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두유 핵심기술 빼돌렸다”

반도체에서 조선에 이르는 첨단기술 무단유출사건이 이번에는 음료부문에서 발생했다. 식품업계 라이벌인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두유 기술’ 유출문제로 맞불을 튀기고 있다. 두부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풀무원과 CJ가 이번에는 두유 제조기술 유출 문제를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
CJ 출신 연구원 김모씨가 풀무원으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자 CJ는 “기술 유출 혐의로 구속된 것만 봐도 명백한 산업스파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풀무원은 “일반화된 기술을 가지고 억지주장을 펼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가 연간 2700억원 규모의 두유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불거져 나온 싸움이라 진실공방은 민사소송까지 번질 양상이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최근 풀무원 기술연구소에 근무 중인 김모씨(36)를 전 직장인 CJ제일제당의 두유 개발 자료 530여건, 냉동케이크와 젤리 등에 관한 연구자료 2300여건 등 2800여건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했다.
풀무원이 만든 비단두유의 비밀
김씨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의 두유개발 기술 자료를 외장 디스크에 담아 빼낸 뒤 2005년 8월 풀무원 식품기술 연구원으로 이직, 신제품
‘비단두유’ 제조에 활용함으로써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기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과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받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3월 비단두유를 출시한 뒤 CJ가 8월 검찰에 고소하자 11월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CJ 관계자는 “김씨가 2002년부터 회사가 개발에 착수한 냉장두유 제조 공정 중 핵심기술을 풀무원에 빼돌렸다”며 “김씨의 구속으로 영업기밀 유출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풀무원이 주장하는 두유를 콩으로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세부적인 기술이 제품으로 나왔기에 이는 사전에 공모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며 “이직을 하면서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것만 봐도 계획적이다. 풀무원이 고액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스카웃 제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출 기술은 일반 두유공법과는 달리 콩가루에서 바로 두유를 만들어 특유의 비린내도 없고 설비비도 2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풀무원의 ‘비단두유’에 적용된 기술과 똑같다고 CJ는 주장했다. CJ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데로 피해액에 해당하는 민사소송 절차도 밟을 예정”이라며 “풀무원이 민사소송에서 책임을 덜고 금액도 줄여볼 심산으로 비도덕적인 주장을 펼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기술 유출로 지난 4년간 투자한 개발비와 신제품 미출시 등에 따른 예상 매출 손실이 50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홍보실 유인택 팀장은 “CJ가 문제 삼고 있는 기술은 해외에서 일반화된 기술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회사 측이 기
술을 이용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두유 생산을 중단한 것에 대해 원래 정식 출시한 게 아니라 동남아 수출을 위한 백화점 등에 마켓 테스트를 한 후 반응이 안 좋아서 접었다
는 것이다.
대기업 핵심 기술인력 빼가기 논란
풀무원 관계자는 “이직은 식품업계 연구원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며 심지어 CJ는 최근 풀무원 출신이 이직 후 두부 신제품 ‘행복한 콩’ 개발로 단기간에 식품연구소 초임 부장급에서 30대 상무에 파격적으로 선임됐다” 며 “업계 내 이직은 잦은 일이고 실제로 대단한 기술이었다면 본인들도 만들면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알만한 기업이 경쟁사에 흠집을 내려고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실망스러우며 계속해서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명예훼손 등의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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