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많아 대부분 단골하고만 거래
사기꾼 많아 대부분 단골하고만 거래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7-12-20 14:17
  • 승인 2007.12.20 14:17
  • 호수 712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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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알면 백전백패’ 중개업자에 대해 알아두자
사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단연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전주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전주들은 자금을 내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를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속된 말로 ‘자기 돈을 자기가 쓴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반면 전주 밑에서 일하는 중개업자의 경우 겉으론 자신이 마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잖다. 그러나 중개업자는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에게 자신이 결정하면 뭐든지 다 되는 것처럼 꾸며댄다.

그러다 전주가 거절하면 돈을 꾸러온 기업이나 개인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까탈스러운 조건을 내세워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한다. 그 조건이란 게 담보에 대해 어려운 조건을 새로 제시하거나 갑자기 금리나 수수료를 확 높이는 경우를 말한다. 처음 상담했던 대로 준비해 갔던 예비채무자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선 방법이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 시장 분위기나 상담하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허풍만 잔뜩 늘어놓고 막상 일 처리는 흐지부지해 버리는 중개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모 신문기자가 사채시장을 잠입취재하기 위해 일부러 중개업자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그 때 중개업자는 5팀이었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기로 한 날 진짜전주가 나타나 황당한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또 최근엔 돈이 필요한 모 중소기업이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업자에게 급히 돈을 융통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중개업자 또한 “나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하지만 기표를 하기로 한 날 이 중개업자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일이 틀어졌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며 꼬리를 내뺐다고 한다.

시장생리가 이렇다보니 사기꾼도 득실거린다. 수수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중개업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무조건 사기꾼이다.

어떤 일이든 마무리된 뒤 마지막으로 받는 게 수수료다. 일이 이뤄지기도 전에 수수료부터 챙기는 경우는 없다. 전주가 최종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성사된 것처럼 속여 수수료를 받는 것은 처음부터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접근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단골과만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단골로 거래하다보면 길게는 십 수 년 동안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 심지어 단골끼리는 돈을 미리 지원해주고 후속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다는 얘기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깊다보니 다른 작은 문제들도 상의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수한 비즈니스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신뢰’ ‘신용’이란 말은 서울 명동사채시장에서 흔히 듣고 쓰는 말이다. 하지만 이 단어의 뜻만큼이나 만들고 쌓아가는 일은 어렵고 험난하기만 하다.

정보제공 : (주)중앙인터빌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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