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프라이스’(China-Price) 끝났다
‘차이나 프라이스’(China-Price) 끝났다
  • 정우택 기자
  • 입력 2007-12-18 09:25
  • 승인 2007.12.18 09:25
  • 호수 3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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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 싸구려
저가상품으로 인식되던 중국산 제조품들이 가격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제품 값이 싸다고요? 천만에요. 공산품·농산물 값이 많이 올라 옛날 중국이 아니요.” 중국산 제품 값이 무조건 싸다고 덤벼들다 큰 코 다치기 딱 알맞다.
미국 월스리트저널(WSJ)은 최근 노동부 통계자료를 이용,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제품 값이 1년 전보다 2.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품 값은 다른 수입품보다 값이 비교적 싸 미국의 물가안정에 한몫해 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부터 중국산 수입품 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전체 수입품 값 상승을 추월하기 직전까지 왔다는 것. 지금까진 중국산제품이 물가를 잡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젠 물가를 올리게 됐다는 얘기다.
값싼 물건을 세계시장에 공급하던 중국이 물가상승을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이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노동자의 싼 임금으로 유지되던 물가안정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히 중국 물가가 올라 미국의 물가가 뛸 우려가 있다는 게 아니라 중국제품 값 상승이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 봐야 한다.

중국은 지금 원자재, 주식, 환율과 높은 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품 값으로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용유 1년 새 40% 껑충

중국의 물가상승을 우려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이나 WSJ뿐만 아니다. 인터내셔녈 헤럴드트리뷴(IHT)은 지난 달 중순 세계가 ‘중국 발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걱정스럽게 보도했다.

IHT는 중국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소비되는 신발과 복사기의 3분의 2, 전자레인지의 절반을 생산한다며 중국산 공산품 값 상승은 세계의 물가상승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신발과 복사기는 물론 의류, 주방용품, 자전거 등 운동기구, 사무기기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이 만일 이들 제품값을 올리면 세계물가는 큰 홍역을 치러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중국에서 공산품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은 중국기업이 생산성향상을 통해 물가상승 요인을 흡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문이 얼마나 먹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먹히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중국 물가가 얼마나 오르는지 한번 보자. 11월 초 중국 충칭의 할인매장인 까르푸에 할인 식용유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3명이 압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식용유 도매 값이 최근 1년 사이 40%나 오르자 이런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식용유 값이 올라 고민하던 터에 할인해서 판다고 하니 당연히 소비자들이 몰렸을 것이다.

이런 일이 터진지 직후 원자바오 총리는 류치 베이징시 서기를 대동하고 시민들을 만나 ‘물가를 통제하겠다’고 했다. 그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산품의 공급을 늘이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올랐다. 소매판매는 8년 만에 최고인 18.1%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6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로 기록됐다. 중국 물가가 얼마나 무섭게 오르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돼지고기는 55%, 닭고기는 38%가 뛰었다. 채소값도 30% 올랐다.

물가가 너무 올라 민심이 흔들리고, 자칫 국민들의 소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까르푸 할인매장에서 3명이 압사한 것에 대해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중국 공산품값 인상이 쓰나미처럼 글로벌시장을 강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산품가격으로 세계경제에 인플레가 찾아온다면 중국은 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세계경제를 쥐고 흔든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총리 “물가 통제하겠다”

미국의 증시상황이 즉각 지구촌 증시에 반영 되듯이 중국 공산품 값 인상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증시보다 파문이 더 클 것이다.

증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에겐 큰 영향이 없지만 공산품은 모든 사람이 쓰므로 사태가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공산품 가격 인상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말한 것 이상으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긴축정책,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 등을 대책으로 꼽고 있다.

긴축이나 금리인상, 위안화 절상은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함부로 시행에
옮기기가 쉬운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사태가 너무 심각하므로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모든 제품을 들여와 가장 빠르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우선 당장 중국에서 배추값이 오르면 우리 식탁이 영향을 받는다. 자전거 값이 오르면 수백만 자전거애호가들의 주머니가 얇아진다. 이런 식으로 물가가 오르다보면 인플레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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