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은 왜 7회말 '바에즈→우드' 교체했을까
로버츠 감독은 왜 7회말 '바에즈→우드' 교체했을까
  • 신희철 기자
  • 입력 2018-10-24 13:54
  • 승인 2018.10.24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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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등판 후 보스턴도 대타 누네즈...결과는 '쓰리런'
의미 없는 좌우놀이...바에즈 0.2이닝 투구수 고작 10개
로버츠 감독, '좌우놀이' 맹신으로 제 꾀에 넘어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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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야구에서 '좌우놀이'라는 속어가 있다. 좌타자엔 좌완을 우타자엔 우완을 기용하는 야구의 기본전술이다. '좌우놀이'의 기원은 좌타자는 좌완 투수에게, 우타자는 우완 투수에게 약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 명제는 어느정도 맞는 사실이다. 누적된 데이터들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또한 실제로 사람 시야의 특성상 좌타자의 눈에는 좌완 투수의 공이 잘 보이지 않고 우타자 또한 우완 투수에게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기에서 좌타자가 나오면 좌완 투수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 반대의 기용을 하는 것이 야구의 기본 전술이다.

 

그러나 '좌우놀이'를 맹신하다 보면 '좌우' 이외의 다른 중요한 요소를 망각하기 쉽다. 또한 현대 야구에서는 이 전술이 100%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좌완에게 오히려 더 강한 좌타자, 우완에게 강한 우타자의 경우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좌우놀이'는 어디까지나 '같은 레벨, 같은 실력일 때'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강한 좌타자에게 좌완이라는 이유 하나로 WHIP, 자책점, KK/BB(볼넷과 삼진 비율), 평균 구속, 당일 컨디션 등의 여러 요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게임을 망치기 십상이다. 결론적으로 '좌우놀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을 고려한 후 '기왕이면 다홍치마'인 정도로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다.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고, 현대야구의 여러 데이터를 생각하면 차라리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의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KBO리그에서도 '좌우놀이'를 맹신하는 코칭 스테프에게 조롱과 비난도 많이 나온다. '좌우놀이'는 데이터 야구의 중요성을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전술로 비난 받기도 한다.

 

'좌우놀이' 맹신이 비단 KBO 리그만의 현상이 아닌가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월드시리즈에서도 코칭 스테프의 '좌우놀이' 유혹은 떨치기 힘든 요인인가. 24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18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좌우놀이'가 나왔다. 7회 말 보스턴은 4-5로 맹추격하던 다저스에 쐐기 쓰리런을 날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다름 아닌 '좌우놀이' 맹신의 결과였다. 7회 베닌텐디에게 행운의 2루타를 허용한 유리아스는 마운드를 바에즈에게 넘겼다. 바에즈는 올라오자마자 위력 투를 보였다. 속구 98마일(158km)과 140km대의 채인지업, 커브를 보이며 대타 모어랜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번 마르티네즈를 고의 볼넷으로 보냈지만 5번 보가츠를 보란듯이 다시 삼진으로 잡았다. 이날 바에즈의 구위, 구속, 커맨드를 봤을 때 보스턴 타자들이 벹트 중심에 공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2아웃 주자 1, 2루 상황. 바에즈가 좌타자 디버스를 상대하려는 순간 다저스 벤치에선 로버츠 감독이 올라왔다. 그리고 불펜에서 몸을 풀던 우드가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그런데 바에즈는 7회에 막 올라온 투수였다. 그리고 모어랜드를 4구, 보가츠를 6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상태였다. 총 투구수는 고작 10개. 게다가 이날 바에즈의 구위, 구속, 커맨드는 완벽했다. 디버스가 좌타자이지만 이닝은 그대로 종료될 분위기였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만 몰랐을까. 아니면 '좌타자엔 좌투수'라는 '좌우놀이'를 너무 맹신한 것인가. 그에게 '좌우놀이'는 마치 2진법 컴퓨터 프로그램 같았다. '좌타자가 올라온다' '좌투수를 올린다' 라는. 우드는 알다시피 100마일 속구가 흔한 메이저리그에서 느린 구속의 투수다. 대부분 공의 구속이 시속 140km대다. 우드를 저평가하려는 말이 아니다. 우드는 제구와 변화구가 뛰어난 투수다. 하지만 1점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98마일~100마일의 구위를 앞세운 불펜투수가 효과적인 것은 당연하다. 이날은 바에즈가 적격이었다. 또한 투구수도 고작 10개였다. 7차전까지 감안하면 불펜을 요소요소 아껴쓰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설사 우드가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어도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의문으로 남았을 것이다.

 

게다가 로버츠 감독의 '좌우놀이'에 보스턴 벤치는 디버스를 우타자 누네즈로 교체했다. 보스턴 벤치가 생각할 것은 하나였다. 디버스도 뛰어난 타자지만 비슷한 레벨의 우타자를 대타 기용하자. 그래서 들어선 것이 누네즈였고 누네즈는 보스턴 벤치에 화답하듯 펜웨이파크 좌측 담장을 넘겼다. 우드의 공은 몸쪽 슬라이더였지만 누네즈는 이를 가볍게 손목 스냅으로 돌리듯 걷어냈다. 그리고 그 공이 그대로 넘어간 것이다.

 

로버츠 감독의 이날 판단은 여러모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디버스의 대타로 누네즈가 나올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디버스는 2018시즌 타율 0.240, OPS 1.029, 홈런 21개, 누네즈는 타율 0.265, OPS 0.966, 홈런 10개를 기록했다. 펀치력은 디버스가 우위지만 타율과 경험을 고려하면 누네즈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선수다. '좌우놀이'가 신경쓰였다면 누네즈의 존재는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보스턴 입장에서 좌완이 올라오면 누네즈를 대타로 기용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둘째, 바에즈를 왜 믿지 못했을까. 고작 10개 투구를 기록한 바에즈의 이날 구위, 구속은 누가봐도 안정적이고 좋았다. 우드는 롱릴리프 불펜이 어울리는 기교파 투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프 상황에서 우드를 올렸다는 것은 단순히 좌완이란 점만 고려했다는 뜻 아니겠는가.

 

셋째 왜 불펜 투수를 이유 없이 소모했을까. 다저스는 NLCS 7차전을 거치고 올라온 팀이다. 반면 보스턴은 ALCS를 5차전에서 끝내고 홈에서 기다린 팀이다. 누가 봐도 체력적으로도 보스턴이 우위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10개를 던진 투수를 '좌우놀이' 때문에 강판시킨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스포츠에서 결과론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날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비록 결과가 좋았어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판단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따져봐도 이해가지 않는 결정이다. 결론적으로 '좌우놀이' 맹신의 결과 '제 꾀에 넘어간 것' 아니겠는가.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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