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위기는 곧 나의 기회”

역시 워런 버핏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연일 ‘블랙데이’를 연출하고 있음에도 버핏은 움직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잡아 투자에 나선 것이다.
‘투자의 귀재’란 소리를 들을 만한 그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런 보도를 했다. ‘버핏이 지난해 말부터 제조업체와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규모는 60억 달러나 된다는 것. 버핏은 한 동안 시장을 지켜봤다.’
일반투자가들은 서브프라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주가폭락에 동조했지만 버핏은 요동치는 주식시장, 불안한 경제상황을 오히려 ‘찬스’로 포착,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요즘처럼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60억 달러나 되는 뭉치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보통 배짱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FT는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스위스의 재보험회사인 스위스리스의 주식 지분 3%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스위스리스에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버핏의 습관상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리스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부실파문으로 자산가치가 3분의 1정도 뚝 떨어졌다. 이로 인해 적은 투자금으로 주식을 살 수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식이 떨어질 때 투자하는 고전적 투자방법이 동원된 것이다.
FT에 따르면 버핏은 이달 초 미국의 철도회사인 벌링턴 노던 산타페 주식 124만주를 더 사들여 지분을 17.8%에서 18.2%로 늘렸다. 또 2006년 12월엔 마몬드 홀딩스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몬드 홀딩스는 산업기기전문 제조업체다.
투자비밀 유지는 필수
FT는 버핏의 이런 투자에 대해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버핏이 누가 봐도 군침이 돌 정도의 큰 회사를 인수하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빈둥대며 지내지는 않았다’고 한 것이다. 늘 먹이감을 찾고 있는 버핏의 행동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버핏의 투자방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버핏의 투자원칙’으로 통한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여기엔 6가지의 큰 원칙이 있다. 순서를 따질 필요는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버핏 투자원칙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 돈을 잃는다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가장 쉬우면서도 결코 실천할 수 없는 원칙이다. 누구든지 이렇게 하고 싶지만 결국은 돈만 날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활황 때도 무작정 사지 않는다
‘돈을 잃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때를 잘 잡아야하지만 마음도 잘 다스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시기를 제때 포착하는 것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폭락 장세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든지, 활황 때 무턱대고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투자자들만 가능한 일이다.
다음은 값이 뛰는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풋내기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하는 주식을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버핏은 그런 주식은 무조건 사양한다. 값이 치솟으면 반드시 곤두박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떨어질 주식을 비싸게 살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버핏은 또 단기매매를 하지 않는다. 소수의 종목에 투자한 뒤 오랫동안 묻어둔다. 주식은 시간이 가면 오른다는 신념에서다. 장기적 경쟁력을 가진 독과점기업은 버핏에게 좋은 사냥감이 된다. 또 25년간 성장이 가능한 기업도 버핏의 투자를 유혹한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세계경제가 휘청대고 있는 요즘 투자자들이 버핏에게서 투자기법을 배워야한다고 말한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배우라는 게 아니다. ‘시장을 보는 눈’을 배우라는 것이다.
버핏의 투자원칙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우선 △돈을 잃지 않는다 점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점 △급등하는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점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는다는 점은 주식투자원칙 가운데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투자원칙을 지킨다면 증시에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죽는다고 난리다. 버핏은 한쪽에서 조용히, 그러나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당신의 위기가 나에겐 기회’란 버핏의 투자공식은 앞으로도 계속 적용될 것이다. 버핏은 그래서 ‘투자의 귀재’란 말을 들을 만하다.
정우택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