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건교부 껄끄러운 관계 진상
대한항공-건교부 껄끄러운 관계 진상
  • 장익창 기자
  • 입력 2007-12-16 23:06
  • 승인 2007.12.16 23:06
  • 호수 711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항공, 정부와 10년간 티격태격
최근 대한항공과 건설교통부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중동지역 노선 배분과 저가항공 설립 등을 둘러싸고서다. 대한항공은 건교부 조치에 못마땅해 반발하고 있다. 건교부도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항공협정과 국내법과의 저촉 여부로 논란이 됐던 아시아나항공 프랑스 파리노선 취항과 관련해서도 최근까지 1년 이상 대립각을 세워왔다.
양쪽의 껄끄러운 관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면 세 번이나 법정싸움을 벌였다. 사업인가권자인 건교부를 향해 대한항공이 반기를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양쪽이 사투를 벌이는 동안 특혜의혹과 어부지리로 아시아나항공만 이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건교부가 카타르 정부와 항공노선을 주 4회에서 7회로 늘리기로 한다는 입장에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카타
르에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려 한다는 시각이다.

건교부는 “중동지역엔 우리 업체들이 많이 나가있는데도 직항노선이 두바이 밖에 없어 증편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저가항공사 에어코리아 설립을 놓고도 양쪽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가 다른 회사와의 형평성을 들먹이며 에어코리아도 만 2년의 국내 운항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대한항공은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검증되지 않은 15개 이상 외국의 저가항공사들이 들어와 영업을 하는 마당에 국적 저가항공사 진출을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양쪽의 의견 대립은 10여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다. 이 기간 중 법정공방이 세 차례 있었다. 그 내막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부 특혜의혹과 편파적 행정권 남용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엔 경쟁사인 아사아나항공에 대한 대한항공의 견제심리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중국 7개 노선 몰수 첫 분통

대한항공은 2000년 3월 건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건교부가 1999년 12월 국제노선배분 뒤 1년이 지나도 취항을 안했다는 이유로 인천~우한, 인천~쿤밍, 인천~톈진(화물) 등 7개 중국 노선 사업권을 몰수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외환위기로 인한 수요침체를 이유로 건교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결국 1심과 2심을 거쳐 2004년 대한항공은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 때 대법원은 “대한항공이 취항하지 않은 것은 회사 귀책이 아니다. 노선 배정 뒤 1년 안에 취항하지 않으면 노선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해 무효다”고 판결했다.

두 번째 공방은 2001년 1월 김해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1154편이 엔진고장으로 돌아오자 승객수송을 위해 교체항공기를 띄워 재운항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의 야간운항제한에 따라 착륙이 금지돼 청주지역 상공에서 김해공항으로 재차 회항했다. 이에 건교부는 2001년 4월 대한항공이 김포공항 야간운항 제한시간 안에 착륙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항공기를 출발시켰다는 이유로 과징금 (4000만원)을 물렸다.

대한항공은 폭설로 운항지연을 무시한 일방적 행정조치라며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 해 9월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상하이 화물노선 싸움 5년 공방

1999년 4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국제공항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6316편 MD-11 화물기가 급강하하면서 공항 남동쪽 주택가 공사장에 떨어졌다.

조종사를 포함해 탑승자 3명과 현지주민 5명이 숨지고 주민 40명이 다쳤다.

2년여가 지난 2001년 6월 건교부는 중국 항공국 명의로 이 사고가 대한항공의 중대 과실이었다고 발표하고 2002년 1월 대한항공의 서울~상하이간 화물기 노선면허를 취소했다.

대한항공은 비행기록장치(FDR)가 부서지고 음성기록장치(CVR) 일부 등 불완전한 자료만으로 사고원인을 예단하고 항공사에 징계를 서둘러 확정했다고 반발했다.

대한항공은 곧바로 행정법원에 ‘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건교부 패소, 2심은 대한항공 승소로 결론 났다. 이후 5년 2개월여 공방이 계속됐다. 드디어 올해 1월 대법원은 대한항공쪽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은 ‘상하이 사고’가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에 따른 것이고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 자료들이 훼손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사고를 앞뒤로 해서 건교부가 내린 조치내용이다. 건교부는 사고항공사에 대해 면허취소, 사업정지, 과징금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는 항공법과는 별도로 ‘사고항공사에 대한 노선배분 및 면허 등 제한방침’을 새로 만들어 시행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999년 11월부터 2001년 4월까지 한 건의 신규 노선권도 배분받지 못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달랐다. 이 기간 중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확보한 노선권은 주당 운항회수 기준 100회. 2001년 4월을 기준할 때 아시아나항공 전체 운항회수의 3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규제가 풀린 2001년 8월에도 일본 도쿄노선(주 21회)이 모두 아시아나항공으로 돌아갔다.

특이하게도 대한항공의 상하이노선 면허취소를 확정했던 2001년 11월엔 건교부 장관이었던 임인택씨가 2006년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만 어부지리(?)

아시아나항공은 올 10월말 현재 64대의 항공기로 국제여객노선 17개국, 63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은 131대의 비행기로 37개국, 115개 도시를 운항 중이다.

매출외형 면에서도 두 회사는 다소 차이가 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때 아시아나항공은 3조4515억원, 대한항공은 8조779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42.7%까지 따라붙었다. 회사설립 후 2003년까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아시아나항공은 2004년 자산매각을 통해 첫 흑자를 기록한 뒤 순익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2월 17일 출범 때부터 각종 정부 특혜 속에 커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항공사 설립 때부터 말들이 많았다. 1988년 2월13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신인 금호그룹에 제2민항 설립인가가 내려졌다. 재계 20위권을 맴돌던 금호그룹이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5공 세력이 광주를 기반으로 커온 금호그룹에 대한 특별 배려차원에서의 인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잡음이 가시지 않았다.

거액의 투자를 요하는 항공산업 진출과 관련,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금호그룹은 외환위기까지 덮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그러자 군인공제회가 2003년 7월 금호타이어 주식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2005년 9월 남은지분을 처분하며 손을 뗐다. 아직도 군인들의 연금기금을 담보능력도 없는 회사에 2500억원 이상을 빌려주고 경영권이나 감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특혜’란 지적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군인공제회 투자로 외국자본으로부터 그룹을 지킬 수 있었다. 공제회도 지분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항공이 1년6개월간 신규노선을 배분받지 못한 시기에 아시아나항공에 배분된 노선은 당시 대표적인 흑자노선이었던 중국과 일본의 단거리노선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중국시장 비중은 전체매출의 25~28%에 이를 정도로 지역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양국간 영공개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긴 하나 개방 전 서울~제주도와 비슷한 거리의 중국노선 여객운임이 왕복 50만원 이상 하던 황금노선이기도 했다.

올해 건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숙원사업이던 파리노선 취항과 관련, 프랑스 정부와 회담을 통해 미리 손을 들어준 뒤 국내법 저촉 여부와 개정을 국회에 의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에서 지난달 관련법이 통과돼 아시아나항공 파리노선 취항은 걸림돌이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1990년대 이후 항공산업육성계획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에, 중단거리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에 배분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파리노선은 이후 국내법과 항공협정간 오해 소지를 막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건교부와의 다툼에 어부지리를 취한 아시아나항공측은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는 시각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고를 일으킨 대한항공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특혜의혹은 당치도 않다는 견해다. 중국시장도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선양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의 취항이 거부됐으나 단독운항해온 옌타이노선엔 대한항공도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