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부풀려3천억 시세차익”

대선주조㈜의 대주주인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서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수자인 사모펀드가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제3자에게 재매각할 가능성이 커 대선주조의 앞날은 당분간 미궁 속을 헤맬 전망이다. 신 회장이 3500억원대 가격으로 매각을 추진 중인 부산 향토 주류업체 대선주조의 지분가치가 기업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에도 3년 만에 가격이 10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2004년 대선주조에 360억여원을 투입한 신 회장은 10배 가까운 금액으로 되팔아 인수합병 대박을 맞게 된다. 이와 관련해 M&A 전문가들은 대선주조 매각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매입자측은 인수 후 어떻게 수익을 낼 지 등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대선주조 주양일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준호 회장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사모펀드가 세운 법인(가칭 시원홀딩스컴퍼니)의 지분 30%를 보유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보유 지분을 청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발표, 재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원홀딩스컴퍼니의 지분 30%를 갖게 될 신 회장이 당분간 거대 진로소주에 대항한 독자생존의 자구책으로 대선주조와 지방소주사간 합종연횡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 가치를 높이거나 상장요건을 갖춘 뒤 이를 사모펀드를 이용해 재매각 함으로써 한 차례 더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모펀드 이용 또 시세차익 노리나?
이는 사모펀드(고수익기업투자펀드)의 특성상 모집된 거액의 투자자금을 활용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되팔아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면서 기업의 인수합병(M&A)시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해외펀드 등은 단순히 시세차익만을 노려 기술만 빼먹고 되팔거나 공장부지 등의 가치를 보고 분할 매각 후 껍데기만 남겨놓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주 대표는 신 회장 측의 지분매각설에 대해 “신 회장과 신 회장의 아들 며느리 손자 등 일가 5명이 지난해 11월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와 지분 98. 97%, 79만1738주를 주당 45만여원, 총 3600억원에 매각키로 계약했으며, 늦어도 내달 중으로 잔금정산 등 매각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 회장의 갑작스런 지분매각에 대해 “첫째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며, 둘째는 대선주조가 앞으로 부산 시장에서 진로소주의 공세에 대항해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회의를 품고 걱정해오다 장기적 관점에서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다른 차원의 시도를 위해 우선 자본력부터 키워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소주시장에서 전국적 지배력을 가진 진로소주의 공세에 대선주조 등 지방업체가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선주조 등 지방의 소주 업체가 컨소시엄을 형성해 서울의 업체와 경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 대표는 회사 생존의 자구책으로 “전국시장 공략을 위해 주종을 다양화하는 등 외형을 확대하고 확충된 자본력을 이용해 지방소주사간 합종연횡을 시도해 거대 소주회사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지분매각 행태로 미뤄 이는 재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높이기 전략일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선주조 실제 가치는?
대선주조 주가는 2002년 4월 상장폐지 때 2만원대 초반이었으며 무학소주와 경영권 분쟁 때도 주당 5만5000원이 최고가격이었다. 주식수는 66만주에서 현재 79만1738주로 더 늘어났다. 신 회장의 인수 후 대선주조의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 기업 상황은 물론, 유가증권 및 토지 등의 가치도 큰 변화가 없다.
유가증권 평가액은 시가로 3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되며 토지 등 부동산 자산가격도 부산지역 부동산시세가 전국에서 가장 변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변화는 크지 않다.
최근 3년간 경영여건이나 투자환경 변화도 없는데 비상장사 주식의 가치가 엄청나게 치솟은 셈이다.
코너스톤에서 투자제안을 받은 기관 투자자들도 인수가격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최근 M&A 투자 물건 중 가장 메리트가 없으며 수익창출 방법을 모르겠다”고 밝혔다.
연기금 상당수는 이번 투자 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가격대로라면 신 회장이 거둘 차익도 엄청나다.
신 회장은 2004년 지분투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개인지분율을 15.61%로 올리면서 86억여원을 썼다.
같은 해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며 개인지분율을 43.4%로 높이는데 154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다시 2005년 대선주조 경영진 등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258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신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가 된 지 몇 개월 뒤 신 회장 일가 지분 20만주를 주당 5만5000원에 112억원의 회사 돈으로 사들여 소각해 줬다. 또 2006년 말에는 배당으로 신 회장 일가에게 20억원을 안겨줬다.
신 회장 일가는 496억원을 투자하고 132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실질적으로 대선주조 지분 확보에 364억원을 순 투입한 셈이다. 대선주조가 팔린다면 3년 새 10배라는 엄청난 수익률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엄청난 시세차이에 단순 지분 매각이 아닌 모종의 재무약정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주도면밀한 ‘먹튀 준비’
대주주 배불려주기에 당했다
롯데우유는 애초부터 회사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부산시의 산업단지 지정 지원을 이용해 기장군 장안읍 기룡1산단(8만㎡)으로 신속히 생산 공장을 이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신 회장의 지분 매각설이 터져 나오자 한결같이 “애초부터 회사 키우기보다 시세차익에만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등 비판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의 대선주조 기룡1산단으로 생산설비를 모두 이전할 수 있도록 소유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공업용지로 변경해 산업단지로 지정해줬던 부산시 관계자도 “결과론적으로 볼 때 시의 산업단지 지정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주주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부산시는 신 회장측이 대선주조의 대주주로 자리 잡은 직후인 2004년 9월께 회사 측으로부터 “양산이나 김해로 공장을 옮기겠다”는 말을 듣고 곧장 부산 기장군 장안읍 회사부지 8만㎡를 자연녹지에서 공업용지로 용도변경해줄 것을 건교부에 요청, 3개월 만에 승인을 얻어 신속히 산업단지로 지정해주는 등 부산향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선주조는 부지매입비와 조성공사비 등 총 650억원을 들여 공사에 착수한 지 1년만인 지난해 말 1만5600㎡규모의 공장을 건립한 뒤 하루 소주 360㎖ 기준 100만병 생산능력을 갖춰 지난달 15일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산단 조성 과정에서 상수도 인입시설까지 깔아주며 초스피드로 행정력을 집중했었다”며 “지금 와서 보니 대주주만 배불리게 해준 격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관계자는 “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자 공적자금 2000억원을 투입해 살렸는데 부산시민들의 애정과는 관계없는 사모펀드에 판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28일 부산롯데호텔 앞에서 열 것이고 그래도 시민의 의견을 묵살할 시 부산시민 ‘롯데우유 불매운동’까지도 벌여서 신 회장의 잘못된 윤리의식을 바로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기장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회사가 기룡1산단으로 생산설비를 모두 이전하면서 신설공장 및 토지의 자산 가치를 높인데다 땅값만 250억원대로 추산되는 기존 동래구 사직동 1공장(현 물류창고)의 활용도를 높인 것도 매각의 가치로 작용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볼 때 용지 변경이 안됐다면 지금의 땅값이 나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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