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전쟁’ 시작되나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전쟁’ 시작되나
  • 장익창 기자
  • 입력 2008-01-03 10:39
  • 승인 2008.01.03 10:39
  • 호수 714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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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둘러싸고 범현대가 격돌 예고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기업인수합병(M&A)시장의 최대어인 현대건설 매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 주인을 놓고 범현대가의 일대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현대건설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현대중공업, 현대그룹을 꼽아왔다. 그룹의 모태였던 현대건설을 현대가가 아닌 다른 곳에 넘길 수 없다는 범현대가의 자존심이 강한 인수 의지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 12월말 현재 시가총액만 9조8000억원에 이르는 현대건설의 매각절차가 본격화 되면 인수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현대기아차그룹, KCC그룹간의 연대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반면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다른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필사의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는 1965년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성공신화를 일궈가며 1977년부터 1992년까지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지냈다.

이 당선자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직접 입김을 불어넣지는 않더라도 정부 국책은행이자 최대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이 알아서 몸을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현대건설은 2006년 5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나 채권단으로부터 '옛'사주 책임 문제가 불거지며 매각이 지지부진해 왔다.

재계 인사들로부터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늦춰질 경우 이 당선자 이름이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어 상반기 중 인수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대상기업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현대중공업그룹. 이 그룹은 조선업 호황에 따라 2003년부터 막대한 현금을 쌓아가고 있다. 인수자금과 관련한 ‘실탄’만 5조원 이상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범현대가 현대중공업 중심 연대 가능성

재계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기아차그룹 및 KCC그룹과 연대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과 KCC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자금여력이 부족하지만 현대건설이 범현대가 외의 다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몽준 의원이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직접 인수전을 주도할 수 없기에 범현대가와의 연대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증권가에선 KCC가 지난해 10월 22일 교환사채발행을 통해 마련한 1조원의 자금 중 일부가 현대건설 인수전 ‘실탄’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0월 25일 현대자동차 주식 지분 1.5%를 사들인 것도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주고 현대건설 인수협조를 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현대건설 인수엔 두 가지 사안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예상을 깬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될 경우 새 정부로부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

이르면 새해 1월말 인수대상기업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일절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던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월 인수의향서를 내며 시장을 당황하게 했다.

M&A 한 전문가는 “조선업의 경우 수년 내 불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사업구조 중 조선업 비중이 50%에 달해 편중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불거질 특혜의혹과 관련, 재계 일부에선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로부터 대형M&A가 이뤄질 때마다 늘 특혜논란은 있어왔다. 그러나 곧 무마되곤 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새 정부와 매각담당자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현대건설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는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 대한통운인수는 매각절차에 따라 참여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그룹, 사활 건 투쟁 벌일 듯

현대그룹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며 대북사업의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그룹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못할 경우 또다시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드러내는 의지라는 풀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11월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다. 2006년 4월엔 시동생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집중 사들인 것을 비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확보에 온힘을 쏟았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상선의 지분 중 현 회장의 우호지분은 45.89%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엔 충분한 지분”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내외 환경의 변화다. 현대상선 지분과 현대중공업 쪽은 25.47%를 갖고 있다.

범현대가 지분은 KCC 5.90%, 현대백화점 4.83% 등 10.73%다. 특히 현대그룹과 경영권분쟁을 벌인 KCC는 환경이 달라지면 언제든 현대중공업 편에 설 수 있다.

또 현대상선 주식을 가진 우리은행(2.10%)과 현대건설(8.30%) 지분문제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73%를 보유, 사실상 정부소유란 점이다.

현대건설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14.7%로 최대주주이고 우리은행이 14.42%로 2대주주로 외부환경변화에 따라 현대중공업을 지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에게 있어 현대건설은 도약의 기회이자 경영권을 쥐고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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