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
신격호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1-10 14:34
  • 승인 2008.01.10 14:34
  • 호수 71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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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편법증여 논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호되게 맞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오후 느닷없이 ‘결손기업’ 딱지를 달고 있는 계열사 4곳에 수천억원 상당의 주식을 몰아준 게 화근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열사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자
회사를 도와줄 경우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해당 회사 4곳 모두 공교롭게도 신 회장 자녀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편법증여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자란’ 회사를 통해 ‘돈 한 푼’ 내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여 무자년 정초부터 액땜을 제대로 치르고 있다.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결손기업을 이용,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넘겨준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2007년 12월 31일 신격호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주요 상장사 주식지분을 △롯데미도파 △롯데후레쉬델리카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등 계열사 네 곳에 고루 나눠줬다.

이들 네 곳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결손 기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미도파는 이날 신 회장으로부터 ▲롯데제과 2만6437주를 포함 ▲롯데칠성음료 5만8250주 ▲롯데삼강 4만7180주 ▲롯데알미늄 6만2407주 ▲롯데리아 3만450주 ▲롯데캐피탈 41만6000주 ▲롯데상사 1만3753주 등 모두 1716억원어치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

신 회장의 ‘선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보다 앞선 2007년 12월 28일 신 회장은 48억5600만원 상당의 롯데로지스틱스(주) 주식을 세븐일레븐 납품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에 선뜻 내줬다. 또 같은 날 제빵업체인 롯데브랑제리에겐 롯데건설 주식 133억2800만원 어치를 거저
주기도 했다. 이어 27일엔 롯데건설 4만8100주(50억원 상당)를 롯데알미늄에 넘겨줬다.

2007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신 회장이 이렇게 해서 나눠준 주식총액은 1948억원. 재산상속이 목적이었다면 신 회장은 약 880억원(총액의 45%)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신 회장은 단 한 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해당 회사들이 결손법인인 까닭에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받는 기업이 결손법인이면서 그 대주주가 법인체면 증여세를 면제 받는다.


주식증여 편법 상속용?

이에 재계 일각에선 “법을 교묘히 활용해 부의 편법세습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해당 회사들 모두가 신 회장 자녀들과 끈끈한 연관을 맺고 있어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는다.

주식증여에 대한 석연찮은 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롯데미도파는 지난해 말까지 약 1700억원의 결손이 생겼다. 이는 신 회장이 롯데미도파에 준 1716억원 상당의 주식 값과 맞아떨어진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자녀들에게 자산을 물려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는 또 있다. 이번 증여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이 다름 아닌 신 회장의 두 아들이기 때문이다.

롯데미도파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롯데미도파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이다. 이 회사는 롯데미도파 주식지분 79%를 갖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14.58%)과 차남 신동빈 부회장(14.59%)이다.

롯데브랑제리 주식 90.9% 또한 두 형제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쇼핑이 갖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호텔롯데(12.3%)와 롯데쇼핑(5.1%)이 지배한다. 호텔롯데는 다시 일본롯데(19.2%)가 최대주주다. 롯데후레쉬델리카 역시 호텔롯데가 27.1%로 최대주주다.

특히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경우 신 회장과 서미경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씨가 주요 주주로 있어 눈길이 쏠린다.

이번 증여에 앞서 유미씨는 롯데관계사인 일본 미쓰이물산으로부터 롯데후레쉬델리카 주식지분 9.3%를 넘겨받았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편법증여 논란에 대해 “결손법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롯데 쪽 관계자는 “과거에도 신 회장이 결손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여러 차례 사재출연을 한 바 있다. 지금은 법인세를 못내는 결손기업들이 증여 후 건전하게 되면 이번에 면제받은 증여세 이상의 법인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레쉬델리카의 경우엔 결손법인이라도 특수관계인(딸)이 대주주인 만큼 4억원은 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개별기업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할 순 없지만 결손기업을 이용한 편법증여는 주식거래변동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낼 것”이라고 말해 국세청이 곧 조사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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