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부사장이 우리 회장과 면담을 요청하다니.’ 우리나라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IR팀장)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과 면담요청을 했으나 단호히 거부당해 망신살을 뻗쳤다. 아무리 삼성전자 부사장이라도 기업투자설명회(IR)라면 회장이 아니라 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자와 만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간 크고 배포 큰 거부를 한 기업은 증시의 권력, 펀드의 블랙홀이라 불리고 있는 미래에셋이다. 1999년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사장이 삼성, SK 등 재벌 기업으로 부터 자본 참여 거부를 당했을 때 이틀정도 검토 후 24억원을 투자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그는 다음 주식으로 단 6개월 만에 1000억원의 돈을 벌어들여 그 종자돈으로 자산규모 23조원의 미래에셋을 일궜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래에셋은 ‘미래에셋 히스테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경쟁사들의 시기, 질투, 부러움이 만만치 않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을 출판해 당당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박 회장의 그 아름다운 꽃. 그러나 10년간 단 24억원을 23조원으로 만든 1000배 성공신화를 이룩한 박 회장의 그 꽃에 대해 최근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박 회장의 꽃은 활짝 개화(開花)하고 있는 것일까. 2007년 박 회장의 꽃밭을 짚어본다.
지난 27일 한국일보가 운용 펀드 수 10개 이상, 수탁액 5000억원을 넘는 14개의 자산운용사의 한 달간 수익률(11월 20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미래에셋의 수익률은 -5.19%로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년과 3년 수익률 53.25%, 192.10%에 비교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중앙집권 체제,
직원 임원 간 불협화음?
또 얼마 전 국민연금이 실시한 4분기 증권사 평가에서 22개 증권사중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 3분기 2위에서 무려 20계단이나 떨어졌다.
이러한 수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장기 하락의 징후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의 문제점은 악성루머로 인한 하한가, 미국발 신용경색, 중국 인플레 등으로 잇따른 외부의 환경적인 변화가 아닌 내부에 적이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로 박 회장의 1인 독주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충성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정철 미래에셋 자산운용부사장, 박만순 미래에셋캐피탈 및 미래에셋벤처투자 사장,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등 자신의 사람들을 각 계열사의 사장들로 포진시켰다.
이런 인사들로 인해 사가, 노조를 만들 수 없는 중앙집권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지나치게 맹목적인 과잉충성심, 반대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경직된 회사 분위기는 젊은 사원과 임원들 사이에 만들어진 암묵적인 괴리감을 만들어 오히려 회사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돈 장사꾼이라는 박 회장의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선행매매라는 악성루머로 인해 하한가를 치고 있을 14일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준 것이 있어 어떤 사람은 50억원을 번 사람도 있고, 지점장 중에서는 20억원을 번 사람도 있다”며 “상황이 이러한
데 굳이 왜 주식(선행매매)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미래에셋은 펀드매니저 1인당 5000억원에서 1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최근 감사원의 조사가 착수된 선행매매가 설령 루머에 불과하더라도 박 회장이 임원들과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또 그만큼 돈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내부단속과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회장의 입에서 회사
의 악재에 대한 진화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운용을 비난하고 금융감독위원회에 정반대 의견을 개진할 정도로 파워가 생긴 박 회장의 자신만만함이 지나치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미래에셋의 지나친 몸집불리기도 오히려 회사를 악재로 몰아넣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탁자금 40조원에 이를 만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집이 커져 그만큼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11월 한 달간 주식형 펀드 유입액 중 70%가 미래에셋으로 흘러갔다는 동종업체의 볼멘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미래에셋 쏠림현상이 극심하다.
또 박 회장이 “미래에셋의 투자기준은 벤치마크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성을 중요시하다보니 튼튼한 맷집주나 가치주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이 큰 성장주를 편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보름 만에 4조,
인사이트 신화 갈림길
미래에셋의 적은 세상의 질투와 자만심이라 불릴 정도로 잘나가는 그들의 독주 앞에 많은 자산운용사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인사이트 펀드로 보름만에 4조원를 끌어들인 그들의 저력은 아무도 좇아가지 못할 신의 경지라는 너스레가 쉽게 수긍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 사장이 공개적으로 박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잘될 때 늘 조심해야합니다. 적은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인) 체제를 단단히 하고 절대 서두르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1995년 이 전 회장이 전 현대증권 회장일 때 박 회장은 당시 동원증권 압구정동 지점장이었다.
10년 후 박 회장은 전 회장일까 현 회장일까. 주변의 충언과 경고를 귀담아 경청할 즈음이 아닐까.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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