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장치 없는 ‘SNS 장터’
규제 장치 없는 ‘SNS 장터’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10-19 01:04
  • 승인 2018.10.19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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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 신고‧사업자 등록 안 한 업체 ‘수두룩’
SNS에서 '마켓'을 검색하면 많은 게시글이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SNS에서 '마켓'을 검색하면 많은 게시글이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끈 베이커리 제품이 포장갈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구매가 일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미쿠키 등 식품부터 마약가짜 명품 피해도

충북 음성 소재 미미쿠키는 지난 7월 온라인 직거래 커뮤니티 농라마트에 입점해 유기농 수제 제품이라고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온라인상에서는 미미쿠키가 코스트코 제품을 포장만 바꿔 팔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판매자는 결국 지난달 21일 재포장 판매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미미쿠키 영업장을 압수수색했으며 미미쿠키 대표 A씨와 B씨 부부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수제 케이크와 쿠키라고 속여 696명에게 판매해 3480만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은 관할관청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미미쿠키'가 판매하던 쿠키(왼쪽)과 한 소비자가 포장 둔갑 판매 의혹을 제기한 대형마트 쿠키 제품. 미미쿠키 측은 결국 의혹을 시인한 뒤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미미쿠키'가 판매하던 쿠키(왼쪽)과 한 소비자가 포장 둔갑 판매 의혹을 제기한 대형마트 쿠키 제품. 미미쿠키 측은 결국 의혹을 시인한 뒤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음성군에 따르면 미미쿠키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와 휴게음식점으로만 신고했다. 현행법상 제조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식품을 통신 판매하려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시구로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위생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를 온라인 모니터링만으로 적발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음성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미신고 업소를 모니터링 등으로 적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신고한 업소 대상의 감독은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과장 광고 일삼아

현재 SNS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거래로 추정되는 식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SNS를 판매 창구로 쓰는 업체 중 일부는 지금도 무분별한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파인애플 발효식초를 들 수 있다. 이 식초를 마신 후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시트가 다 젖을 정도로 하혈했다”, “음료를 마시고 복통으로 고생했다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 광고에 나온 제조사제조번호가 실제 제품과 다르다는 내용도 지적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나섰다. 파인애플 발효식초 음료 등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판매되는 일명 다이어트 음료를 국민청원 안전검사 대상으로 선정해 검사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도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흰민들레즙(액상차)’를 제조해 판매한 한 업체가 원재료 함량을 허위로 표기했다가 식약처에 적발된 것. 이 업체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체험단을 모집한 후 온라인 공간에 후기를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비를 받은 광고대행사 측 인원들은 실제 소비자인 것처럼 성인병, 피부질환, 관절염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SNS를 사용하고 이용자 절반 이상이 SNS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SNS에서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는 10~5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4.2%“SNS 광고로 직접적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해 구매가 많은 만큼 피해도 적잖은 상황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개인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등의 계정을 통해 거래를 하는 곳을 SNS 장터라 부른다.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판매자에게 댓글, 쪽지, 비밀 쪽지 등으로 구매 문의를 하는 방식이다. SNS의 한 종류인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을 검색하면 14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SNS 판매자들은 온라인 판매 신고조차 하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신고를 하지 않으니 당국의 단속망을 피해가기 쉬운 것이다. 사업자 번호와 통신판매업 신고 여부를 기재하지 않은 곳도 무수히 많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판매자들은 장사를 통해 수익이 생겨도 따로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은 SNS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할 때 사실상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나 다른 소비자의 후기만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소문과 판매자의 거짓 홍보로 인기를 얻은 미미쿠키와 유사한 사례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법조계에서는 SNS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대한 사전 관리감독의 한계로 미미쿠키 사태와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라 변호사(경인법무법인 부천분사무소)“(통신판매와 관련해) 전자상거래법이 존재하지만 현재 SNS 상에서 판매되는 식품을 규제할 구체적인 법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SNS 장터는 식품만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미미쿠키 등 식품류 허위과장 광고 및 판매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SNS를 이용해 졸피뎀, 조피클론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거래한 마약사범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으며 펜디(FENDI), 발렌시아가(BALENCIAGA), 골든 구스(GOLDEN GOOSE)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 및 신발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는 SNS 광고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가품 배송 피해를 입었다는 상담이 급증하기도 했다.

SNS 장터에서는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SNS 장터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4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8%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89%(444), 남성이 11%(54)였다.

피해유형별로는 상품 구매 후 청약철회 거부가 69.7%(34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품 구매 후 해당 계정 운영중단 또는 판매자 연락두절이 10.6%(53), 배송지연이 8.6%(43), 제품 불량 또는 하자가 8.2%(41) 등으로 피해 빈도가 높았다.

SNS 판매자들이 우선적으로 광고와 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불어 SNS 장터 단속 강화, 사전 적발 시스템 구축, 소비자 대상 교육 및 홍보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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