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납품하다 41억 빚더미…분신자살
이마트 납품하다 41억 빚더미…분신자살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1-28 16:29
  • 승인 2008.01.28 16:29
  • 호수 4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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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인 이마트
납품업자들에게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 이마트.

“이틀 병원비가 800만원 나왔습니다. 동생은 100만불 수출탑을 받은 건실한 중소업체 사장이었습니다. 이마트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는데 돌아오는 것은 이마트 관계자들의 냉대와 차곡차곡 쌓이는 빚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6시 40분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이마트 근교 S 주유소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한 차모 씨의 형은 간간히 한숨을 내쉬고 목이 멘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도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며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돌아올 불이익이 두렵다고 가명을 재차 부탁했다. 그의 동생은 이마트의 까다로운 납품조건을 맞추다가 40억원의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분신자살을 시도해 온몸에 75%의 화상을 입고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하청업자들의 현실이다.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대형유통업체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불공정거래가 식을 줄 모른다. 스스로 몸에 휘발유를 뿌릴 수밖에 없었던 납품업체 사장의 목숨 건 항변, 그가 미처 하지 못한 기막힌 사연을 알아봤다.

차씨는 지난 2000년 초반까지 연매출 100억원에 종업원 80여명을 거느린 건실한 중소업체사장이다. 2001년 경상남도에서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유망한 사업가였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이마트와 거래를 하면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안정된 판로를 누구보다 원했기에 2001년부터 이마트에 수산물 납품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마트는 차씨에게 일본에서 판매하는 포장기계와 포장지등을 들여와 판매를 하라는 제안을 한다. 이마트의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그는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으나 이마트는 석 달 만에 판매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다. 당시 그가 손해 본 금액은 13억원. 이에 차 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이마트는 그에게 제소 취하조건으로 경남 매장 3~4곳에서의 판매를 제안한다.


판매부진 이유로 일방적 계약 파기

그러나 이마트가 그에게 내준 장소는 장사가 되지 않는 후미진 곳이었다. 차씨의 형은 “처음에 이마트에서 1~3억원의 보상도 제안했었지만 납품업체의 입장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원했기 때문에 이마트를 믿고 판매를 시작했다”며 “하루 매출 100만원도 되지 않는 곳에 입점 시키고 종업원을 3~5명을 고용하라고 강요해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7개월 정도 운영하다가 손해만 봤다”고 주장했다. 이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취하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은 달콤한 꿀처럼 유혹적이었으나 결국은 그 대가는 무서운 보복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차씨는 수억 원의 빚더미에 앉아 부도가 났고 차 씨의 여동생, 큰아버지 등이 신용불량자가 됐으며 친척들도 수천만 원의 돈을 잃게 된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 딸도 각각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차씨는 마지막으로 재기를 노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1월 수산물 관련 3가지 특허를 받아냈다. 화산재를 이용한 가공법으로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는 수산물의 기한을 일주일까지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결국 2007년 5월 이마트는 꾸준한 거래를 원했던 차씨에게 괜찮은 아이템이니 함께 일해보자며 거래를 허락했다. 상품개발에 들어가 공장을 임대하고 기계설비를 갖췄으나 이마트는 신용 불량자인 차씨가 아닌 차씨 형에게 각서를 써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른다.

차씨 형은 “여러 차례 불려가서 포장지를 바꿔라, 용량을 바꿔오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묵묵히 들어줬다” 며 “공장을 임대하고 종업원을 고용하는 등의 투자비가 2~3억 원이 넘는 상태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차씨 형은 지난 16일 일본으로 넘어가 수산물 조사와 견적 등 의욕적으로 활동을 했다. 지난 21일 형의 자료를 갖고 이마트를 찾아간 차씨를 맞은 사람은 팀장이 아닌 팀원이었다. “당신은 신용불량자니 거래하기 힘들다”라는 말에 차씨는 더 이상 삶의 의욕이 사라지는 충격을 받았다. 급기야 그는 이마트 인근의 S주유소로 가 휘발유 20리터를 사 온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이마트는 중소기업 죽음의 덫”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예전에 거래를 했지만 불량품이 많이 나고 판매가 되지 않아 거래가 끊긴지 4년 됐다” 며 “오랜만에 나타나서 다짜고짜 납품해야겠다고 말해 신용불량상태이고 하니 회사의 안정성이 없어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한강성심병원측은 “75% 전신화상으로 흡입화상까지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차씨의 형은 “이마트 측에서 담당자라는 사람이 찾아와 위로는커녕 자기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말만을 남기고 갔다”며 “이마트라는 대형유통업체의 횡포와 비인간적인 처사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한때 100억 달러 수출탑 수상을 받은 한 사업가의 분신자살 시도. 차씨는 빚더미, 가정파탄, 생명 위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그의 험난한 고난의 시작은 이마트였고 마지막도 이마트였다. 납품업자들은 한결같이 “이마트는 생활의 터전이자 동시에 절망의 묘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반응하듯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형마트의 횡포에 대한 납품업자들의 눈물겨운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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