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2008년 세계 경제
미리 본 2008년 세계 경제
  • 정우택 기자
  • 입력 2008-01-08 10:45
  • 승인 2008.01.08 10:45
  • 호수 3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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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위험요서 수두룩

새해 세계경제는 어떻게 펼쳐질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에 대한 5가지의 경고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침체 △거품붕괴 △주가급락 △애그플레이션 △심각한 변동성 등이 국제 금융시장을 위험 요소라는 것.

그러가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월 31일 ‘2008년 예측’을 통해 세계증시 하락이 불가피하고 유가는 사상 처음 배럴당 1백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비관적 내용을 내보냈다. 하지만 FT는 세계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WSJ과 상반된 내용이다.

WSJ경고는 세계 각국의 경제운용 책임자는 물론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금융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좋은 경제가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꼭 이런 5가지 위험요소가 생길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위험한 일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거품붕괴 대비해야

지난해 하반기엔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미국경제를 뒤흔들었다.

서브프라임의 파고에 휩쓸린 미국경제는 유럽, 아시아 등 세계경제에도 큰 걱정거리였다. 주가를 떨어뜨리고, 경제 불안을 키웠다.

지금도 완전 해결되지 않고 미국은 물론 세계금융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잠재적 악재로 남아있다.

WSJ은 2008년 세계경제를 진단하며 경기침체를 가장 앞부분에 내놨다. 그만큼 경기침체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WSJ 말고도 세계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많다. 학자들 역시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부장관은 경기침체 확률을 절반으로 보고 있다.

그린스펀이나 서머스 같은 전문가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절반으로 잡고 있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경기침체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다.

경기침체는 서브프라임 파문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 서브프라임 파문은 반대로 증권시장에 검은 월요일, 검은 목요일, 검은 금요일을 차례로 불러올 것이다.

서브프라임 파문은 미국경제를 강타하고 결국엔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금융시장 불안을 불러오게 된다.

불안한 금융시장은 소비부진, 금리인상, 산업생산 감소, 물가인상을 가져온다. 소비부진과 소득감소는 서브프라임사태를 또 악화시킨다.

악재들이 돌고 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최근 발표된 지난해 11월 소비지표가 다소 좋은 것으로 나타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좀 덜긴 했지만 주택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받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단순히 끝날지, 아니면 WSJ 진단대로 현실로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거품붕괴는 정말로 큰일이다. 부동산 거품, 주식시장 거품, 펀드투자 거품 등 대형 거품들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과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이런 위험에 부딪혀있다.

이들 거품은 서서히 빠지는 게 아니다. 고무풍선바람 빠지듯 갑자기 빠져 문제가 더 심각하다. 거품이 빠지는 속도보다 그에 따른 파문은
몇 배 더 빠르고 크다.

부동산시장 거품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무너지면 금융시장도 함께 붕괴된다.

부동산거품이 서서히 빠지도록 하는 정책이 나와야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파문도 결국은 부동산시장이 무너지는 초기단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WSJ은 이머징마켓 붕괴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2007년 10월까지 미국 외의 지역 주식에 투자한 뮤추얼펀드에 2730억 달러가 흘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선 97억7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상투’ 아닌 ‘칼날’ 잡을 수도

이 말은 돈이 신흥시장에 몰렸다는 뜻이다.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 돈이 몰린 것은 이들 시장에 그만큼 거품이 끼어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2007년 들어 33% 올랐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8.7% 오르는데 그쳤다.

이머징마켓 중 특히 중국 주가가 54%, 인도가 60% 가량 올랐다. 쉽게 말하면 풍선처럼 부풀었다는 뜻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열풍을 넘어 ‘광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륙이 떠들썩했다.

이번엔 WSJ이 우려를 나타냈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물론 세계 금융기관들로부터 거품이란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세계주식시장은 주가급락을 늘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 경기침체와 거품붕괴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경기침체와 거품붕괴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게 바로 주가하락이다. 사태가 심하면 주가급락현상이 나타난다.

주가하락은 WSJ과 FT가 동시에 경고하고 있다. WSJ은 자칫 많은 투자자들이 ‘상투’보다 더한 ‘칼날’을 잡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상투를 잡으면 머리만 잘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칼날은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그만큼 상처가 클 것이란 의미다.

특히 경치침체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는 주가가 떨어져도 ‘어느 선’을 마지노선으로 잡을 수 있었는데 경기침체와 거품붕괴로 인한 주가급락 땐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월가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 투자전략가는 위험을 막기 위해선 자본금 규모가 큰 건강, 소비재 관련주식, 안전채권에 투자하되 유럽과 같은 선진화된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부로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산물 값 상승으로 비롯되는 애그플레이션도 걱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과 옥수수 등을 이용한 에탄올 연료가 농산물 값을 올리고 있다. 가뭄과 폭우는 농작물의 작황부진을 불러온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유럽 각국 등지에서 옥수수, 콩 등의 농산물과 산림자원을 바이오에너지개발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 농산물값 인상은 물론 산림자원의 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


유가 100달러 돌파 기정사실화

실제 사례로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비자 식품 값이 1년 전보다 4.8%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18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 이런 추세로 식품값이 오른다면 경기침체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는 게 WSJ 지적이다.

WSJ이 지적하진 않았으나 천정부지로 오르는 국제유가도 언제든지 세계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배럴당 90달러를 좀 넘고 있지만 언제,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잠재적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FT는 100달러 돌파를 기정사실화했다.

국제유가는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만을 강타해도 값이 갑자기 뛰고 석유수출국기구 (OPEC) 각료들이 생산량을 동결하거나 줄인다고 말 한마디만 해도 값이 뛴다. 중동이나 남미 등지에서 정치적 불안사태가 터져도 값이 오른다. 일부에선 국제유가가 너무 많이 올라 절대로 100달러는 넘지 않는다고 하지만 유가가 얼마나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늘 유가상승에 따른 경치침체를 염두에 둬야한다.

주식투자도 이런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WSJ지적대로 칼날을 잡을 수 있다.






정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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