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신차발표 현장
현대·기아자동차 신차발표 현장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1-10 14:32
  • 승인 2008.01.10 14:32
  • 호수 71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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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손님’들로 북적 북적

1월 3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동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에 하얀색 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한 노년여성이 입장했다. 이날 기아자동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하비’ 출시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 좌석 둘째 줄 모퉁이에 자리잡은 이 노년여성은 모하비를 덮은 붉은색 장막이 벗겨지자 그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오래오래 박수를 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여성이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의 어머니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행사가 끝날 때 쯤 앞줄에 앉아 있던 정 사장이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정화(69) 여사는 그런 사람이다. 국내 재계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자신의 남편이지만 그녀는 칠순이 가깝도록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기아차의 한 측근은 “아들이 2006년 사장자리에 올라 ‘디자인 경영’을 내거는 등 열심히 뛰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격려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이 여사가 신차발표회장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사장은 1남 3녀 중 막내다.

이 여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룹 임원들조차 출생지나 취미조차 잘 모른다. 실향민 딸로 정몽구 회장과 연애 결혼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서울 숙명여고 출신으로 혼인 후엔 조용히 내조하는 데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위 동서인 이양자씨가 1991년 지병으로 세상을 뜬 뒤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자임했다.

2006년 8월 조카인 정대선씨가 결혼할 땐 손수 하객들을 맞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이 1990년 별세한 뒤 남편인 정 회장과 함께 정씨를 아들처럼 돌봤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엔 매일 오전 4시 전에 일어나 서울 청운동 시댁을 찾아 시어머니 변중석 여사의 아침식사 준비를 거들었다. 지난해 8월 돌아간 변 여사의 병수발도 그의 몫이었다.

이 여사의 생활관은 시어머니인 변 여사 성품을 꼭 빼닮았다. “언제나 조심스레 행동하고, 겸손하고, 남의 눈에 띄는 일을 하지 말라”는 시어머니 말을 철칙으로 여겼다.

때문에 변 여사는 정 명예회장을 내조하며 현대란 세계적 기업을 일구게 한 숨은 조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이정화씨 등의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2008년 들어 처음 선보이는 모델인데다 가족들도 모하비에 대해 관심이 많아 자리를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하비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특별손님’은 또 있다. 파업의 대명사 기아차 노조집행부가 바로 그들이다. 김상구 금속노조기아차 지부장을 비롯, 20여 노조원들이 참석한 것.

김 지부장은 단상에 올라 “열심히, 정말 열심히 모하비를 만들겠다. 디자인과 승차감, 힘 등 모든 면에서 어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비해서도 최고”라며 모하비 구매를 강력 추천했다.

노조간부가 신차발표회장에 참석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직접 단상에 올라가 ‘연설(즉석 세일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 지부장은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열심히 만들겠다. 고객들이 기다리지 않고 제때 차를 만들어 전달하는 등 최고의 생산·판매·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사발전에 노조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있어 김 지부장의 연설에 기아차 노사 모두 고무된 상태다.

이와 관련, 기아차는 “김 지부장의 연설문을 놓고 보면 올해 기아차가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사가 하나 되면 기아차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장엔 정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맏딸이자 정의선 사장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 사장 부인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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