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재테크시대 빛과 그림자
금 재테크시대 빛과 그림자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2-05 10:07
  • 승인 2008.02.05 10:07
  • 호수 4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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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 ‘금 사기극’ 심각

금값이 치솟자 장롱 속에 있던 금붙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 보석상가에는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간혹 목격되나 금을 사려는 손님은 찾기 힘들다. 이곳에서 장사한 지 15년째라는 웨딩주얼리 백진수(가명)사장은 “금값이 순금 1돈당 13만원대로 오르면서 금을 팔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며 “이달 들어 돌반지 하나 못 팔았는데 금을 팔겠다는 사람은 많을 땐 하루에 20여명이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특수기를 맞아 얌체 상혼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귀금속 소매상에서는 소비자를 교묘히 속여 금을 파는 관행이 수면위로 올라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최근 금값이 치솟자 귀금속 판매업자들이 목걸이, 귀고리나 반지 등에 박힌 싸구려 큐빅을 금값으로 계산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일부 양심 없는 귀금속 판매상들의 관행 속에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고, 손해보고 팔아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몇 백원도 안하는 것을 몇 만원에 주고 산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귀금속소매상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피해를 입고있다.

강북구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김모 여성은 최근 금값이 올랐다는 이야기에 수년전에 사뒀다 집에 나뒹굴던 목걸이 펜던트 하나를 찾아서 종로 귀금속 거리 한 금방을 찾아갔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구입했던 가격의 절반가도 안 되는 돈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0원짜리 큐빅이 1만7000원으로

구입당시 시중에서 7만원하던 펜던트를 2만 원 정도 밖에 안준다는 것이다. K씨는 금값이 유동성이 심하고 팔 때는 원래 재 값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은 터라 그리려니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의아한 생각에 집에 있던 영수증을 찾아보니 무게가 표시돼 있었다. 무게를 현재 시세는 물론 당시 시세로 아무리 계산 해봐도 그 가격이 산출되지 않았다. 영수증에 적힌 무게는 2.43g, 영수증대로라면 펜던트의 금값은 5만원이고 나머지 2만원은 수공비로 지불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통상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는 간이영수증에 그램 수(돈)와 금값, 수공비로 나눠 표시한 후 고객에게 준다. 하지만 5만원으로 계산된 2.43g 가운데 3분의1인 0.8g은 금이 아닌 큐빅 1개의 무게였다. 고작해야 1000원도 안 되는 큐빅이 1만7000여원 어치의 금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는 것이다.

김모씨는 “정말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 나쁘기 짝이 없고 이럴 거면 처음 팔 때부터 무게에서 큐빅을 빼고 계산했어야지 이건 얄팍한 상술이고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 라며 “나 같은 피해자가 주변의 친구만 찾아봐도 하나 둘이 아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 2004년 결혼예물로 맞췄던 세트 중 목에 알레르기 반응이 자주 나타난 백금목걸이만 팔려고 보증서를 들고 종로 귀금속 거리 A점을 찾았으나 이미 가게가 망하고 없었다.

다른 곳을 찾아가 팔 때 가격을 물어보자 원래가격 5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25만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금값도 올랐다는데 터무니없다 싶어서 다른 가게를 찾았으나 마찬가지였다. 화가 난 이모씨는 왜 그렇게 가격이 떨어졌냐고 따지자 큐빅을 제외한 무게를 단 정상 시세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이모씨는 왕방울만한 큐빅과 옆에 박혀있는 수십개의 큐빅 무게가 포함된 가격에 예물을 맞췄던 것이다. 이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막으려고 소비자원과 공정위 등에 신고전화를 했지만 처벌규정이 없는 터라 별 도리가 없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모씨와 김모씨 같은 피해자는 어림잡아도 하나둘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크기에 따라 한 개에 50원에서 1000원에 불과한 큐빅을 업자들이 금 무게와 같이 포함해 팔았기 때문이다.

업자들 입장에서는 큐빅이 많이 들어갈수록 여러 수십 배의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업자들도 잘못을 인정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는데 예전에는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업자의 한 사람으로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함량 같은 것도 처벌규정이 없어서 지금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처벌규정 없어 피해 줄지 않을 듯

그릇된 귀금속 판매 관행 속에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고, 손해보고 팔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이날 서울 주요 귀금속 가게에선 소매가 기준 순금 3.75g(1돈) 판매 가격이 13만~13만2000원 선이었다.

작년 초 8만~9만원대에서 5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날 손님이 가게에 순금 3.75g(1돈)을 팔 때는 9만원 안팎을 받았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는 것은 증시 불안 여파로 안전 자산인 금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이 대세다
금값 상승에 금 펀드 고공행진

최근 국제 금값 상승으로 금 펀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직접 금 실물을 거래할 수 있다. 현물을 주고받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계좌에서만 거래하는 방식도 있다. 실물 거래 이외에 금 관련 펀드들은 현재 두 가지 정도다. 금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와 금 실물과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등 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펀드의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금 관련 투자펀드인 기은SG운용의 ‘골드마이닝주식자C3클래스’가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11%에 이른다.

SH자산운용 SH골드파생상품도 1개월 수익률이 11%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는 금시세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1.1g(1온스)당 865.80달러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물자산펀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물과 관련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와 실물과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나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 펀드, 와인펀드 등 실물펀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실물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부분이다. 실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물의 가격 상승률을 완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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