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경영권 승계 ‘모락모락’
구본무 회장 경영권 승계 ‘모락모락’
  • 현유섭 기자
  • 입력 2008-01-14 13:59
  • 승인 2008.01.14 13:59
  • 호수 4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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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LG가 주식거래
구본무 회장(좌)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사위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우)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곧 출범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출자제한제도와 금산법 등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도 차기 정부가 바라는 투자와 일자리 확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태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벌총수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불법적인 방법으로 물밑 작업을 암암리에 이룰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 일부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삼성은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대한 온갖 의혹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친인척들의 대규모 거래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경영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게 하고 있다.

지난 한해 LG가의 주식거래와 경영권 승계 소문에 대한 진상과 내막을 추적했다.

재계의 친인척 지분 구조는 경제계와 시민단체들의 관심거리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국내 대기업들의 친인척 주식 거래를 분석해 보고서를 내놨다.


LG 친인척 지분율 가장 높아

공정거래위원회도 정기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내부 주식 동향을 분석한다. 내부지분율 변화 등이 경영승계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정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기업집단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4대 그룹 중 총수 친인척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LG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SK는 최태원 회장과 친족 내부 지분율이 1.59%로 3대 그룹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고 삼성은 이건희 회장과 친족의 지분율이 1.88%로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기아차 그룹과 LG의 총수와 친족 지분율은 각각 4.49%와 4.80%로 집계돼 SK와 삼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총수의 지분율을 보면 LG 1.12%, 삼성 0.28%, 현대차 2.95%, SK 1.10% 등인 것을 감안하면 LG 총수의 친인척 내부 지분율이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LG 총수 일가의 높은 내부 지분율은 지주회사의 내부 지분율에서도 잘 나타났다.

㈜LG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으로 등록된 친인척 수는 46명이다. 구본무 회장 친인척의 대부분이다. 때문에 구 회장 일가의 친족
들은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끌기 일쑤다.

국내 500대 주식부호 중 36명이 범LG그룹 일가 일원이라는 사실은 주식시장에서의 그들 일가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은 구본무 회장과 6촌인 구본호씨다. 지난해 8월 구씨가 동일철당의 지분을 대량으로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래 없는 폭등세로 인수 업체 주가가 10배가량 널뛰기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재계 2세 효과에 따는 주식 과열’이라는 지적이 나돌자 구 회장이 직접 집안 단속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두 차례 ‘비밀거래’ 내막 증폭

구본호씨가 지난해 주식시장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가운데 LG가 내부 지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주인공은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광모씨(30)와 구자경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이다.

LG의 최대주주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구광모씨는 지난해 8월31일 150만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했다. 4일 뒤에는 28만40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매입자금은 거래일자의 장내 종가를 기준으로 1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구씨는 주식 매입시가와 함께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MBA)에 입학한 것과 관련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앞서 구씨는 지난 2003년 그룹이 지주회사 체계로 전화한 후 ㈜LG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씨의 지분 확보는 지난해 공개된 LG가의 지분 변동 중 가장 큰 규모로 언론과 재계의 관심을 받았다.

구씨의 지분 대량 매입 한 달 후인 10월17일 장내에 지주회사 ㈜LG의 주식이 대량으로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졌다. 매물을 내놓은 주인공은 최병민 회장이었다.

최 회장이 이틀간 장내에 내놓은 물량은 156만주. 지주회사 지분의 1%가량 되는 물량이다.

당일 ㈜LG의 장내 거래량이 180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의 지분이 장내 거래량의 대부분인 셈이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12일 18만주의 주식은 장내에서 매각했다. 매각 시점 장내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최 회장의 매각 금액은 1500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최 회장의 지분 전량 매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증권계 일부에서는 지주회사 매각을 통한 LG와의 거리 두기와 자금 마련에 의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한꺼번에 지분을 털고 일어서는 사례가 좀처럼 찾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주식 전량 매각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처지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LG카드 부당 주식 거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2003년 4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음에도 연말 추정손실액이 1조3000억원에 이르러 다시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가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라는 미공개정보를 알아내 주식을 미리 처분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최 회장에게 벌금 225억원이 선고됐다.

반면 일부에서는 지주회사 지분 1%이상이 현금화 됐다는 점을 감안 자금의 경로에 대한 의혹의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이수정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장내 매매이기 때문에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재벌 일가가 대량으로 시장가격에 주식을 내놓는 일은 드문 일”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현유섭 기자 HYS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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