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news/photo/201810/261086_185130_4912.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입법부가 직접 나서 한 해의 국정 전반을 살펴보고 행정 업무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주요 관심을 받는다. 이달 10일 시작돼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 지난 18일 오전 10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가 서울특별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김성태 “박 시장, 자식·청년 일자리 도둑질해” vs 박 시장 “감사원 감사 요청”
이날 가장 뜨겁게 다뤄진 주제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였다. 지난 3월 1일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고용 전환했는데, 이중 108명이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 관계자 친·인척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 중인 서울시 대표 산하기업이다.
앞서 지난 16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관련 전수조사 명단을 공개하며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야당은 이를 거론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채용과 고용 과정에서 공정성이 보장됐는지,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졌는지 추궁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무기계약직 근로자 중 이미 안전 업무를 책임지던 이들을 정규직화한 것이며, 철도·증기 등 운전 분야의 경우 철도 차량 운전면허나 관련 분야 국가 기술 자격증 소지 유무를 판단해 특혜 채용을 한 것이라 해명했다.
계속해서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직접 감사할 수도 있지만, 보다 더 객관적인 (기관인) 감사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분을 감사원에 (감사)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수비진을 폈다.
“과정 공정, 결과 정의?”
野 어불성설 일침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고용 세습’이라 평가하면서 고르지 못한 기회에 많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낙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부인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를 인용해 현 상황을 지적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3선, 경기 포천·가평)은 박 시장을 향해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노조원 친·인척 채용 비리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온갖 신문에서 이에 관해 대서특필 하고 있다”면서 “지금 벌어진 온갖 친·인척 채용 비리는 수많은 취준생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노조 또는 임직원 (친·인척) 취준생이 정규직에 채용된다면 (이곳에) 취직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이게 서울시가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냐”고 날을 세우며 서울시 산하 공기업을 상대로 친·인척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재선, 광주 광산을)은 “(박 시장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적 과제인 고용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있어 기획과 과정이 불공정해 결과가 정의롭지 못했다면 이것이 명분에 맞는 일이냐”면서 “결국 내 잇속을 챙기겠다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재선, 울산남구갑)은 “서울교통공사 관련된 여러 비리의 모든 책임은 박 시장에게 있다”면서 “(이 문제를) 서울교통공사의 비리, 서울시 산하 기관의 비리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일침을 놨다. 또 “박 시장의 친노동, 친민주노총, 보궐 선거 공신자 자리 챙기기 등으로 인한 문제 양산”이라고 강수를 뒀다.
반면 여당은 이 사안에 다소 물렁한 태도를 취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재선, 중구성동갑)은 박 시장의 고용 양극화 해소 정책에 관해 “이런 정책은 부작용을 철저히 엄단해야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권유했으나 오전 국감 말미에 “오늘 오전부터 서울교통공사(채용 비리)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박 시장도 인식하고 있으니 여·야 간 정쟁 대상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분명히 했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초선, 서대문을)도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 차원에서 친·인척 채용에 관한 전수조사가 있었던 것을 거론하면서 “만약 친·인척 비리가 있었다면 왜 (서울교통공사가) 나서서 전수조사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재선, 경기용인을)은 당시 노조의 조사 거부 지시로 전 직원 1만5000명 중 11.2%만 조사에 응한 배경을 전하며 “만약 전수조사가 됐다면 1285명 중 87% 가량이 친·인척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조사에 참여한) 11.2%를 살펴보니 아까 친·인척으로 밝혀졌다는 1912명이 딱 11.2%”라고 밝혔다.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8.4%가 108명이다. (야당 주장대로) 87%가 친·인척이란 것을 사실로 보면 전체 직원 중 1만4863명이 친·인척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김민기 의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친·인척 108명 중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강화 차원에서 추가 채용된 이들은 74명(제한경쟁 36명, 공개경쟁 38명)이다. 그는 이 경우 1912명의 친·인척 중 108명을 제외한 1804명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이전에 공채를 거쳐 채용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설명하며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수치 87%는 허위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서울시-한국당 실랑이에
‘도떼기시장’ 된 시청
야당의 서울시 브레이크 걸기는 국정감사실 밖에서도 이어졌다. 오후 2시 30분께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서울시청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찾아온 것.
오후 국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진입을 저지하려는 서울시 관계자들과 청사 내로 들어오려는 한국당 의원들의 대치로 인해 서울시청사는 한순간에 ‘도떼기시장’ 풍경으로 변했다.
청사 내로 들어온 몇몇 한국당 인사들은 서울시 관계자를 향해 “당신 소속이 어디냐” “이게(기자회견 하는 것이) 이렇게 소동을 피울 일이 아니다” “시청이 누구의 시청이냐. 박원순 (시장의) 시청이냐” 등의 발언으로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대략 30여분간 대치를 벌이다 서울시청사 1층에서 ‘청년 일자리 도둑질 서울시 고용세습 엄중수사 촉구’라는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과 함께 ‘귀족노조 일자리 탈취 온 국민이 분노한다’ ‘권력형 채용 비리 국정조사 실시하라’ ‘교통공사 고용세습 서울시를 수사하라’ ‘기회박탈 고용세습 청년들이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한편 서울시 국감에서는 이 밖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어려움 개선 위한 제로페이(舊서울페이) 정착화(홍익표 의원) ▲생활임금(권미혁 의원) ▲서울 지하철 내진 보강 사업(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등이 거론됐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