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인가, 골칫거리인가?
드로핑(dropping)은 골칫거리인가, 새로운 마케팅인가. 미국 유통업체들이 드로핑족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드로핑족은 말 그대로 자신이 알리고 싶은 물건이나 상품, 주장 등을 유명쇼핑센터 진열대에 몰래 두고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자신들 물건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매장에 슬쩍 놓고 가는 얌체 드로핑족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업주들이 이들 드로핑족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도 이미 성행
드로핑족 속셈은 돈 들이지 않고 자신을 알리는 것. 잘 마련된 다른 사람들의 진열대를 이용한 ‘무임승차’인 셈이다.
드로핑족 수법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게 자신이 만든 카드를 웹사이트 주소와 함께 문구점에 놓고 가는 경우다. 그런가하면 베스트셀러나 신간서적에 슬쩍 깨워 넣어 자신을 알린다. 자신이 만든 상품이나 회사제품을 월마트 같은 유명유통업체의 매장 진열대에 올려놓기도 한다. 물론 점원이 보지 않는 사이에 놓고 간다.
새로운 음료수를 만든 경우 이를 알리기 위해 유명음료가 놓여있는 진열대에 자사제품을 몰래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쇼핑객들은 유명음료를 사기위해 왔다가 새로 나온 음료도 보게 된다.
새 음료가 맘에 들면 가져가면 된다. 불법이지만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약한 드로핑족에겐 해볼 만한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클랜드의 한 예술단체가 최근 샌프란시스코 월마트에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면 지구에 평화가 온다는 과격한 문구가 새겨진 옷을 놓고 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경우는 종교 관련서적 진열대에 다른 종교를 비난하는 책자나 인쇄물을 놓기도 한다.
드로핑족은 실제 국내 유명서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서점의 신간코너나 베스트셀러코너엔 카드를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책표지에 ‘견본’ ‘조심해서 보세요’란 스티커를 붙여 사람들 눈을 끌고 있다. 또 많은 사람이 책을 들었다 놨다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일부러 손때가 뭍은 책을 진열하기도 한다. 물론 서점에서 하는 게 아니다. 출판사에서 영업사원을 통해 하고 있다. 서점이나 출판업계 사람들은 알지만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 독자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제법 재미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각종 구인·구직광고나 홈페이지 제작, 상품 소개서 등을 출입문 틈에 끼워놓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것도 크게 보면 드로핑에 해당한다.
수많은 지하철승객에게 무차별 적으로 알리고 싶은 내용을 알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문에 꼽혀있는 전단지나 광고지를 보고 전화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드로핑족은 손쉽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신의 상품을 알릴 수 있지만 서점이나 쇼핑센터에서 볼 땐 보이지 않게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다.
엄연한 불법행위지만 적발하기도, 처벌하기도 쉽잖다. 드로핑족이 놓고 간 물건들은 아무나 가져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드로핑을 이용한 틈새 마케팅이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젊은이, 여성, 기술은 있으나 자금력이 없는 영세사업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보려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성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드로핑에 대해선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불법행위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난다. 드로핑이 21세기의 새로운 마케팅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법행위지만 그로 인해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정우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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