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경련 “재벌 대변인 이제 그만”
기로에 선 전경련 “재벌 대변인 이제 그만”
  • 현유섭 기자
  • 입력 2007-12-17 15:22
  • 승인 2007.12.17 15:22
  • 호수 3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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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반세기 빛과 그림자
조석래 전경련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올해 창립 46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대기업 단체다. 차기정권 말기에는 반세기의 역사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전경련에 썩 좋지 않은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또 재벌 범법 행위에 대한 감싸기가 계속되면서 재벌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45주년 화보집에서 나타난 업적 뒤에 숨겨진 이면이 국민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여론도 있다. 전경련은 새로운 정부와 함께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반세기를 앞두고 깊어진 반 기업정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기로에 선 전경련을 짚어본다.

최근 전경련은 국민기업의식조사 결과를 내놨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6.2%가 기업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호감에 대한 응답비율은 43.8%로 조사됐다. 국민 10명 중 절반가량이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결과다.

그러나 지난 2005년과 2004년 조사에서는 기업에 대한 호감비율이 각각 63.4%와 61.0%로 나타났다. 올해 성적과 비교하면 5~7%p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호감도 추락

국내 대기업 일부에서는 재벌의 범법행위에 대해 정부의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이 국민들이 기업과 전경련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이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제공, 분식회계 등으로 형을 확정 받고 사면 복권되지 않은 기업인 54명을 광복절 특사에 포함시켜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재벌들이 국내 경제에 대한 업적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전경련의 범법행위를 저지른 재벌에 대한 사면 건의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건의 사유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는 올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별 사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전경련의 건의를 거절했다.

청와대가 매년 이어지고 있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재벌들의 특별사면이 재벌들의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 특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놔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경련 등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진위여부가 불분명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은 국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
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여부를 떠나 기업의 이미지 손상과 대외 신인도 하락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기업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과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국가 경제를 볼모로 경영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반대하는 주장을 중단해야 하며 경영자의 불법행위로 회사와 주주, 소비자 피해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식조사 ‘갸우뚱’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국민기업인식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의 표정을 짓고 있다. 의문은 표본 추출부분에 집중된다.

지난 2005년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구성은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학력 구성은 고졸이하 51.4%, 대학교 재학 9.7%, 대졸이상 38.5%이며 월가구 소득별 구성은 200만원 미만 8.9%, 200~300원 26.0%, 300~400만원 33.5%, 400만원이상 28.6% 등이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고소득 계층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올해 조사에서는 나타났다.

국민기업의식조사를 담당한 한국갤럽이 전경련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문 조사 대상 1000명 중 42%가 월 가구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계층이다.

월 소득 300만~399만원 비율도 23.4%로 한달에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이 응답자 10명 중 6.5명에 이르는 것이다. 직업별 구분은 화이트칼라와 가정주부 비율이 각각 29.9%와 27.5%이다.

재계 관계자는 “응답자 구성을 보면 대기업에 호의적인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는 의문을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 할 수 있지만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표본 추출 등에서는 인위적인 추출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통계청 가계조사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월 가구 소득 비율을 보면 600만원 이상 10.13%, 500만원대 6.20%, 400만원대 10.63%, 300만원대 17.95%, 200만원대 23.21%, 100만원이하 11.65% 등이다.


반세기 앞둔 전경련 과제

대기업 내외에서는 전경련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의 관계 개선을 꼽고 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올해 취임 후 LG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윤호씨를 상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구 회장과 전경련의 관계 개선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 회장은 아직도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회원사간의 단합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행사에서 4대 그룹 회장단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 중견 그룹의 친목
모임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경련은 대외적인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매년 듣고 있다. 신임 회장 취임사에서 기업 호감 개선이 빠지지 않는 점도 국민 인식 개선이 반세기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전경련의 문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참여정부 들어 재벌개혁에 대한 강도가 높아지고 재벌을 옹호하는 전경련의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짙어졌다.

때문에 대선 이후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정책에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반기업 정서를 개선을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팀장은 “전경련이 기업 이익과 요구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기업도 사회 구성 요소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발전부문에서 기업의 역할의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질서까지 해치는 부분을 직접 나서서 옹호하는 부분은 스스로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었다.


#전경련이 나아갈 길

“차기정권서 환골탈태해야” 한목소리


‘업종별 경제단체 및 생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으로 구성된 종합적 경제단체’ 백과사전에 등록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정의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7월에 출범했다. 주요 산업의 개발과 국제경제 교류촉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전경련은 설립이후 정보통신 산업 육성, 기업 사회공헌활동·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산업 육성, 민간경제 협력, 노사 관계 안정 등에 힘을 섰다.

국제 경제 부문에서도 수출 증대, 외자 도입에 의한 발전 방향, 전략 정립 등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다량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전경련 회장이라는 직함은 국제 행사 유치라는 임무도 주어졌던 시절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정주영 회장이다. 1980년대 초 88올림픽 유치 임무가 당시 전경련 수장을 맡고 있던 고 정주영 회장에게 떨어졌다. 정 회장이 고난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재계에 알려진 비화이다.

국내 최대 기업이 모여 정책을 제시하는 단체인 만큼 전경련 수장은 ‘민간경제의 총리’로 불리며 막강한 입김을 자랑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전경련은 10년째 씻지 못하고 있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과제의 발단은 ‘빅딜’이다. 1997년 외화위기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서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과 현대, LG의 계열사 삼각 빅딜이 추진됐다.

구본부 회장은 주력산업으로 키우려던 LG반도체 사업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현지 공장까지 추진 중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LG는 19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전자로 넘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회장단이 중재 역할을 했다. 구 회장은 전경련에 대해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LG그룹과 전경련의 관계 개선이 신임회장들의 첫 번째 고민이 되고 있을 정도다.

또 대선자금 수사에 따른 정경 유착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경련은 정권과 재벌그룹의 유착 고리였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장 선출을 둘러싼 어려움도 계속 노출하는 등 운영에서도 몸살을 앓았다.

전경련의 쇠약증은 빅딜과 대선 수사 등을 거치면서 본격화됐다.

1998~99년 회장으로 재직했던 김우중 회장 이후 회장직은 이른바 재계 실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각중, 손길승,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중·하위 그룹 오너(지배주주)이거나,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 그나마 서로 맡지 않으려고 손사래를 치다가 떠밀려서 회장직에 오르는 일이 거듭됐다. 현 회장인 조석래 회장 선출에서도 진통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등 굴지의 그룹 총수까지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발길을 끊고 있다. 전경련의 발언이 과거와 달리 정부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들이다.

때문에 조석래 회장이 차기 정권 출범과 함께 전경련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유섭 기자 HYS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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