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기가 막혀…
석유가 기가 막혀…
  • 정우택 편집위원
  • 입력 2008-01-14 17:41
  • 승인 2008.01.14 17:41
  • 호수 4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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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았다. 시장흐름에 따라 100달러를 기준으로 오르내림을 거듭하겠지만 일단 국제유가는 1백 달러시대를 맞은 것이다. 세계에 큰 고통을 불러올 21세기 최대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

유가상승 원인은 간단하다. 생산량은 한정돼 있는데 반해 소비는 계속 느는 까닭이다. 정치적 불안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차이다. 많이 쓰므로 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톱10 산유국과 톱10 소비국을 알아보는 것은 국제유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석유를 많이 쓰는 나라를 보면 기름 값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이다. 하루에 쓰는 기름 양은 2059만 배럴. 2위부터 6위까지의 소비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인도 사용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양이다.

석유소비국 톱10을 뒤로부터 따진다면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브라질, 캐나다, 인도, 독일, 일본 사용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미국의 사용량은 캐나다의 10배다. 미국의 석유소비가 얼마나 많은지 알만하다. 세계최대 부국답다.


한국 세계 9번째 석유 소비국

공업화 시동이 걸린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 석유소비국이다. 하루소비량은 727만 배럴. 미국의 3분의 1에 해당하다. 중국의 공업화가 빨라지고 있어 1000만 배럴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봐야한다. 자동차보급이 보편화될 경우 미국소비량을 앞지를 날도 멀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3위는 일본이다. 522만 배럴로 미국의 25%정도다. 4위 러시아는 하루에 310만 배럴을 쓴다. 미국의 6분의 1이다. 5위 독일은 263만 배럴로 미국의 7분의 1정도다. 인도는 하루 에 250만 배럴을 소비, 6위에 올라있다. 인도는 소비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산업화에 속도가 붙을 경우 소비량이 크게 늘 전망이다. 국제기구가 유가상승의 직접적 요인으로 꼽는 나라가 중국과 인도다.

우리나라는 하루소비량이 216만 배럴. 소비량 기준으로 세계 9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 9위 소비국이라니 대단한 일이
다. 그러나 이는 국제유가의 상승이 있을 경우 타격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위험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일본도 기름은 거의 나지 않는데 비해 소비량은 522만 배럴로 세계 3위를 달린다. 그만큼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72만 배럴을 생산, 세계최대 산유국이지만 석유사용량은 세계 10위에 올라있다. 우리나라보다도 석유사용량이
적다.

생산면에서 사우디는 단연 선두다. 하루생산량이 1072만 배럴. 러시아는 967만 배럴이다. 세계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하루에 836만 배럴을 만들어낸다. 미국은 하루 2059만 배럴을 소비, 결국 소비가 1223만 배럴이나 많다. 이렇게 많은 기름을 쓰니 국제유가가 미국시장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기름 재고량이 줄었다고 하면 유가가 치솟고, 반대로 많다고 하면 기름 값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플로리다 주나 텍사스 주에 강풍이 불어 석유시설이 파괴될 경우 유가가 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각국의 기름소비를 보면 미국이 왜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간 회의 등에서 소 극적 자세를 취하는지 알만하다. 미국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공장, 대형건물 등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이를 정부가 나서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기가스를 엄격히 규제할 경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다. 가동률 저하는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불러와 나라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미국이 배기가스규제에 소극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고민일 것이다.

국제유가는 도대체 얼마까지 오를 것인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백 달러를 넘어서자 150달러 전망까지 나왔다. 연구원이나 투자기관 등에서 나온 수치가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나왔다.

다나카 노부오 IEA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인도의 석유수요가 지금처럼 계속 늘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두 차례나 장중 100달러를 넘어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38년 만의 일이다. 국제유가는 1970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가격을 배럴당 1.8달러로 고정 시킨 뒤 2차례의 원유파동을 겪으면서 계속 올랐다.


계속되는 유가 상승 전망

블룸버그통신은 다나카 총장이 파리에서 있은 한 기자회견에서 인도, 중국의 소비증가를 우려하면서 ‘15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고 보도했다. 그는 유가가 너무 갑자기 세 자리 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나카 총장은 그러나 전략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유가는 ‘기정사실’이고, 생산량 부족과 소비량 증가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그의 말은 유가는 이제 더 이상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가 없고, 시장기능에 맞길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유가하락을 기대하는 것보다 고유가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세계에너지 전망보고서에서 IEA는 수입원유 값을 2030년까지 배럴당 150달러로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 움직임은 2030년을 크게 앞당길 전망이다.

석유전문가들은 국제유가 100달러가 고착화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도 어쩔 수 없이 증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너무 뛰면 석유수출 감소로 수입이 오히려 줄어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OPEC는 최근 국제유가는 그렇게 높은 게 아니라고 밝혀 유가상승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자신들 입장에서 유가상승을 보았고, OPEC도 자신들 입장에서 유가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에너지 분석기관인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REA)는 2007년 11월 유가전망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2008년 평균유가를 108달러로 잡았다. 두바이유도 올 3분기께 104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가하면 독일의 에너지감시그룹(EWG)은 세계 원유생산이 정점에 이르러 매년 7%씩 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예상이 맞는다면 유가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진입할 것이다. 생산량은 줄고 수요량은 늘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가상승을 상쇄시킬 만한 요인이 없어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가를 떨어뜨릴 만한 재료가 없다는 소리다. 그의 말대로라면 유가상승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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