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펀드 일 낸다
새해 국내펀드 일 낸다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8-01-29 10:38
  • 승인 2008.01.29 10:38
  • 호수 42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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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펀드도 해외에 투자한다
우리나라의 첫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KIC와 메릴린치는 이런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국내 펀드가 해외금융기관에 투자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KIC는 이번 투자를 통해 2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되는 우선주는 연 9%의 배당을 조건으로 받는다. 우선주 인수 뒤 2년 9개월이 지나면 보통주로 돌리도록 했다고 KIC는 밝혔다.


메릴린치 지분 3.1% 소유, 5대 주주

20억 달러를 투자한 KIC는 메릴린치의 주식 지분 3.1%를 갖게 되며 메릴린치의 5대 주주로 떠오른다. KIC는 20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메릴린치에 투자할 돈은 정부에서 따로 지원받을 방침이다.

이번 투자는 KIC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KIC관계자는 “우리 쪽이 먼저 메릴린치에 투자를 제안했고, 그쪽에서 제안을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전했다. KIC는 글로벌자산운용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KIC의 투자는 우리나라의 국부펀드가 세계적 투자은행에 처음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봐야 한다. 월가의 투자은행을 상대로 한 투자는 자금도 많이 필요하고, 고도의 투자기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 국부펀드들이 활발하게 미국, 유럽의 금융기관에 투자하고 있음을 감안해 국부펀드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KIC가 바로 첫 케이스다. 따라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의 중국과 싱가포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국부펀드를 적극 육성해 미국과 유럽의 유명 금융기관에 앞을 다퉈 투자하고 있다. 투자이익도 챙기면서 지분참여도 하므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KIC의 메릴린치투자에 대해선 상반되는 의견이 있다. 긍정적인 쪽에선 이번 기회에 세계적 투자은행과 교류도 강화하면서 선진투자기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주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반대로 KIC의 해외투자가 아직 무리란 견해도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파문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브프라임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은행에 20억 달러씩이나 투자하는 것은 투자기법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해외투자 선진 금융기법 익힐 기회

하지만 일단은 긍정론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위험부담이 있긴 하나 국부펀드를 통한 해외투자가 국제적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의 국제화를 위해선 국내 시장을 개방해야 하지만 국내 업체의 해외진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생각이다.

KIC의 해외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KIC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직원들이 선진금융기법을 익혀야 한다. 국내에서 투자하는 식으로 안목 없이 투자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다음은 투자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보상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성과를 거둘 경우 당연히 보상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투자에 실패할 땐 책임도 져야한다. 그래야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세 번째로 이제 우리의 금융사업도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점이다. 좁은 땅에서 한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고받기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 대형 금융회사들과 경쟁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남는 게 있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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