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 고미술 비자금 배후는 가나아트센터”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억2000만원입니다. 더 이상 없으십니까? 45억2000만원에 전화응찰한 손님께 낙찰됐습니다.” 경매봉 소리는 객석의 환호성과 박수소리에 묻혔다. 2002년 11월 13일 미국 뉴욕. “600만 달러입니다.” “650만 달러입니다.” “아 715만 (2002년 당시 환율 86억 5000만원)달러입니다.” “더 이상 없으십니까? 전화응찰한 손님께 낙찰됐습니다.” 침묵 속에 사람들은 자리를 일어났다. 각각 박수근의 ‘빨래터’,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낙찰된 미술품 경매 현장이다. 빨래터는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 액수다. 행복한 눈물도 추정가가 500만~7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고가로 팔렸다. 특히 행복한 눈물의 경우는 2002년 크리스티 경매에 제출한 설립 신고서 분석결과 납입자본금 3억원, 신용등급도 C등급인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관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돼 1000만원을 낸 적이 있으며 한때 서명 없는 피카소 위작판매로 한때 화랑협회의 제명을 당한 홍송원 대표의 안목으로 구입한 세계 대작. C등급의 갤러리에서 관세법 위반과 위작판매한 대표가 구입했다는 아이러니는 아직도 의혹 한가운데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미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재벌과 재력가들의 미술시장은 비밀스럽고 은밀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삼성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미술시장의 전모를 전격 공개한다.
“삼성문화재단의 현대미술품 배후에 서미갤러리가 있다면 고미술품 배후에는 가나아트센터가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비자금 중 600억원 대부분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현대미술품 구입에 썼다면 2001년 이전에는 가나아트갤러리를 통해 고미술품 구입으로 비자금명 수천억원이 쓰였다.” 기자를 만나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은 한 제보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또 직접 문화재청의 국보 보물현황을 조사한 결과 90년대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가 모두 14점으로 파악됐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설립자가 1987년 타계당시 삼성문화재단으로 물려준 국보는 단 24점이지만 1990년대 이후 삼성에서 구입한 고미술품은 현재 39점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 삼성 비자금은 고미술품 구입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 관계자가 직접 인사동에 나와 고미술품을 싹쓸이 해갔다는 것이다. 규모는 1년에 1000~2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처럼 창고역할의 구심점을 한 사람은 가나아트센터의 L모씨라는 것이다.
이 씨는 당시 고미술업계의 최고 권위자인 전 국립중앙박물관 J모씨와 함께 90년대에 삼성문화재단에게 고미술품을 싹쓸이 구입해줬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문화재단은 몇 사람의 중간 컬렉터들에게 수 백 억 원의 사기를 당해 2001년부터 고미술품에 대한 발길을 뚝 끊었다는 것이다. 이 시점이 바로 삼성이 본격적으로 현대미술품을 구입하기 시작한 2002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고미술품 세탁은 재단과 관계없는 제 3자인 개인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보급 가치가 없는 고미술품을 삼성가로 판 뒤 문화재청 심사위원들에게 외압을 넣어 국보와 보물 지정을 해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술품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특히 삼성가에서 구입한 백자상감초화문편병, 진양군정씨묘출토유물의 경우 발굴 당시 깨졌던 작품으로 최초 2~3천만원에 구입해 현재는 2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보 제 220호 청자상감용봉모란문개합의 경우도 실제로는 5000만원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지만 국보로 지정돼 최소 10억원은 호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가에서 고미술품을 팔아 몇 천억 원씩을 벌어 D동 노른자위의 땅에 건물 몇 채씩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술품구입은 재단의 자금으로 구입하면서 외부에는 재단의 미술품으로 하고 실제로는 개인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미술시장의 특수성인 은밀함으로 자연스럽게 자금세탁이 이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발휘돼 가격상승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움미술관에 보관중이라고 문화재청에 신고한 39점의 국보와 88점의 보물은 수조원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리움뿐 아니라 A그룹 회장도 집안에 희귀한 신라시대 금관을 소유하고 있어 미술품 테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회장 신라시대 금관 소유
한편 최근에는 현대미술품 시장에서 신정아처럼 기업 중간브로커로 짭짤한 중간 마진을 챙기는 경우가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 주인공은 아트나비센터의 노소영 관장(SK 최태원 회장 부인)이다. 신정아가 쌍용건설에 미술품을 팔아 중간마진으로 수 억 원을 챙긴 것처럼 1년에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10억원 가량을 중간에 챙겨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트선재미술관, 사간동 금호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리움 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빅 5미술관 외에 다른 미술관 설립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솔그룹의 이인회 고문의 원주 한솔오크밸리 미술관과 종이 박물관, 애경그룹 2세 채형석 부회장의 부인 홍미경씨의 삼청동 몽인 아트센터와 화장박물관, 한국베링거잉겔하임의 셋째 딸 한혜주씨의 평창동 화정박물관 등이다. 비자금 창고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재벌가들. 서구 미술관처럼 이사회의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관장 중심 중앙집권체제의 후진 운영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소유· 경영· 분리가 없고 기형스럽게 팽창만 하고 있다. 하지만 검은 속내를 가진 꿍꿍이는 세상에 알려지게 돼있다. 결국 깨끗한 진실의 힘은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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