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무기중개상 조풍언의 끝나지 않은 ‘밀월여행’
김우중-무기중개상 조풍언의 끝나지 않은 ‘밀월여행’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2-20 10:30
  • 승인 2008.02.20 10:30
  • 호수 72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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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장 조력자 조풍언 씨 수시로 국내 드나들며 활동
김우중(좌) 조풍언

김우중의 횡령금 도대체 어디로 갔나?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국민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명분으로 재기의 의지를 드러내자 그가 과연 어떻게 자신을 증명해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회장측은 자신의 재산이 19억원 쯤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재산들 모두 채권자들이 경매 중인 상황이다. 때문에 그는 20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은 물론 병원비 5억원마저도 낼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재기한다는 것일까. ‘김우중의 마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김 전 회장의 측근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마법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말 “설 이후 해외순방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해외투자와 사업을 끌어낸다는 것. 검찰의 김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로 해외순방은 불투명해졌지만 이를 미뤄볼 때 김 전 회장의 ‘마법의 지팡이’는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선 이 대목에서 의심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해외에 숨겨둔 횡령금 526억원을 해외투자금으로 포장, 깜짝쇼를 벌이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횡령금은 2005년 검찰 수사 때 결국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으로 남겨졌다. 이를 감안하면 그의 해외순방을 둘러싼 의심은 그 이유가 충분하다.

또 김 전 회장이 부활을 예고하자 DJ 최측근으로 알려진 무기중개상 조풍언(70)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씨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김 전 회장이 DJ에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줬을 뿐 아니라 김 전 회장이 해외로 수백억원을 빼돌릴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조씨의 페이퍼 컴퍼니 KCM을 통해 돈을 빼돌린 뒤 이 컴퍼니 이름으로 전망 좋은 대우의 알짜 계열사를 사들이고 각종 투자사업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사면, 이어진 부활 예고, 이번에도 그 뒤편에 조씨의 그림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검찰은 2005년 수사 때 김 전 회장의 횡령을 입증하기 위해선 조씨 소유 회사인 KMC를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조씨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했으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씨가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결국 조씨를 소환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그에 대한 수사를 중지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금 실체가 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해외자금은닉설을 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씨와의 커넥션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도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두 사람 간의 그 진실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대우정보통신의 지분구조다. KMC는 대우정보통신의 주식지분을 45%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을 때 KMC를 통해 국내자금을 빼낸 뒤 이 중 일부로 대우정보통신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입증되지 않았을 뿐 ‘엄연한 사실’로 통하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KMC는 조씨의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KMC는 1997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2년 뒤인 1999년 대우그룹 핵심계열사 중 하나였던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 258만주(전체주식의 71.59%)를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주당 1만 885원, 전체 매입가격은 281억원(2430만 달러)이었다. 이는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직전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일부를 계열사 직원들에게 우선 팔았을 때의 가격 1만5000원보다도 훨씬 싼 값이다.

검찰은 그 때 이 돈이 대부분 조씨에게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조씨가 대우정보통신을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조씨는 이 돈을 어디서 조달한 것일까.


김·조 밀월여행 시작

검찰에 따르면 이 자금이 김 전 회장의 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가 대우정보시스템을 사기 직전인 같은 해 6월 김 전 회장은 (주)대우 미주법인의 자금 4430만 달러(원화 526억원)을 KMC의 계좌로 송금했다. 조씨는 이 돈으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산 뒤 나머지 2000만 달러로 (주)대우통신 TDX(전자교환기) 사업인수계약금으로 썼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조씨 명의를 이용, 대우정보시스템을 편법인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조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일 뿐이라고 검찰조사에서 주장했다. 더욱 수상한 것은 조씨가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사들인 지 8개월 만에 다시 95만 주를 주당 3만 5,407원에 팔고 여기서 생긴 돈 291억원을 홍콩으로 갖고 나갔다는 점이다.

‘조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관리책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돈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후 조씨가 이 돈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항간엔 이렇게 빼돌린 돈이 김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수도 있다거나 자금관리에 대한 대가로 조씨 자신이 챙겼을 수도 있다는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526억원의 실체 아직 몰라

김 전 회장은 2005년 귀국 후 검찰수사에서 조씨에게 4430만 달러(526억원)를 송금한 경위에 대해 “1996년 4월 조 씨 중개로 외국인의 돈 7500만 달러를 BFC로 관리하다가 조씨를 통해 4430만 달러를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BFC는 대우(주)의 국외금융을 종합관리하기 위한 비밀금융조직으로 대우그룹이 1999년 부도를 내고 해체될 때까지 19년 동안 유지됐다. 관리는 대우(주) 국제금융팀이 맡았고, 대우(주) 런던법인에 설치된 37개 계좌를 관리했다.

BFC가 관리한 돈은 천문학적 액수로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1999년 한 해 BFC를 통해 입·출금된 돈만도 76억 9000만 달러(9조원)에 이른다.

검찰은 “대우 임직원들의 진술 및 관련회계자료 등에 따르면 조 씨에게 제공한 4430만 달러는 BFC에 입금된 7500만 달러와 무관한 돈으로 확인돼 김 전 회장이 이 돈을 임의사용해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때 조씨에 보낸 526억원의 실체를 밝히는데 사실상 실패한 상태에서 수사를 끝내고 말았다.

김 전 회장은 사면됐지만 이 돈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소문대로 이 돈이 김 전 회장의 ‘검은 돈’이라면 이 돈은 최근 김 전 회장의 부활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알려진 조씨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상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자금세탁의혹은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조씨, 거대 배후세력 있나

이와 함께 최근 조씨가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조풍언 게이트’ 수사의지가 빈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내 한인소식통에 따르면 조씨는 측근들에게 “얼마 전 한국을 다녀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현재 기소중지된 상태로 국내로 들어올 경우 검찰에 연행돼야 정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조씨가 국내로 드나든 정황은 파악된 바 없다. 조씨가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곧바로 우리에게 통보가 오게 돼있다. 그가 한국을 드나들었다면 위조여권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조씨가 세계적 무기상이란 점, 김대중 정권의 정치세력과 가까웠다는 점 등을 감안해 조씨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씨가 국내 드나든 게 사실이라면 이는 김 전 회장과의 은밀한 접촉 또는 대우정보시스템 때문일 가능성이 짙다.

KMC가 갖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은 지난 해 11월엔 인도의 회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12월엔 국방부의 100억원대 사업을 따내는 등 선전하고 있어 그의극비리 입국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풍언은 어떤 인물?

무기중개상으로 알려진 조풍언씨는 김대중 정권의 숨은 실세로 ‘조풍언 게이트’의 주인공이다.

조씨는 개인재산은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컨츄리클럽과 샌디에고의 이글 크레스트골프장 등 그가 갖고 있는 골프장만 3개다. 또 미래은행의 최대주주(우호지분 포함 30%)며 다른 한인은행에도 약 1,000만 달러의 예금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팔로스버디스 부근에 있는 시가 2,000만 달러 상당의 큰 저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자택을 사준 것으로 유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부부가 살던 미국 LA 인근의 호화주택도 조씨 소유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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