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능 돌발변수 몰아쳤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0.1%의 선택된 계층이라 불리는 재계 총수들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회장들은 올 한 해 웃고 울었다. 그러나 2007년은 유난히 뜻하지 않은 천재지변과 돌발변수가 몰아친 한 해였다. 보복폭행사건에 휘말려 옥중에 갇히기도 하고 경영권 승계 및 탈세와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들의 성원이 담긴 세계대회 개최에 뛰어들어 명암이 갈린 경우도 있다. 뜻밖의 선물도 있었다. 방북단 명단에 끼어 방북해 대북사업 기초를 닦기도 했다. 올 한해 각 재계 총수들의 머리위로 떠돌아 다니며 예측조차 힘들었던 국지성 폭우. 그 불운을 피해갔거나 그로 인해 한해 농사를 망쳐야했던 회장들의 지난 한 해 기상도를 살펴봤다.“검사님 라이트 레프트로 몇 대 때렸습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전 회장은 차남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을 보복 폭행해 전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결국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받고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과 함께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얼마전 회장직도 사임하고 가죽장갑이 아닌 앞치마를 두른 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그에게 봉사활동에 흘리는 땀방울만큼 폭우가 세차게 몰아친 것이다.
이건희, 김승연- 천둥 번개 동반 태풍주의보
정몽구- 찜통더위 속 단비, 조석래-날씨 화창
“아들아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려주마.” 또 아들이 말썽이다.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기자회견과 삼성 에버랜드 편법 전환사채 사건.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삼성은 이 같은 의혹을 막기 위해 정 ·관·법조계에 전 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를 위해 거액을 비자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삼성 SDS, 등 일부 계열사의 압수수색으로 번졌고 대선이 끝난 내년 상반기까지 특검이 지속돼 삼성 경영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배에서 기름이 유출되듯 펑펑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삼성 이건희 회장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태풍주의보 상태다.
“8천 400억원의 사재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겠습니다.” 정몽구 현대 기아자동차 회장도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사장에게 계열사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돈 693억 원을 횡령하고 비자금 1034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기사회생 행운이 찾아왔다. 예상 관람객만 800만명, 1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5조3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등이 기대되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성공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영에도 파란 불이 켜졌다. 그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 속 단비를 맞아 모처럼 시원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겹경사 표정관리 안되네.” 도저히 함지막한 웃음을 감출 수 없는 2007년 대박행진이 연속 터지고 있는 사람은 효성그룹 조석
래 회장이다.
창립 41주년을 맞은 효성은 올해 그룹 전체 매출 6조원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조회장은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 19일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와 사돈지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효성의 주식도 날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뛰어든 3명의 아들농사도 비교적 잘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TX, 강덕수 GS칼텍스 허동수
유진그룹 유경선- 맑고 쾌청
누구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줘도 손색이 없어 앞으로 후계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효성의 조회장의 하늘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나들이에 적당한 화창한 날씨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
다. 지난 방북 때 젤리시계와 튀는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의 젊은 총수, 이른바 재계의
‘뉴 리더’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SK그룹의 계열사 수가 55개에서 64개로 9개가 늘어나 계열사 증가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에너지 등 전형적인 내수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SK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이처럼 재계 CEO에게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던 국민들의 최 회장에 대한 호감과 회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평년수준보다 더 따스한 날씨를 보여 예년보다 더 많은 가을철 작물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 내가 일으켜 세우겠다.” 회장들의 온갖 눈에 띄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 있다.
허동수 GS 칼텍스 회장은 남들보다 과감한 투자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LG그룹과 분리한 뒤 2년 만에 재계 자산 순위 6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자리 잡은 것.
공식 출범이래 현재 48개 계열사의 자산 규모가 25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쪽집계 과외를 받은 것도 아닌데 5년만에 재계 20위권이다” STX 강덕수 회장도 올해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비약적 발전을
했다.
중국 생산기지건설에 나서 3월 중국 다렌에서 STX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가졌고, 10월에는 세계 중국최대크루즈선 제조업체인 노르웨이 아커 야즈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하며 재계 20위 그룹으로 변모했다.
“재계 새로운 신흥그룹 탄생이다” 지난 한해 경제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그들의 발 빠른 몸집 키우기가 또다시 재계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2007년 지난 한해만 로젠 택배, 서울증권, 한국통운, 한국 GW물류 등의 7개의 기업을 인수를 포함, 최근 2기 로또사업권을 따냈다.
단순히 영양제과공업으로 시작해 군납 건빵을 생산하다 인수합병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GS칼텍스, STX, 유진그룹 모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시원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거목 그들은 지금…
‘화려한 컴백’ 와신상담
손길승 전 SK 회장,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정몽혁 전 현대 정유 사장 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부실경영, 정경유착 등 불명예스러운 일로 현역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길승 전 회장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8개월가량 수감생활을 마치고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최근 출간된 SK 50년사 편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생 숙원 사업이었던 SK 50년 사사를 직접 교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은 지난해 평화자동차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북한과의 사업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에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빈소를 찾았고, 10월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모든 재산이 가압류 돼있어 차남의 명의로 돼 있는 서울 미아리 북한산 자락의 32평형 아파트에 철저히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운의 경영자로 꼽히는 정몽혁 현대정유 사장은 한때 경영능력을 발휘했으나 무리한 차입으로 좌초하고 말았다. 그는 여러 차례 사촌들과 재기를 모색했으나 계속된 실패로 힘겨워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빈소에서 “유복자로서 큰 정씨가 고생한다는 말을 듣게 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대차 부품계열사인 아주금속을 맡으라고 제안해 지난해 6월부터 창원과 서울지사를 오가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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