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 이렇게 많은 악재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을까.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 그는 2005년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래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으며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김 행장은 올 들어 하나은행노조(위원장 김창근)로부터 4건의 고발 및 고소를 당한 상태다. 게다가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역합병 논란과 관련,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추징 위기를 맞아 사면초가다.
연이은 인수전 실패도 그를 흔드는 대목이다. 하나은행의 성장이 주춤거리는 사이 다른 경쟁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그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정아 게이트’, ‘BBK’연루 의혹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 행장의 공식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올 12월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역대 은행장 중 최대 피 고소ㆍ고발
김종열 행장은 하나은행노조와의 갈등으로 지난 7월 이후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3건의 고발과 통상임금 체불과 관련, 소송을 당해 역대 은행장 중 최다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노조는 김 행장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와 노사협의회 미 개최 수당 미지급 등으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우선 노조는 지난 7월 취업규칙의 일방적 불이익 변경으로 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어 8월엔 승진취소를 미끼로 노조간부에 대해 사퇴를 요구한 부당노동행위와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기 위한 노사협의회 미개최 건과 같은 달 생리휴가수당 미지급혐의로도 고발했다.
그 때 노조는 “김 행장은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재직 중인 전체 여성직원들에게 생리휴가수당을 주기로 노사는 7월 합의했지만 그 달 재직직원에 대해서만 수당을 준 뒤 수차례 독촉에도 지금까지 퇴직직원에 대해선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10월 각종 수당지급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최소기준인 근로기준법보다 낮게 운용해왔다며 1000억 원대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노조는 하나은행이 법에서 인정하는 통상임금개념의 최소수준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통상임금수준을 인정해 주도록 촉구하며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은 임금항목 중 ‘기준급’만을 통상임금 범위로 정해 시간외 수당과 연월차 수당을 주고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통상임금은 시간외 수당과 연월차 수당의 지급기준이 되는 것으로 은행은 통상임금 수준을 낮춰 직원들에게 각종 수당을 기준보다 훨씬 적게 줬다는 것이다. 노조는 7000명의 정규직을 대상으로 3년 치 임금체불로 환산하면 1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지속성장을 위해 경비절감에 나서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1조6000억원 세금폭탄 추징 위기
2002년 하나은행이 당시 부실상태였던 서울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수합병의 주체였던 하나은행이 피합병회사가 되고 서울은행이 존속법인으로 처리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하나-서울은행 합병의 경우 결손금이 많은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결손금이
없는 하나은행을 피합병법인으로 합치면서 상호는 ‘하나은행’으로 썼기 때문에 역합병이란 입장이다.
국세청은 이에 따른 과세액으로 법인세 약 1조원과 5년간 납세지연에 따른 가산세 등을 합쳐 1조60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견해는 다르다. 역합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재경부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역합병이 맞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으며 유권해석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 7월 재정경제부에 관련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지금까지 답을 듣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경부가 역합병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하나은행은 천문학적 세금폭탄을 맞아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잇따른 덩치 키우기 실패로
직원들 쥐어짜기
하나은행도 그간 다른 은행들처럼 덩치 키우기를 노려왔다. 그러나 9월 HSBC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키로 합의하는 기습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인수는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치열한 공방 속에 LG카드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인수전의 승자는 결국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하나은행의 은행권 ‘빅4’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약진을 거듭하며 선두 은행인 국민은행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빅3’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치고 올라와 추월당할 상황을 맞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경영진의 무리하고 원칙 없는 경영으로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례로 펀드시황이 호황을 맞자 하나은행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8월부터 100일 10조원 간접상품(펀드) 판매캠페인을 펼쳤다.
노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하나은행 전체 펀드액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음에도 100일 만에 이 같은 실적을 올리라고
지점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할당 등을 통해 강요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은행은 LG카드 인수가 실패하자 카드 발급 배가 운동을 펼쳤다. 올 초 하나은행 카드 발급 실적은 300만장 수준이었으나 연말까지 600만장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몸불리기가 실패하자 경영진은 직원들 쥐어짜기로 정규직은 업무 과부화 “빠른 텔러‘도입 등으로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하나은행은 향후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통해 성장해 나갈 방침이며 과열화 된 금융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행장-변양균 고교 동문, 하나은행 BBK 연루 의혹도
신정아 게이트와 BBK 사건 연루 의혹도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김종열 행장 뿐 아니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곤욕을 치루고 있다.
김종열 행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부산고 동문이다. 신씨를 성곡미술관 미술품 구매 자문위원으로 위촉, 후원 논란에 휩쓸리게 됐다. 김승유 회장은 성곡미술관 전시회에 3000만원을 후원한 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달 하나은행이 2000년 6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전 BBK 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던 LKe뱅크에 5억 원을 출자하면서 작성한 보고서와 계약서 등 3가지를 공개했다. 신당 정봉주 의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LKe뱅크가 7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BBK 지분을 100%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첨부된 품의서엔 은행장과 감사, 준법감시팀의 자필 결재가 포함됐고 풋옵션 계약서엔 이명박 후보의 서명과 도장이 찍혀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이런 문건을 근거로 BBK와 무관하다는 이 후보가 거짓 주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은 “신당이 허위사실을 퍼트려 이명박 후보 흠집 내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신정아 게이트와 BBK건은 주장만 있지 실제가 밝혀진 게 없다. 특히 BBK건은 실제 주인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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