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빵 공룡’ SPC그룹

삼립식품으로 잘 알려진 ‘제빵 공룡’ SPC그룹의 계열사 비알코리아(주)의 던킨도너츠는 매장별 수퍼바이저를 통한 감독 관리가 철저하기로 알려진 기업이다. 본지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철저한 관리현장을 보기 위해 지난 3일간 심야시간대를 이용해 잠복 취재에 들어갔다. 하지만 20개 매장을 무작위로 취재한 결과 무려 12개 매장에서 분리수거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회용품 폐기현장이 단독 포착됐다. 이번 현장취재 결과에 대해 던킨도너츠 측의 입장을 알아봤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야간시간대에 서울 시내를 돌며 던킨도너츠 매장의 종량제 봉투에 담겨져 있는 쓰레기들의 내용물을 확인해 봤다.
직영점과 대리점 구분 없이 20개 매장을 취재한 결과 12개 매장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서는 안 될 일회용품과 분리수거 대상인 컵, 포장지, 재생비닐과 신문지 등이 발견됐다.
또 폐기 처리되는 방법을 봐도 일반적으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곳도 있지만 일부에선 종량제 비닐봉투에 담기 전 재활용 물품들을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은 후 일반쓰레기와 구분되지 않게 배출한 경우도 있었다.
20개 매장 중 12곳이 엉망
문제가 발생한 매장점주들과 매니저들에게 쓰레기 배출 건에 대해 평상시에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가를 묻자 해당 매장의 담당자 대부분은 인터뷰를 거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답변내용이 대부분 비슷했다.
“평상시에는 철저하게 관리하지만 오늘 바쁘다보니 공교롭게 이뤄졌다. 본사에 알리지 말아 달라, 모르고 섞여 들어갔다.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 한번만 눈감아 달라.”
하지만 일부 담당자들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떳떳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가지고 일일이 취재까지 하느냐, 바쁘면 그럴 수 있다. 잠시 후 분리수거 하려 했다. 이렇게만 내놓아도 분리수거 하는 분들이 찾아와 분리해 간다.”
철저한 매장관리로 유명한 비알코리아의 시스템에 의구심이 가는 대목들이다.
기자의 질문에 비알코리아 사업본부 마케팅팀 윤석민 과장은 “이번에 적발된 일부 영업점들의 모습으로 인해 전국의 던킨도너츠 매장 분리수거 현황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윤 과장은 또 “영업시간이 끝난 후 분리수거함 외에도 일반 쓰레기 속에 섞여있는 재활용용품들에 대해 다시 반복적으로 분리수거를 실시하도록 교육해 왔다. 앞으로 더 강화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퍼바이저를 통해 매장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던킨도너츠의 현실이 이럴진대 전국의 패스트푸드 매장관리는 어떨까. 긴급 점검이 필요할 때다.
#던킨도너츠 측 공식입장
분리수거 현황에 대해 던킨도너츠 측이 본지에 밝혀온 내용이다.
-슈퍼바이저는 어떤 식으로 매장을 감독하나.
▲본사의 다양한 사업장 운영 매뉴얼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특히 슈퍼바이저들은 500여 가맹점들이 본사의 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과 교육 등을 우선과제로 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사의 철저한 교육을 받은 요원들은 일회용품 분리수거에 관한 자사의 매뉴얼, 시스템을 통해 관리할 뿐 아니라 각 담당 슈퍼바이저가 점포를 수시, 예고 없이 방문해 분리 상황을 점검하고 계도한다.
-점포 내 분리수거대가 있지만 버려질 때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모두 모아져 분리수거 없이 버려진다.
▲분리수거의 경우 기계가 아닌 사람이 행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
본사 자료에 따르면 분리수거 작업은 여타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잘 살펴 시스템의 개선방안에 대해 강구해 볼 계획이다. 해당 매장을 알려주시면 자세한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
-평소 어떤 식으로 관리감독하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 운영 지침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90%이상 회수, 재활용 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자사의 분리수거 관련 교육 매뉴얼과 행동지침서에 따라 점포 별 교육을 실시한다.
또 매장 내 일회용품 수거대장, 수거확인서 등을 마련 매일 점검토록 하고 있다. 또한 가맹점들의 일회용품 분리수거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각 매장, 본사, 재활용업체가 함께 확인하는 시스템을 통해 3자간 상호 중복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일 발생량은 kg단위로 측정, 수거하고 있다.
- 앞으로 분리수거를 위한 방안은.
▲취재한 내용에 대해 본사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담당자의 교육, 현재 시스템, 매뉴얼 뿐 아니라 사업자들의 분리수거에 대해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 더욱 개발할 것이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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