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54-55층)에 비밀 숨어있다
타워팰리스(54-55층)에 비밀 숨어있다
  • 현유섭 
  • 입력 2007-12-04 09:40
  • 승인 2007.12.0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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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접근불허 초호화 아방궁

삼성 비자금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 시작과 특검 법안 통과 등으로 삼성 사옥에 세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사옥과 계열사들도 압수수색을 대비하기 위해 보안 작업을 벌이는 등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언론에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사옥만큼이나 관심이 집중되는 건물이 있다. 강남에 위치한 타워팰리스다. 초호화 주상복합건물의 대명사인 타워팰리스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이후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워팰리스는 출입부터 거주자 확인도 힘들다. 때문에 삼성과 관련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467-16’, 국내에서 가장 큰 주상복합건물인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땅이다.

타워팰리스는 지난 2002년 완공된 1차 건물부터 분양에 애를 먹었다.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미분양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내 고위 임원들에게 분양을 떠 넘겼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이는 최근 삼성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본 재무팀장)의 진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에 와서 타워팰리스 계약을 하라는 것 안했다. 살지도 않을 집인데”라고 밝혔다.

삼성측이 타워팰리스 미분양이라는 망신살을 해결하기 위해 그룹의 임원들에게 떠맡기다시피 분양을 선택하게 한 정황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외부인 출입엄금 철통보안 시스템

타워팰리스 내부에는 엘리베이터, 현관 입구와 지하주차장 등 각지에 모든 출입자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단지 내에는 모든 경조사와 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각동 1층은 호텔 로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상가 층에는 클럽하우스와 당구장, DVD룸, 수영장, 사우나, 헬스클럽 등이 있다.

거주자들은 개인 이름이 적힌 IC카드를 발급 받는다. 현관 게이트의 터치스크린에 인식시켜야 출입이 가능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독서실, 골프장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관리회사가 발급한 개인 카드가 필요하다.

타워펠리스 측은 이에 대해 입주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건전한 상류층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변과 철저하게 통제된 공간에서의 생활이 건전한 상류층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비난도 내놓고 있다.

“아마 사무실 결제가 필요치 않을 겁니다.”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내놓는 우스개 한마디다.

이는 타워팰리스에 거주하고 있는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임원들인지 말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학수 그룹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층은 55층 이상으로 펜트하우스로 불린다. 평수가 120평을 넘으며 복층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인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건희 회장 비서 출신인 박명경 상무와 김준 현 비서실장도 타워팰리스 거주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씨도 타워팰리스 등기등본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이형도 전 삼성전기 부회장,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장,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강호문 삼성전기 대표, 제진훈 제일모직 대표 등도 주요 ‘타워팰리스 멤버’로 알려지고 있다. 타워팰리스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의 관사인 셈이다.

특히 올해 삼성 임원들에게 낯설지 않은 거부가 타워팰리스로 이사를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인공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전직 삼성물산 상무보까지 지낸 차용규씨.


삼성그룹 비밀 ‘관사’인가

차 씨는 지난 2003년 삼성물산을 그만두고 이듬해 카자흐스탄 카작무스 대표에 오른 뒤 회사 주식 런던증시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부를 쌓은 인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차 씨와 삼성과의 의문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2004년 카작무스 대주주였던 삼성이 보유 주식을 넘긴 곳이 차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경제개혁연대의 카작무스 주식 처분 내역 공개 질의에 대한 대답을 통해 퇴사한 차 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또 차 씨의 관계도 차 씨의 퇴사와 함께 끝났으며 어떠한 사업적 교류도 이뤄지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 씨는 올해 4월 카작무스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국내에 들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 씨는 국내 생활을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초호화 주상복합건물 1채와 수억원대의 외제차량을 지난해 구입했다. 그러나 차 씨
는 자신 소유의 집에서 생활하지 않고 있다.

또 차 씨는 국내에서 삼성 관계자들과 계속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본지가 차 씨의 타워팰리스 거주에 대해 확인한 결과, 아파트 소유자 명단에서는 차 씨의 이름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차 씨 명의로 된 우편물이 타워팰리스로 배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국내 사업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삼성 고위 임원들과 이웃이 된 셈이다.

타워팰리스 관리 회사의 한 관계자는 “거주자에 대한 정보는 비밀이다” 며 차 씨의 거주 사실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삼성에 대한 의혹 수사가 타워팰리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비자금 차명계좌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 고위 임원들의 가택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삼성 사옥과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그룹 임원들의 주택에 대한 부분적인 압수수색이 실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혹 풀어줄 열쇠는 어디에

또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의혹에서 거론되고 있는 임원 상당수가 타워팰리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왕궁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의 문이 수사진에 의해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물산 해외법인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2004년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 관련 의혹’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월 삼성물산 이사회에 카작무스 지분 매각 과정에 대한 의문이 많다며,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전직 삼성물산 상무보 출신 차 씨와 검은 교감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인 셈이다. 의혹은 카작무스의 지분 매각 가격에 큰 배경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경제개혁연대 질의에 대해 지분 매각 당시 차 씨의 실체를 몰랐으며 매각 배경도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철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이 임원들이 퇴직한 후에도 수년간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은 삼성이 주식 매각 당시 차 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유섭  HYSO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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