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전기료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전동차 운행 간격을 일방적으로 늘리고 역사 내 형광등을 절반만 켜는 등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공사는 현재 900원인 기본요금(교통카드 기준)을 오는 2011년까지 1300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러한 공사의 내부 기밀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 노동조합에 의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간에 쌓였던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 위해 공사 내부비리가 담긴 포스터를 직접 제작·유포한 것. 그들은 또 더 많은 시민들이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실제로 공사 내부비리가 담긴 자료를 요청하자 노동조합 관계자는 ‘먼 길’을 두 번이나 왕래하며 성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11월 7일 오전 11시께, 커다란 가방을 멘 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 관계자 두 명이 본지 편집국을 찾아왔다. 자신을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 선전·홍보 국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메고 온 가방 안에서 공사 내부비리가 담긴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A4용지 30매 분량의 보고서에는 ▲서울도치철도의 경영형태 및 의혹사업 전반을 비롯 ▲음성직 사장의 인사비리 및 독선경영 ▲공사의
법률위반 현황 ▲‘5678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의 실체 등 공사의 내부비리와 음성직 사장의 경영비리가 낱낱이 담겨 있었다.
다음은 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 임한채 선전·홍보 국장과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 관한 내용을 폭로하게 된 이유는.
▲지난 2005년 9월 음성직 사장이 부임한 이후 2년 동안 그는 공사의 발전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전념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사회 공공성 훼손은 물론 시민 불편 초래, 경영실패 등을 하게 되었고, 공기업으로서의 근본 자세인 ‘시민을 위한 활동’에도 정면 대치돼 왔다. 공사가 서민의 발이 되지 않으면 결국 시민들은 우리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낙하산으로 부임한 사장이야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겠지만 그간 그가 저질러 왔던 만행은 남은 우리들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지금에라도 바로잡고자 사장 퇴진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내부비리 사실은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
▲노동조합 9대 집행부가 8월 10일 당선됐다. 이에 2년간 음 사장이 해왔던 경영형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공사가 그동안 공공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운영돼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캐면 캘수록 수많은 비리와 의혹들이 넘쳐 나오기 시작했다.
-의혹 한 가지만 예로 든다면.
▲무임권 방치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에너지 절감 운동을 한답시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이다. 음 사장이 부임한 이후 무임권을 매표실 밖에 배치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부정 승차자가 약 35만명 정도 증가했다. 이는 공사에 연간 4억원 상당의 손실을 가져왔고, 음 사장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니 무슨 말인가.
▲손실분을 차감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을 단축함은 물론 일일 9시간 이상 가동되어야할 공조기를 가동치 않고, 열차운행횟수를 일방적으로 줄였다. 또한 열차나 대합실 형광등을 50%이상 빼기도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책을 읽기 위해선 적어도 300룩스 이상의 조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역사가 100룩스도 안 된다. 한 번은 대합실이 너무 어두우니까 어떤 사람이 “영업 안해요?”라고 물어오기도 했다.
-공조기 이야기 좀 자세히 이야기 해 달라.
▲공조기는 적어도 일일 9시간 이상 틀어야 한다. 일례로 1~4호선은 24시간 공조기를 풀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길어봐야 1시간 40분 정도만 튼다. 또 수익금을 중요시 하는 음 사장은 수익금이 많은 곳은 오래 틀도록 허락하고 적은 곳은 못 틀게 한다. 동대문운동장역 같은 경우 환승이 가능해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데도 수익금이 적다는 이유로 시간대 별로 10분씩만 튼다.
-그렇다면 역사 공기질 측정하는 날에는 어떻게 하나.
▲역사 공기질 측정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노동부에서 직접 의뢰해 하는 경우와 우리 환경팀에서 하는 경우다. 둘 다 일정이 잡히면 각 역사로 스케줄 표를 내려 주는데 그날만 특별히 공조기를 오래 틀 수 있도록 허락한다.
-음 사장이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사측에선 뭘 했나.
▲음 사장의 ‘제 멋대로 경영’에 대해 지적한 직원(공사 간부)들은 타 분야로 전보되거나 보직 해임돼 ‘풀장(연수원)’으로 발령 났다. 결국 자진 퇴사를 종용하는 것이다. 반면 승진에 욕심이 있고 절대충성을 맹세하는 간부들은 자기 급수보다 높은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심지어 사장을 견제할 수 있는 감사부서마저 그에게 종용돼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지영 pjy092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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