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새 정부 출범 주목받는 그룹총수들

쥐띠해인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호’ 출항으로 쥐띠 재계 총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쥐띠 재벌그룹 총수는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1936년생), 허창수 GS그룹 회장(1948년생), 최태원 SK회장(1960년생), 이재현 CJ그룹 회장(1960년생) 등이 있다. 정 명예회장 아들인 정몽진 KCC 회장(1960년생) 역시 아버지와 같은 쥐띠다. 또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정도언 일약약품 회장, 허동섭 한일시멘트 회장,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도 1948년생 쥐띠로 올해 환갑을 맞는다. 쥐띠 재계CEO들로는 남용 LG전자 부회장, 이기태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 양해경 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 사장 등이 1948년생으로 동갑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인 쥐띠를 맞아 한 차원 높은 비상을 꾀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예부터 쥐는 곤경에 빠졌을 때 지혜롭게 위기를 이겨내는 동물로 묘사돼 왔다. 12간지 풀이를 보면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매우 부지런하고 절약가로 알려지고 있다.
신중하고 완벽주의자이나 일단 목표를 정하면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쥐띠 해를 맞는 기업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고유가, 인건비 상승, 환율 하락이란 악재 외에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로 자금줄이 마르고 금리는 치솟고 있다.
경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새 정부와 함께 위기를 영리하게 헤쳐 나가는 쥐띠 재계총수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 "창립 50돌 실리콘사업 주력"
범 현대가의 창업 1세대이자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은 그룹을 글로벌 정밀화학기업으로 일궈낸 주인공이다. 그가 세운 KCC는 올해 창립 50돌을 맞는다.
KCC는 2012년까지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한해 실리콘 생산규모를 20만 톤으로 늘려 세계 4대 실리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실리콘이 50년간 KCC를 먹여 살리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업분야에 대한 씨앗과 자양분을 뿌려왔다.
정몽진 KCC 회장도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과는 24살 차이로 같은 띠다. 앞으로 두 쥐띠 부자의 실리콘사업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허창수 회장 "재계 톱 5 위상 확보 주력"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010년까지 ‘재계 톱5’의 위상확보 실현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사업과 미래성장엔진 개발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GS칼텍스는 기존사업에 대한 역량강화, 유전개발, 신에너지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또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유전개발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편의점인 ‘GS25’ 3000점포 달성 등 신규매장확대에 경영을 집중시키고 GS홈쇼핑은 전자상거래와 뉴미디어부문 경쟁력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GS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시장 시장점유율 확보와 주택을 포함해 이미 확보된 수주물량관리를 강화한다.
해외사업으론 베트남사업 마무리와 캄보디아 등 신규시장사업도 추진한다.
한편 새 정권출범과 함께 올해는 초대형기업 인수합병(M&A)이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그간 GS그룹이 관심을 가져왔던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과 관련, 허 회장은 “인수 값이 비싸다”며 유보의 뜻을 내비치곤 했다.
신중하고 보수적 경영자란 평가를 받아온 허 회장이 올해 얼마나 공격적 행보를 벌일지도 관심사다. 최태원 회장, "지주사 체제 경영 주력"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 바꾼 SK그룹은 올해 새 지배구조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데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지주회사 출범에 맞춰 사별 책임경영과 시스템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계열사 조직이나 사업체계를 수출주도형으로 변신시키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의 글로벌 수익구조변신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SK는 올해도 ‘무자원 산유국’을 선도하고 휴대폰, 노트북PC, 로봇 등에 동력을 전달하는 리튬이온 2차 전지의 핵심부품인 ‘분리막(LiBS)’을 차세대사업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수소스테이션, 2차전지 등 대체에너지사업에도 나서며 ‘포스트 석유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콘텐츠사업도 강화한다.
한편 최 회장에겐 지주사 전환에 따라 금융계열사인 SK증권 처리문제,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 일가의 계열분리 등도 매듭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 "내수에서 글로벌기업 도약의 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그간 내수그룹으로의 면모를 벗어나고 ‘글로벌 기업’ 도약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모 회사인 CJ제일제당의 2013년 창립 60주년엔 △매출 10조원 △영업 이익 1조원 △해외매출 비중 50% 이상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이 회장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대한통운 인수여부다. 삼성으로부터 분가할 때 CJ그룹 계열사 수는 3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10여 회사에 이르고 있어 이 회장은 ‘M&A 귀재’ 칭호를 받아왔다.
그가 최근 2~3년간 M&A시장에서 뜸했지만 장시간의 준비 끝에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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