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이 합병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법인세 편법 탈루 여부에 대한 잡음은 아직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이 당시 부실상태였던 서울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수 합병의 주체였던 하나은행이 오히려 피합병 회사가 되고 서울은행이 존속법인으로 처리돼 거액의 법인세 탈루가 발생했다는 논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 금액은 당초 내야할 법인세 약 1조원과 5년간 납세 지연에 따른 가산세 등을 합쳐 1조6000억원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재정경제부에 의뢰한 상태지만 재경부는 유권해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시효는 내년 3월까지다. 하나은행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향후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IMF당시 서울은행은 동아건설, 건영, 우성, 삼익 등 거래하던 대형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자 부실은행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1998년 1월 서울은행에 대해 증자 8000억원, 부실채권 매입 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지원했으나 서울은행의 경영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2002년 당시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은 적자인 서울은행이 흑자인 하나은행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편법 ‘역합병’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래야만 서울은행의 이월결손금이 과세에서 공제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2002년 당시 서울은행 최종 매각대금은 1조1500억원이었다.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실제로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해 거둬들인 매각대금은 배당까지 합쳐 1조4646억원이었다. 그러나 국세청 주장대로 법인세 절감규모가 1조원이고, 여기에 납세 지연 가산세 6000억원까지 친다면 오히려 정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금 탈루 논란
국세청은 올 4월부터 6월까지 하나은행 세무조사 중 하나-서울은행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 81조 4항에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이 합병법인이고 합병법인 상호를 피합병법인 상호로 변경해야 한다고 역합병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국세청은 하나-서울은행 합병의 경우 결손금이 많은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결손금이 없는 하나은행을 피합병법인으로 합병하면서 합병법인 상호는 하나은행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역합병이라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이 문제를 놓고 지난 7월 재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하나은행 법인세 부과에 대한 유권해석은 4개월째를 맞고 있는 현재까지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가와 개별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재경부의 유권해석이 나가기 전에 과세 강행 입장에 대해 밝히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유권해석의 경우 과세시효가 내년 3월임에 따라 그 이전까지 답변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과세 논란이 있기 전부터 하나-서울은행간 역합병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적자 기업이 우량기업이나 흑자기업을 인수해서 법인세를 안내는 게 역합병”이라며 “하나-서울은행은 명백히 이에 해당하는 데 과세 당국은 뭘 하고 있느냐”며 질책한 바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있기 전인 올 2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할 당시에도 상호는 하나은행을 유지하면서 적자가 심각한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만들어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았다”며 “이는 편법적인 탈세 행위로서 이에 대한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감에서 이달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향해 “과세논리가 섰다면 재경부 해석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세정당국인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과세하면 되는데 당시 합병을 지원한 재경부 눈치를 왜 보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전 전청장은 당시 “1조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과세하면 해당 기업에도 부담이 되지만 원칙적으로는 과세하는 것이 옳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은행에 대해 정부가 과세하는 것으로 번복 결정이 내려진다면 심각한 딜레마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법인세 절감을 감안해 서울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이제 와서 법인세 절감이 무효라고 밝혀진다면 예보는 물론 공자위는 방만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각종 고강도 세금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결자해지 자세로 납득할 유권해석을 내려 과세하는 것이 조세형평에 맞다”고 정부의 의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아직 재경부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히 역합병이 맞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다”며”유권해석에 따라 향후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 단기차입으로 금리인상 우려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단기 차입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과도해 앞으로 금리 인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금보험공사는 ‘국내 증권사 자금조달 운용 현황 및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증권사들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예보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차입금은 12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급증했다. 6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총 자산은 118조1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 증가해 은행(13%), 생명보험(15%), 손해보험(16%), 저축은행(15%) 등 다른 금융업계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예보는 이같은 이유가 증시 활황에 따른 인력과 점포 투자 증가, 유가증권 투자 및 신용융자 증가 등으로 자금 소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차입금 중 콜머니(Call Money)가 차지하는 비중이 55%로 단기차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가 현행 콜금리 목표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기준금리로 변경되면 콜금리의 변동성이 증대됨에 따라 금리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예보의 전망이다.
또 부채 가운데 저원가성 고객예수금의 비중은 2005년 3월 말 이후 약 17%포인트 하락한 반면 고원가성 부채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4~11%포인트씩 증가한 가운데 최근 증권사들이 RP형 자산관리계좌(CMA)를 적극 판매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예보는 앞으로 증권사들과 대출 채권 및 상품 거래를 할 때 체계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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