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불펜에 임창용보다 나은 선수 누가 있나'
KIA, 지금이라도 임창용 선수와 팬들에게 사과해야
![임창용 투수 [뉴시스]](/news/photo/201810/262092_186132_3847.jpg)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KIA 타이거즈 '임창용 방출' '재계약 불가 통보'.
눈과 귀를 다시 의심하게끔 하는 소식이었다.
KIA가 이상한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 일관된 목적도 방향성도 없다. 자그마치 5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마땅한 불펜투수 한 명 키우지 못한 이대진 코치는 또다시 동행하고, 제대로 기회도 받지 못한 유동훈 코치는 방출됐다. 그리고 24일 이상한 조직개편의 방점을 찍는 사건이 터졌다.
KIA는 "임창용을 내년 시즌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고, 24일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IA 조계현 단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투수진에 젊은 선수들과 중간급 선수들이 있어 다음 시즌 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결정했고, 임창용에게 구단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KIA는 임창용을 방출할 자격이 있나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살아온 임창용. 1995년도 광주 진흥고 졸업 직후 해태에 입단한 선수다. 그러다 1998년 외환위기로 모기업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삼성에 현금 트레이드로 넘어간 선수다. 그는 자의로 이적을 한 것이 아니다.
이후 일본으로 이적을 했고 부상으로 수술을 했지만 멋지게 재기해서 160km의 속구를 뿌리며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미국을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그는 삼성의 두 번 우승에 결정적 역할도 했다. 그리고 3년 전 드디어 친정팀 KIA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시작한 야구인생을 약 20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야구인생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듯 했다. 연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듯, 임창용 야구 인생도 험난한 타지 생활을 거쳐 고향에서 마무리하는듯 했다.
KIA 복귀 후 40세 불혹의 나이임에도 불구, 그는 타고난 유연함과 내구성으로 인해 150km에 가까운 속구를 뿌렸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팬들은 임창용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고 찬사를 보냈다. 2017시즌에는 불펜에서 활약하며 고향 팀의 우승에도 큰 공헌을 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선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마운드의 전천후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갑작스런 2군행으로 코칭스테프와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어쨌든 8월 1일 선발로 복귀해서 롯데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8-1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임창용은 11년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당시 KIA는 마무리 투수를 선발로 올릴 만큼 마운드 균형에 적신호가 켜지며 위태로웠다. 그러나 임창용 덕분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후반기에 42세의 임창용은 갑작스럽게 선발로 보직을 바꾸면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모두 소화해냈다. 시즌 막바지 롯데와의 치열한 5위 경쟁에서도 큰 활약을 하며, KIA의 5위 확보에 큰 공헌을 했다.
임창용은 이번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7경기에 등판해 86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 5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시즌 중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10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42세의 나이로 마무리, 불펜, 선발 세 보직을 모두 전천후로 맡은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성적은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에 준하는 선수이자, 살아있는 레전드인 임창용이다. 그런 그를 KIA는 3년 동안 전천후 요소요소에 잘 썼다. 그런데 다른 팀도 아닌 친정팀 KIA가 이제 와서 임창용을 방출한다니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봐도 '토사구팽' '배은망덕' 일 뿐인 처사다.
한마디로 KIA는 임창용을 내칠 자격이 없다. 고향팀에 돌아와서 영광이라고 말했던 그다. 우여곡절 끝에 말년에 복귀해 팀에 공헌도 많이 했다. 그런 그에게 예우와 도리를 갖추기는 커녕 '한 선수'로서 굴욕을 느끼게 하는 KIA의 처신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됐다. 이로써 임창용은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를 원할 경우 새 팀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하지만 임창용은 그동안 뛰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계에 달하는 점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 한계점이 온다면 누가 방출하지 않아도 스스로 물러나게 될 터다. 프로의 세계란 밀려나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런 그에게 고향팀 KIA가 이렇게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
◇ 젊은 선수들 기회는 스스로 잡는 것
조계현 단장의 인터뷰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기회를 주려는 젊은 선수들이 도대체 누구냐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42세의 임창용보다 더 안정적인 제구와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젊은 선수가 말이다.
그리고 프로세계에서 기회라는 것이 주기만 한다고 그 선수가 자리잡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신인 선수들이 반짝하다 사라졌다. 그 반짜조차 못한 선수들도 태반이다. 실력이 있고 42세의 임창용을 밀어낼 수 있다면 기회는 언제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임창용도 구위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지금은 임창용이 주전의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주전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그가 있어서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못 잡은 것이 절대 아니다.
42세의 나이에도 꿈틀거리는 148km의 속구로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선수가 도대체 누구의 기회를 막았단 말인가.
◇ 구단은 지금이라도 임창용에게 예우와 도리 갖춰야 한다
KIA구단의 현재 처신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선 팀에 있는 동료 선수들이 임창용에 대한 구단의 대우를 보고 무엇을 느끼겠는가. 팀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출중한 실력을 뽐내는 선수를 이렇게 쉽게 내친다면, 지금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선수는 실력으로 구단의 성적에 보탬이 돼야 한다. 반대로 구단은 선수에게 그에 상당하는 보상과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것이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마음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신뢰가 깨진다면 그 누구도 충성하지 않을 것이다. 길게 보면 그 누구도 이런 구단에 남아있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 구단과 선수의 관계는 돈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돼 버린다.
더 중요한 것은 구단을 사랑하는 팬들의 실망감이다. 긴 겨울을 기다려 새싹 피는 봄이 오면 야구팬들은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팬들은 응원 팀의 성적에 따라 함께 희노애락 한다. 오래 된 팬들일수록 응원팀의 승리와 발전을 갈망한다. 응원팀에 대한 충성도는 이토록 강하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팬들 입장에서도 팀에 대한 신뢰는 깨지게 된다. 필요 없다고 구단 관계자에게 찍혔다는 이유로 이렇게 쉽게 선수를 내팽겨친다면 팬들도 돌아서게 될 것이다.
임창용이 다음 시즌 KIA에 남든 떠나든 이미 방출 통보를 한 이상,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 됐다. 하지만 구단은 지금이라도 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프랜차이즈에 준하는 노장 선수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와 인간적인 도리를 갖추기 바란다. 구단 차원에서 나서서 임창용 선수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구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도 해명하고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