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에 팔촌까지 들먹이며 급등락

2007년 국내증시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면 대선 관련주의 급등락이다. 원래 주식 시장은 각종 루머와 정보에 물결치듯 출렁이는 것이 특성이지만, 올해는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 후보와 옷깃만 스쳐도 관련주라고 떠드는 회사가 늘고 있고, 시장에서도 ‘테마주’라며 홍보하기 바쁘다. 이는 후보자가 12명으로 역대 어느 대선보다 많았던 탓도 있고, 또 치열했던 당내경선과 BBK 공방 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이명박 대세론으로 기울면서 일부 주식은 증권당국의 감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등했다. 대선 후 특수효과가 빠질 거라는 예측에서인지 대부분의 테마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선테마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7년 대선에서다. 당시 김대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대북 관련 기업들이 각광받았다. 예를 들면 사료·비료업체가 수혜기업으로 손꼽혔다.
올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의 공약을 떠올리며 향후 이런 기업이 각광 받겠다 또는 후보와 친인척, 대학동기, 친구, 회사시절 같이 근무한 인연 등으로 수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주가가 요동치기를 거듭했다.
이명박주 홈센터 1천% 상승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정동영 후보의 ‘대륙철도’ 수혜주가 대표적이다. 산업을 전망하는 수준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일부 주식들은 후보자와 사돈에 팔촌이란 이유만으로 주가가 움직이기도 했다.
실제로 새로닉스의 경우 회사측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이명박 후보의 처조카라는 허위 소문이 확산되면서 3일 상한가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어쨌든 주식시장은 도덕성과는 무관한 시장이다. 시장의 속성상 누가 뭐래도 오를 것은 오르고 내릴 것은 내린다.
이명박·정동영 관련주식으로 묶여 동반 급등락하던 ‘대선 테마주’가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부 종목은 그간 주가 급등으로 얻었던 이익을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상승 재료가 희석되면서 기업 가치별로 주가흐름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테마주’인 이화공영과 홈센타가 5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대주주가 고점에서 보유주식을 내다 판 것이 투자자
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14일 오후 1시26분 현재 이화공영은 전일대비 14.87% 하락한 3만50원에 거래되고 있고, 홈센타는 14.92% 내린 8380원에 매매가 체결되고 있다. 지난주 경신한 52주 최고가 대비 각각 55.42%, 55.19% 급락한 것. 건축자재 도매업체인 홈센타는 대운하 관련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올 들어 고점 기준, 1000% 이상 폭등한 바 있다.
특수건설, 동신건설, 삼목정공 등 다른 이명박 관련주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가격제한폭까지 내린 것은 이화공영과 홈센타 뿐이다.
이들 종목은 대주주가 지난주 고점에서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해 수익을 챙기면서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화공영의 최대주주인 최삼규 대표이사와 특별관계자(가족) 3명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주식 34만2580주(5.49%)를 내다 팔았다. 사측은 처분목적이 ‘개인자금 확보’라고 밝혔다. 이화공영 최대주주는 지난 8월에도 주가가 급등하자 24만주를 팔았고, 이어 10월에는 3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주가가 상승기에 진입할 때마다 현금화 했다.
홈센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 역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총 334만3628주(24.23%)를 장내 매도했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내다 판 기간은 홈센타 주가가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던 시기였다.
국순당은 일부 신문에 게재한 백세주 광고를 통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6%넘게 급등했다. 국순당은 백세주 광고에서 “열둘보다 나은 둘도 있소”라는 문구를 사용, 기호 12번인 이회창 후보보다 기호 2번인 이명박 후보가 좋다는 뜻을 암시한다는 내용 탓에 이명박주로 부각됐기 때문.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은 불법 선거 광고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으나 국순당 주식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최근 증시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수혜주 찾기가 ‘광풍’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업체들이 수혜주로 분류되는 경우는 많았으나 이처럼 광고를 통해 분류된 경우는 국순당이 처음이다.
‘정동영주’로 구분된 세명전기는 전일대비 2.17% 상승한 2355원을 기록했고 미주레일은 3.28%가량 상승했다. 철도궤도 업체인 폴켐은 전일대비 0.55% 상승한 900원에 거래됐다. 폴켐은 대선 수혜보다 최근 중국 내몽고 유전개발 소식 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등락 이면에 모종의 음모설도
미주레일, 세명전기, 폴켐의 등락폭 평균을 비교해 보면 최근 8거래일 중 6일이 5%포인트 이상 차이 났고 3일은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대운하관련주와 대륙철도관련주 등 관련 테마주 11개 종목의
지난달 하루 평균 등락폭이 무려 15%에 이르러 2%대인 일반 종목에 비해 변동성이 무려 7배가 높았다.
지난 달 말부터 대선출마가 거론되면서부터 상승하던 단암전자통신도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2위로 올라서자 단박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단암정보통신은 전일대비 9.41% 떨어진 1540원에 거래중이다. 대선 테마주가 이달 들어 7일 거래일간 5일 연속 상한가와 2일 연속 하한가로 발을 맞추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대선 테마주간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선테마주 열풍으로 동반 급등락 하던 주식들이 대선이 1주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테마주의 해체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며 “일시적인지, 거품이 빠지며 회사 가치가 반영되고 있는 결과인지 조금 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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