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뛰어든 세상- 학부모들이 학원 다시 열라고 아우성

‘유전유학(有錢有學), 무전무학(無錢無學)’, 학교 입학시험보다 학원 입학시험이 더 어렵다. 어느 학교를 들어 가는냐보다 어느 학원을 들어가느냐가 대학입시의 관건이다. 해외토픽감이 될 수밖에 없는, 지옥으로 표현되는 입시 중 입시전문학원을 빗댄 말들이다. 그러나 현직 교사가 학원 원장에게 금품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한 김포외고 사건에 보듯 교육현장은 검은 결탁과 커넥션의혹 한가운데 있다. 김포외고 사건을 놓고 현직 대형 입시학원 강사들은 “단지 재수가 없어 걸린 것이다. 입학시험 시험지 유출은 지금까지 있었던 관행이었다”며 입을 모은다. 철저한 보완이 유지되는 대학입시와 달리 비교적 허술한 고입 시험지 유출은 현직 교사나 학원 관계자들이 금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명문대 입학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입학원생 모집이 늘듯, 외고 입학률이 다음해 고입학원생 모집에 결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학원가의 불문율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가 결정적으로 드러난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사건. 그 핵심에 있었던 목동종로엠스쿨을 가봤다. 사교육시장의 폐허는 보기보다 심각했다.
“종로엠스쿨이요? 바로 거기서 다시 운영 중이에요. 그 학원이 그 학원인데요?” 예전 사건이 났던 종로엠스쿨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목동 오목역 근처 A학원 관계자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김포외고 현직교사가 목동 종로엠스쿨 학원장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입 시 문제지를 유출해 행정처분(등록말소)처분을 받은 학원이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미 한차례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학원이 계속 운영 중이라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시험지 유출사건 이후 주가 상승
“학부형들은 오히려 능력 있는 학원이라고 칭찬이 자자했어요. 외고 시험지를 빼올 정도면 원장이 능력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더욱이 입학이 취소됐던 학생들이 다시 재입학했잖아요. 최고 학원인거죠.” 이 지역 주민들은 이미 종로엠스쿨은 김포외고 사건이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고 귀띔했다. “학부모들이 아우성이었어요. 학원을 다시 열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종로학원과 종로엠스쿨, 하늘교육은 고등, 중등, 초등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목동의 사교육 1번지로 내달렸다. 그러나 얼마 전 종로엠스쿨의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사건 이후 학생들 대부분이 행정말소처분을 받은 그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기자가 찾아간 그곳에는 1m 거리를 두고 종로학원과 종로엠스쿨이 두 개의 건물에서 나란히 운영 중이었으나 종로엠학원은 ‘엠학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었다. 곧바로 종로학원으로 들어가 “종로엠학원이 어디냐고”고 묻자, 상담직원은 “바로 옆에 엠학원이 바로 종로엠학원이다”고 말했다. 이미 600여명의 기존학생들이 다니고 있었고 기존 강사 상당수도 이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강서구청 담당자는 “언론의 착각으로 보도가 나갔다.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 자료를 보냈다” 며 “종로엠학원은 지난 12월 20일
부터 1월 7일까지 학원이 비워있었으며 신정동에 위치한 학원이 중앙에이플러스 M학원이라고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1700여명 중 600여명이 권리이전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이곳에 다시 다니고 있다” 며 “실제 계약내용은 알 수 없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문제가 없다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대입전문학원인 종로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중학교 입시에 대해 문의하자 내선번호로 엠학원으로 자동 연결됐다.
상담실에서조차 “종로엠스쿨이 엠학원이다”라는 답변이다. 이들 학원의 관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었을 종로엠스쿨이 엠학원으로 바뀐 것은 포장지만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이미 목동가 학원 주변에는 구속 중인 학원장이 오는 3월중 보석으로 풀려나 화려한 복귀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일고 있다.
드러나는 밀실거래의 비밀
학원가에서는 별스럽지 않은 외고 입학시험지 유출사건. 단지 “재수가 없었다” 던 목동의 종로엠스쿨 사건은 곪고 곪아 터진 거대하고 비대하게 커버린 사교육 시장의 위치를 절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학교는 폐교해도 학원의 폐원은 있을 수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피부로 와 닿는, 2008년 대한민국 입시시장은 올해도 팽창하고 있다.
밀실거래로 돈을 주고받아 시험지가 건네지는 학교와 학원 간의 유착관계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설화가 생각날 정도로 학원 입시관계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기에 너무 힘겨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아닐까.
44년 전통의 종로학원은 지난 2005년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사장이 종로학원 지분을 상속받음에 따라 종로학원을 공정거래법상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됐다. 또 종로엠스쿨과는 다른 법인이지만 종로학원의 자회사인 이루넷이 2005년에 만든 프랜차이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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