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케이크 운송, 보관…

‘제빵 공룡’ 에스피씨(SPC)그룹의 인기 계열사 파리바게뜨가 지난 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케이크를 불법 보관 운송해 물의를 빚은 후,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물류센터와 대리점에서 자행된 무책임한 상온보관과 식중독 위험 등 문제점과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소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지난 해 12월 1일부터 전국 1600여개 매장에서 24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이번 대목을 위해 파리바게뜨는 유통기한 5개월의 냉동식품으로 품목 허가받은 케이크를 2~3개월 전부터 100만 여개를 생산해 냉동 창고에 보관해 왔다. 그 후 전국 7개 물류센터로 분류된 후 해당 점포들로 배송됐다.
케이크 1백만개 중 문제된 게 몇 개?
그 중 인천 동구 만석동 만석부두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처음 문제가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SBS 뉴스보도에 따르면 갑자기 늘어난 물량 때문에 냉동 창고에서 작업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 결국 야외 창고를 빌려 크리스마스케이크 3만여 개의 분류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섭씨 영하 18도 이하에서 냉동 보관해야 할 케이크가 상온에 장시간 노출됐으며 이중 1만개는 수거됐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의 늦장 대응으로 이미 2만개가 인천 서구 지역 점포로 보내져 대부분의 케이크가 판매 됐으며 겨우 3200개만이 리콜 조치돼 회사 창고에 보관중이다.
물류유통에서 상온 보관으로 물의를 일으킨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해 서울시내 매장들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냉동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점포 안팎에 쌓아놓고 상온에서 노출시킨 후 대량으로 판매했다.
지난 해 12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의 평균기온은 최저 -2도에서 최고 10도로 포근한 날씨를 유지한 것을 감안할 때 무방
비로 대처한 이번 행동은 제빵 대표기업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또 식중독 등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상 품목허가를 냉동식품으로 받은 케이크는 2차 가공이 필요할 때만 상온에서 보관 후 가공을 거쳐 냉장판매를 해야 한다. 만약 가공단계가 없이 상온에서 보관 후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일부 매장에선 이를 지키지 않았고 가공단계를 거치지 않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상온에서 보관 방치한 후 버젓이 판매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상온에서 그대로 판매한 이번 사건을 두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며 분개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불매운동 해야 한다, 비양심 파리바게트다, 예전 우지파동 일으킨 삼양라면이 생각난다, 케이크의 빵과 크림은 버터, 우유, 계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잘 상하는 제품이다, 반성이 필수다’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멈추지 않는 소비자 불만사레
이번 사태에 대해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판매 대리점에서 가공단계 없이 상온판매가 됐다면 문제가 있지만 2차 가공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상온보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가공 없이 판매된 이번사태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의 입장을 묻자 “판매한 대리점이 있는 것 같다. 대표가 아니기에 본인이 말할 사항이 아니다. 다만 제발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 그동
안 대리점들을 매년 교육했으며 매뉴얼 까지 배포했다”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중고를 격고 있는 파리바게뜨를 두고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매장에서 냉동 케이크에 장식한 것은 2차 가공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런 부분 까지 묶어 가공이라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냉동보관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제빵 업체는 성탄절 대목을 2∼3개월 앞두고 케이크를 생산해 냉동보관하다 점포에서 해동시켜 완제품화한 뒤 상온 또는 냉장보관하다 판매한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법적 조치와 관리의 중요성이 절실히 드러났다.
한편 경인지방 식품의약안전청은 식품위생법상 보존과 보관기준을 위반했는지 조사해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던킨도너츠의 미신고 식품사용과 분리수거실태 불량에 이어 벌어진 이번 사태를 제빵 공룡 에스피씨(SPC)그룹이 어떻게 해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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