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유럽시장 “심상찮다”
삼성-LG전자 유럽시장 “심상찮다”
  • 현유섭 
  • 입력 2007-11-19 14:13
  • 승인 2007.11.1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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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시장서 체면 구긴 ‘글로벌 초일류’

삼성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룹 핵심 간부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비자금 조성과 떡값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거짓 증언 등에 대한 여파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공방이 검찰로 넘어간 가운데 특검을 놓고 정치권에서 설전이 벌어질 양상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 관련 부서들이 매일 비상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제품이 유럽 지역 소비자 기관으로부터 잇따라 혹평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유럽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에 위기가 찾아 온 것일까. 본지는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소비자 기관들이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 평가 보고서 등을 입수, 유럽 시장 내 삼성전자의 입지를 짚어본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랑거리를 내놨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onsumer Electronics Show(CES) 2008’에서 기술과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에 주는 혁신상을 32개나 수상한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상을 받는 제품군을 보면 TV 4개, MP3플레이어 1개, 홈시어터 1개, 캠코더 1개 등이다.

또 프린터(2개), 모니터(3개), 휴대전화(13개) 등 IT와 모바일 부문 제품도 대거 상을 받을 예정이다.


유럽 지역 잇따른 혹평 “왜”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도 올해 처음 CES혁신상을 받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같은 부분에서 23개의 혁신상을 휩쓸었다. 이때도 뮤직폰과 TV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삼성은 세계 전자제품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신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유럽국가에서 삼성의 전자제품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는 등 유럽시장 내 삼성의 입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인유럽저널 EKN에 따르면 우선 영국 소비자들이 삼성TV 제품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소비자보호원은 ‘Which’지 11월호를 통해 시판되고 있는 평면 TV제품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9개의 제품에 대한 성능 검사를 통해 평가했고 가격과 기능 등을 비교해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제시됐다.

영국소비자보호원은 이와 함께 브랜드 제품들에 대한 지속적인 테스트와 관찰을 통한 데이터를 설문결과에 추가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100점 기준으로 48.8점을 받아 8개 업체 중 7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삼성의 평가 내용을 보면 14개 모델 중 영국소비자보호원의 베스트 바이(BEST BUYS)에 선정된 모델이 하나도 없다.

또 블랙색상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비해 성능면에서 탁월하게 다른 제품을 능가할 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브랜드 신뢰도가 다른 업체보다 좋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인 셈이다.

캠코더 모델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캠코더 부문은 영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HD캠코더와 일반형 캠코더로 나눠 순위를 매겼다.

삼성은 일반형 캠코더 부분에서 2개 모델을 순위에 올렸지만 그나마 발표된 21위 순위 중 20위와 2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중저가 DSLR 카메라 모델 ‘GX1L’도 영국소비자보호원으로부터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영국에서 판매 중인 13개 제품 중 12위를 기록했다.

성능평가 내용을 보면 이용편의, 초점, 사진의 질 등은 다른 유수의 제품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지만 배터리 수명은 다른 업체 제품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노키아-삼성-모토로라’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유럽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혹평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가 스웨덴에서 실시된 기능 테스트에서 악평을 받은 것이다.


스웨덴 기능 테스트서 낙제점

스웨덴의 비디오·오디오 잡지사인 ‘빌드앤유드’(Bild & Ljud)사는 최근 소비자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직폰 8개를 선정, 기능을 테스트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테스트에 한국산 뮤직폰은 올해 출시된 삼성의 ‘U600울트라에디션 10.9’와 ‘X830’, LG의 ‘3G구글폰(KU580)’이 포함됐다.

보도내용을 보면 삼성의 울트라에디션10.9과 LG의 3G폰은 5점 만점 중 2점을 받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했다.

빌드앤유드사는 울트라에디션10.9에 대해 “음악의 톤이 떨리고 다이내믹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X830에 대해서도 “음질이 우수하지만 이어폰 소켓이 별도로 없어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며 3점이라는 냉정한 점수를 매겼다.

반면 노키아의 ‘5700 엑스프레스뮤직’은 5점 만점, 소니 에릭슨의 뮤직폰 2개 모델은 3점과 4점을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제품에 대한 잇따른 혹평이 유럽지역 한인 언론에 소개되면서 한인사회에서 망신을 사고 있다.

삼성은 일부 유럽국가 소비자들의 악평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지역에서의 혹평을 다룬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스웨덴이 유럽에서 시장이 크지 않은 마이너 지역이라며 조사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영국소비자보호원의 평가결과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측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워낙 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고 어떤 제품을 갖고 평가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를 가질 수 없다. 영국 시장 내 제품 판매 동향에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부 제품에 대한 영국 소비자 기관들이 내놓은 호평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악평은 애써 외면?

삼성은 ‘500만 화소 슬림 슬라이드 폰(SGH-G600)’이 최근 영국 ‘모바일 초이스 소비자대상(Mobile Choice Consumer Awards) 2007’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휴대폰 상(Phone of the Year)’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고 있다.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수는 경쟁업체와 비교해 갑절이상의 수준이다.

지난 2003년 휴대전화 시장만 보더라도 삼성이 유럽 등의 시장에 내놓은 모델은 85개. 노키아(40개)와 모토로라(13개)보다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이는 상품의 기획력과 제품 라인업, 부품조달력, 디자인 등에서 경쟁업체를 앞서야 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전략은 일단 성과를 얻고 있다. 삼성은 올 2사분기 모토로라를 제치며 세계시장 휴대전화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LCD TV시장에서도 올 2분기 시장 점유율 18%를 기록,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신화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가 않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소니 애릭슨이 올 2분기 전년보다 58%가 넘는 성장세를 유지하며 9.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2위인 삼성전자(13.7%)와 3위인 모토로라(13.0%)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삼성의 LCD TV 제품 세계시장 점유율 내막을 보면 지역별 치중 현상이 뚜렷하다.

삼성의 LCD TV 세계시장 점유율은 18.6%로 2위 소니사보다 5.4%p 높다. 이는 지난 1분기 격차 0.3%p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삼성은 서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라틴 아메리카, 중동 등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과 북미 지역, 동유럽에서는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 이는 삼성의 LCD TV부문 왕좌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산업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주요 8개 지역 평판 TV의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79%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치열해지는 세계시장

일본, 북미, 동유럽, 중국 등이 60~9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각각 38%와 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덕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정보조사팀장은 “삼성 휴대전화 강세는 모토로라 등이 저가 전략에 실패하면서 나타난 반사 이익이 삼성과 노키아로 분산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유럽시장 공략 핵심 포인트는?
가격과 디자인으로 승부


삼성전자가 초고가 휴대전화 제품과 저가 상품을 동시에 출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초고가 제품은 덴마크 오디오 업체인 ‘뱅앤올룹슨’과 공동개발한 뮤직폰 ‘세레나타’로 유럽에서 1400유로(한화 187만원)에 판매된다.

또 명품 루이뷔통이 만든 가죽 케이스를 세레나타 전용 케이스로 400유로에 내놓을 예정이다. 둘이 합치면 240만원대로 중고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는다. 세레나타는 일정물량만 생산하는 ‘콘셉트폰’으로 화면을 눌러 입력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초저가 휴대전화도 내놨다. 가격은 8만원대. 이번 제품은 명품 디자인이 적용됐다.

특히 고가 제품 위주에서 탈피, 고가제품과 저가의 포트폴리오을 구성한 점과 저가제품에 까지 명품 디자인 이미지를 적용한
점 등이 유럽시장에서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유섭  HYSO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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