이지 장사는 하는 곳이 아니다”며 “대학으로서 교육환경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난감해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유학시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스타벅스를 국내에 도입하자고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200호점 출점 식에 직접 테이프커팅과 축사까지 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잔에 5000원을 호가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여자들은 된장녀라는 비아냥의 대상이며 커피 한 잔이 밥 한 그릇에 비슷해 비만을 유발하는 기호식품으로 낙인 찍혔다. 더군다나 스타벅스는 해외자본이라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스타벅스의 미국본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최초로 60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또한 스타벅스의 주가는 지난해 무려 42%나 하락했고 해가 바뀌어도 주가는 좀처럼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TV 광고까지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써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언론에서도 역시 ‘스타벅스가 위기에 빠졌다’는 보도들을 앞 다퉈 내놓자 회장으로 한발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가 다시 직접 CEO로서 스타벅스를 진두지휘하기로 나섰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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