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주주는 ‘찬밥 신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시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로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달 초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사전 흘러나가 주가하락 등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 여부를 따지기 위한 진상파악에 나섰다.
금호의 이 같은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내부거래와 공시위반으로 끊임없는 제재를 받아온 것이다. 1999년 금호그룹 총수일가 4형제가 주식불법거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2003~2005년 3년 연속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으로부터 공시위반과 관련, 그해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그 진상을 살펴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성실한 윤리경영과 지탄받지 않는 ‘아름다운 기업’을 새 슬로건으로 선포했다.
그는 과거 그룹이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과 공시위반 사례 등으로 제재 받은 것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외환위기 때 그룹사 끼리 지원한 게 대부분이며 주주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무지에 의해서면 모르나 의도적인 위반은 없다. 그룹이 어려울 때 분식회계도 있었지만 2001년 이후엔 없다. 공시위반도 2003년 이후엔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또다시 금호아시아나의 공시위반과 불성실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무성의한 관리 주주만 손해
금호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뒷말들이 많다. 문제의 발단은 ‘금호산업 기관투자가들이 유상증자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 11월 30일 48만6000주를 팔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공개정보 사전 유출로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며 금감원과 증권관련 사이트들에 금호산업의 내부자거래 의혹을 주장하는 진정이 잇따랐다.
증권선물거래소는 11월30일 금호산업 주가가 유상증자 루머로 곤두박질침에 따라 증시 장 마감 뒤 금호산업에 대한 유상증자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금호산업은 이달 3일 ‘4159억원의 운용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799만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금호산업 소액주주 A모씨는 “11월 30일 이미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정보가 기관투자가들 끼리 메신저를 통해 돌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회사 주가는 11월 2일 주당 9만700원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달 유상증자정보 사전유출의혹이 있던 30일 오후 급락세로 돌아서 5.11% 떨어졌고 금호산업의 조회공시 답변일인 이달 3일에도 주가가 7.7% 내려갔다.
증권선물거래소 공시담당관계자는 “금호산업 유상증자 정보유출은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시한 내 답변을 했으므로 회사의 불성실공시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금호산업 유상증자 사전유출 건은 조사 중이다. 불공정거래로 판명되면 금감원에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호산업 사안이 불공정임이 드러나면 검찰로 넘기겠다. 이럴 경우 주주들도 손해배상청구와 집단소송 등 피해구제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내부 조사결과 회사로부터 정보가 흘러나간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회사가 주가가 내려갈 수 있는 정보를 미리 흘리겠는가”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았던 잡음과 제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부당내부거래, 공시위반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아 왔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999년 8월 당시 박성용 명예회장, 박정구 회장,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사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 총수일가 4형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금호산업과 금호건설이 합병한다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3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였다. 그해 12월 서울지검은 박찬구 사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그 외 3명은 무혐의처분 됐다.
공정거래법은 자본금의 10% 또는 100억원이 넘는 계열사 간 자산이나 금융거래를 ‘대규모 내부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이사회의결을 거쳐 상장사는 의결 뒤 1일, 비상장사는 7일 이내 공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2003년 4월 금감원으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1996년 12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665억원의 채무보증을 선 사실을 지연 공시했다. 2002년 3월 역외펀드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자사주 매입지원과 관련해서다.
금감원은 그해 7월 금호석유화학, 금호산업, 금호개발,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4개 계열사가 1300억원 상당의 해외채권을 주고받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데 대해 조사했다. 결과 금호아시아나는 3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2004년 2월 10개 중견그룹들을 대상으로 2000년 4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내부거래에 대해 뒤늦게 공시하거나 공시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적발건수는 179건이었다. 과징금은 전체 68억3500만원의 과징금중 61%가 넘는 42억3500만원이었다. 2005년 4월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로부터 지원성 거래로 19억53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 역시 그해 관련 과징금 가운데 최고 액수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적발된 건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받았고 규정대로 이행했다. 당시 그 사안이 공시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호산업 건은 회사가 정보를 밖으로 흘릴 아무 실익이 없는 사안이다.
금융당국에서 조사가 들어갔으니 결과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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