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프랑스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에서 벌어졌다. CEO가 벌인 것도 아니고 나이어린, 평범한 직원이 내부규정을 어긴데서 터진 일이다.
SG은행은 자사의 선물파트의 한 트레이더가 지나친 선물투자를 해오다 49억 유로(72억 달러)란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SG의 경우 2006년 이익이 52억 유로에 이르렀다. 직원 한 사람이 내부규정을 어기면서 1년분 이익금을 다 날려버린 셈이다.
SG은행이 밝힌 한 트레이더는 바로 입사 7년차의 제롬 커비엘. 커비엘은 주가가 계속 오른다는 생각에 베팅을 했다. 그는 전년도에 큰 수익을 낸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서브프라임파문으로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여주지 않은 것이다.
이 직원은 고수익을 노리고 고위험상품에 엄청난 자금을 들였는데 회사 쪽에 보고나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몰래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수익상품에 큰돈을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년도 실적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SG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20억5000만유로(30억 달러) 손실도 기록했다. 여기에 선물투자손해까지 합치면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순간의 실수로 100억 달러의 손해를 기록한 건 프랑스는 물론 세계금융사에도 보기 드문 일이다.
1995년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한 트레이더 잘못으로 15억 달러의 손해를 입은 뒤 최대 사고다.
이 사고로 베어링은행은 파산하고 영국금융가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15억 달러 손해로 은행이 파산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SG은행의 72억 달러 손실은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로 SG은행의 지난해 이익은 6억~8억 유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직원의 잘못과 미국의 서브프라임으로 손실을 보지 않았다면 1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기록했을 것이다.
SG는 주식을 매각, 55억 유로를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식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을 보면 충격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프랑스투자은행이 고수익상품에 투자, 손해를 입은 것은 지난 8월에도 있었다. SG은행과 경쟁관계에 있는 크레디 아그리콜이 비슷한 일로 2억3000만 유로를 손해 본 일이 있었다.
이때도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상품에 큰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큰 손실로 돌아왔다.
SG은행은 사고가 터진 뒤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다니엘 SG은행 부회장은 해당직원이 사건의 모든 것을 시인, 사법처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감독책임을 물어 트레이더의 상사들도 해고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내부규정을 어겨 72억 달러를 손해 봤으니 간부들이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프랑스중앙은행도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은행은 성명을 내고 은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임을 밝혔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SG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춰 조정했다.
피치는 SG은행의 업무처리과정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로 SG은행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업무처리에 대한 의구심, 명예손상들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
이번 사태로 SG은행주식은 한때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SG은행주식은 올해 들어서만 20%가 빠졌다. 너무 손해가 많아 주가가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SG은행 사태는 SG은행 주가만 떨어드린 게 아니다. 프랑스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놨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8%를 맞추는 게 문제가 될 정도였다. SG은행 사태 여파는 미국 서브프라임파문과 맞물려 유럽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게 분명하다.
SG은행사태는 아주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럽에서 주식투매사태가 벌어지자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것으로 알고 급히 연방금리를 0.75% 포인트 내렸다. 실제 원인은 서브프라임부실이 아니라 SG은행 사태 때문이었다고 한다. 세계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외신과 국제금융전문가들은 SG은행사태를 교훈삼아 트레이더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트레이더 한 사람이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쳐져야 한다는 견해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회사운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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