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7월 두산가의 형제의 난 이후 박용오 전 회장과 그의 아들들에 대한 그룹내 왕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면 두산 일가는 올 2월 특별 사면된 박용성 전 회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경영복귀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선언 이후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부회장 등 4세들이 ㈜두산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주식 대박을 거두었다. 심지어 5세들도 지분확대를 늘려가고 있는 과정에서 박용오 전 회장과 그의 아들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형제의 난 이후 끊임없는 두산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사상 최대 규모인 51억달러에 미국 밥캣사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 중 두산이 자체 금액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10%도 안되는 4억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특혜금융을 제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용오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두산그룹 일가에서 완전히 제명당한 상태다. 시계를 2005년 7월로 되돌려 본다.
당시 박용오 전 회장은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일가가 17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중 일부를 해외로 빼돌렸고 이를 숨기기 위해 나를 그룹 회장직에서 내쳤다”고 주장하면서 형제의 난은 시작됐다.
두산측은 즉각 박용오 전 회장의 진정 내용을 반박함과 동시에 그룹과 가문에서 그를 제명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 발생 이면에 대해 박용오 명예회장이 당시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을 그룹에서 떼어내 자신과 아들들에게 달
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총수 일가가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에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박용오 전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분리 독립을 요구한 것은 두산 제 4세대로의 지분이동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두산 형제의 난은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이 `두산그룹 박씨 3세 중 용성, 용만, 용욱 등 4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일단락됐다.
지주사 체제서 철저히 소외
두산그룹은 ㈜두산을 중심으로 오는 2008년말 목표로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용오 전 회장과 그 일가는 철저히 이러한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산 주식을 네 번에 걸쳐 23만8000주를 매각했다. 박 전 회장의 ㈜두산 지분율은 올 초 1.63%에서 현재 0.34%(10만990주)까지 떨어져 있다.
재계에서의 관심은 나머지 박용오 전 회장이 잔여 10만여주 역시 털어낼 것인지의 여부와 총수 일가 차원에서 박 전 회장의 지분 매각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말 두산 총수일가 4세들이 두산산업개발이 갖고 있던 ㈜두산 지분 171만 주를 사들였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을 필두로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용성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용현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상무를 비롯한 10명이 주식 매집에 참여했다. 이들 4세들은 5월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지분 200만주도 매입했다.
두산의 주가는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이후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11월 7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주당 31만30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이들 4세들이 주식을 매입할 당시인 2월에는 5만원대 후반 5월에는 9만원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대박을 본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박용오 전 회장의 아들인 박경원 전 전신전자 대표와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현 뉴월코프 대표)는 이러한 4세들의 움직임에서 빠져 있다. 박경원 전 사장은 지난해 경영상의 실패로 전신전자의 경영권을 어울림네트로 넘겼으며 박중원 대표는 두산과의 완전 결별을 선언한 채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통해 독자 사업을 일궈가고 있는 상태다. 두산가 5세들에 있어서도 박용오 전 회장 일가는 두산 지배구조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두산 직계 5세들이 보유한 두산 지분은 3만 6067주이나 박용오 전 회장 손자들은 여기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용오 전 회장 일가는 그룹 총수일가가 제명한 이후 완전히 별개의 집안이 됐다”며”지배구조에 있어서 지분 정리와 관련 총수일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성 전 회장은 28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2800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실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가운데서도 올 2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사면을 받았다. 그가 2005년 11월 회장 직 사퇴 이후 사면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개월만이었다. 이후 두산 일가는 많은 반대 움직임을 떨치고 박용성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추진했으며 박용성 전 회장은 현재 주력계열사인 두산중공업 회장을 맡고 있다.
밥캣 인수 특혜 논란
두산그룹은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이달 9일 51억 달러에 미국 소형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계약이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우선 두산그룹이 자기자본으로 투입하는 돈은 10%에도 못 미치는 4억 달러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두산그룹의 자금동원력 문제와 향후 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선뜻 나섰다는 점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수 금액 조달의 골자는 금융대주단 주간사를 맡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국내 12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39억달러 규모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수 자금중 12억달러를 자체 조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중 8억달러를 두산의 재무적 파트너가 조달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형제의 난과 지난달 노희찬 의원의 지적에서 드러났듯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를 일삼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기업가치를 훼손시키고 국가신인도에 막대한 부작용을 야기한 두산에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자산을 대출해준다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과 비교해 두산의 재무상태가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밥캣 인수로 인해 인수 이전의 재무상태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산의 밥캣인수에서는 당초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는 와중에서 국내 금융기관만의 참여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여 금융기관들과 논의와 철저한 가치 분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투자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판
단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대주단이 제공하는 39억달러 중 10억달러에 대해서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지급보증을 서고 있고 향후 원금 외에 금융비용을 상환할수 있다는 확신속에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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