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 시행 5년 대차대조표
“복권은 세금 가운데서도 가장 역진적인 세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지만 정작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지는 않는다.” 복권에 대한 냉철한 이야기를 한 미국 위튼대학 데이비드 니버트 교수는 ‘복권의 역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의 이러한 이론이 사실이 됐다. 2002년 12월 저소득층 국민들의 중산층 진입의 꿈. 희망의 전표인 로또가 부실, 의혹의 가운데 서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장의 지폐를 가지고 일주일간 희망을 담보로 기다렸을 행운의 숫자 6자리. 5년간 14조의 수익 중 공적자금으로 쓰여야했던 7033억원이 증발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라 불리는 로또 사업의 책임은 개인에게 돌아갔다. 배임죄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업무처리나 회계사무소의 부실한 업무수행도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에 따른 것이니 전문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개발사업재원조달, 녹색자금조성,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등 공공부문에 쓰였을 7033억 원이 시스템사업자인 (주)KLS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금고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피해자는 지난 7년간 로또를 구입했던 국민들이었던 것이다. 용두사미로 끝난 로또 비리수사. 가벼운 주머니를 털게 했던 희망의 티켓이 분노의 티켓이 된 로또. 그 기막힌 이야기를 추적해본다.
“로또 매출액이 추정 매출액을 상회할 경우 시스템사에게 부당하게 이득이 귀속되고 그만큼 공적자금이 소실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복권사업사무를 처리, 공적자금에 7000억여 원의 손해가 돌아간 점이 인정된다.” 이밖에 “시스템 사업자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기구인 복권협의회는 의제가 있을 때만 간사기관인 건설교통부의 회의 소집 통보에 의해 비정기적으로 회의가 개최되고 회의에 참가하는 공무원들도 대부분 순환보직 일환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해 담당자의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해 12월28일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1년 넘긴 검찰수사 용두사미 결론
지난해 8월부터 로또복권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의 수사의뢰까지 받아 수사를 벌였던 검찰이 사건의 실체는커녕 관련된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굳건히 챙겨주고 당시 국민은행 복권팀장인 실무자에게만 형량을 부여한 셈이다.
용두사미가 된 사건의 의혹은 로또의 시작과 함께 했다. 처음 시작은 2001년 1월부터다. 사업의 7년간의 매출은 5조 4천억 원으로 시스템 사업자의 수수료율은 9.205%로 책정했다. 이에 9.523%를 써낸 KLS가 위너스 컨소시엄을 누르고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다. 위너스 컨소시엄이 공정성을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KLS 컨소시엄의 일원이었던 안철수 연구소 CEO가 사업시행자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로 활동한다는 이유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개입설과 맞물려 확대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및 감사원의 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또 로또의 표면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사업자 선정당시 국민은행이 KLS에게 약정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가 문제가 된 것이다. 9.523%의 약정 비율은 해외 로또사업과 비교해 2~3%가 높은 수준이었으며 로또는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로또는 당초 예상보다 10배정도 높게 판매가 치솟으며 KLS는 한때 영업마진이 69.2%에 이르기도 했다. 로또는 시작된 2002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5년 동안 14조 2252억 원이라는 매출액을 올렸다. 매회 천문학적인 자금의 유입이 되는 사업의 수수료 1%는 엄청난 금액이다. 뒤늦게 정부와 국민은행이 일방적으로 최고 한도를 4.9%로 인하해버렸다.
국민은행 역시 KLS측에 수수료를 3.15%만 지급했다. 이에 KLS는 2004년 5월 국민은행 측에 한 달 치 수수료 차액인 195억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탄력을 받은 KLS측이 2004년 6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31개월 치 약정 수수료 차액인 4458억 원을 지급하라며 추가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자 선정, 정관계 로비, 고율 수수료 미궁
그러나 정부와 국민은행은 1차 소송 패소 이후 곧바로 항소에 들어갔고, 2006년 8월에는 KLS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은행과 KLS의 부적절한 고율 수수료 담합으로 오히려 정부가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다.
로또의 당첨금은 판매금액의 50%다. 1천 원짜리 복권 중 500원은 운영비와 공익기금으로 쓰고 500원이 당첨금으로 쓰인다. 운영비는 국민은행, KLS, 소매점이 나눠 갖는다.
그러나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와야 할 기금이 사업체에게 돌아갔다. 재판부는 사업 정책 실패를 말했으면서 정착 의제 간사 기관인 건설교통부와 복권협의회에 게는 전문지식 부족과 순환근무라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지난 7년간 국민들이 냈던 14조. 지친 하루살이 희망의 끈이라도 잡아보자는 국민들의 얇은 지갑에서 나오는 피처럼 고귀한 노동의 대가이었으며, 피 같은 기금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고스란히 피해가 되돌아 왔다. 사업자 선정 특혜, 정관계 로비, 고율 수수료 책정 등 로또의 3대 의혹은 여전히 미궁이다. 로또는 여전히 대박이고 국민들의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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