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선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른바 ‘대선 테마주’들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주’ ‘정동영주’ ‘이회창주’ 등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선테마주 중 일부 종목은 실적이 부진하고 주가급등을 틈타 대주주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등 여러 가지 기업 평가지표를 떠나 단순히 테마주에 편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증시에 부는 대선바람을 집중 취재했다.
증시에 ‘대선테마주’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주식투자는 현재와 미래의 실적 예측을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대선 테마주’는 그렇지 않다. 후보들 공약이나 회사 관계자와의 친분으로 근거를 삼아 일반 주식과 다르다. 모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공약의 수혜주라서 혹은 친인척 관계여서 덕을 보지 않겠느냐는 게 그 이유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에서 ‘대운하 수혜주’가 등장했다. 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공약에선 ‘대륙철도 수혜주’가 불거져 나왔다. 사돈의 팔촌도 모자라 대표이사가 대학동문이란 이유만으로 수혜주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선 ‘대선후보 사돈의 팔촌만 되도 뜬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대선 후보의 먼 친척이 해당 업체에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해당 주식 가격이 크게 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사돈 기업인 SK그룹 주가가 대폭 올랐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경쟁을 벌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우 고배를 마기면서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대선 앞두고 ‘상한가’
이번 17대 대통령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 테마주 열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정국에 들어선 올 여름부터 증시는 유력 대선후보 이름을 딴 ▲이명박주 ▲정동영주 ▲이회창주 등이 극성을 부렸다.
그러나 대선관련 테마를 이룬 주식들의 사연은 대부분 ‘믿거나 말거나’ 식이다. 대표적인 이명박 수혜주로 불리는 삼호개발의 높은 상승세는 놀랄 정도다. 이 후보와 아무 관계가 없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꼭 필요한 수중 시공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는 점만으로 연일 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명박주로 불리는 아트라스BX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후보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아트라스BX의 최대주주는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아트라스BX 지분 31.13%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신천개발의 경우 대주주인 구천서 전 국회의원이 이 후보와 대학동문이란 이유로 주가가 연초보다 300%나 치솟았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캠프에 합류한 윤흥렬씨가 사장으로 있었던 스포츠서울21도 320%나 뛰었다.
또 최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정국의 핵심변수로 등장하면서 ‘이회창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일명 ‘이회창주’는 그의 출마설이 나돌기 시작한 한 달 전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회창 수혜주’ 종목은 단암전자통신을 비롯, 아남전자와 사조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관련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신천개발이나 스포츠서울21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다.
단암전자통신은 이성혁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의 장인인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조카가 이 회사 대표라는 것. 따져보면 ‘남’이나 다름없는데도 단암의 주가는 미친 듯이 뛰었다.
아남전자도 최대주주인 아남인스트루먼트 지분 36%를 갖고 있는 김주채씨가 이 전 총재의 후원회 멤버란 소문 하나만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또 JS픽쳐스는 이 회사 대표가 이 전 총재와 만난 적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주가가 연일 뛰었다. 이 전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주진우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산업과 오양수산도 예외가 아니다.
묻지 마 테마주들 실태
이런 현상에 대해 정작 해당 기업들은 “우리가 어떻게 관련주가 됐는지 모르겠다.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사조산업의 주진우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를 한다고 해도) 그쪽에 내가 왜 가겠느냐”며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이 전 총재 캠프 합류설에 대해 일축했다.
문제는 이들 종목 투자 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대선 주자들 지지율 상승 등 호재에 따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모 후보 관련주로 언급됐던 A사 주식은 지난 한 달간 5차례의 상한가와 4차례의 하한가를 거듭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는 “대선 관련주는 수혜 여부가 불확실하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내린다. 급등락 과정에서 섣불리 추격 매수하다가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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