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형제 간 재산분쟁’ 전말
노태우 전 대통령 ‘형제 간 재산분쟁’ 전말
  • 김종훈 
  • 입력 2007-11-12 00:00
  • 승인 2007.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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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직 대통령 맞아?

노태우(75) 전 대통령이 동생 노재우(72)씨와 꼴사나운 재산 분쟁을 벌이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분쟁의 시작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동생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건네면서 시작된다. 재우씨는 이 돈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땅 5만2800㎡(15971평)을 매입, 냉동·냉장회사와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이 지역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이 땅과 회사의 가치는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단은 노 전 대통령이 1997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2629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기 전 동생에게 120억원을 건넨 데서 부터다. 은닉재산 추적에 나선 검찰은 2001년 “문제의 120억원은 노 전 대통령의 위탁 재산으로 추징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재우씨는 “위탁 재산이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는 대가로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납부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7일 노태우 전 대통령 조카인 물류회사 오로라CS 대표 노호준(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가던 추징금 분쟁은 재우씨의 냉장회사 관계자가 최근 “재우씨가 회사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노 전 대통령도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탄원서는 “재산 분쟁이 진행 중이니 수사를 빨리 마무리해달라”는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 형제가 1000억원대 용인 땅을 놓고 벌이고 있는 소유권 다툼이 결국 형사처벌로 비화됐다.


동생 재우씨 아들은 배임·사문서 위조 혐의

검찰은 노재우씨 아들인 호준씨를 지난 6일 체포했다. 호준씨는 2004년 5월 육류 수입업을 하는 오로라CS를 설립할 때 냉장·냉동물류 회사 부지 4만2975㎡ 가운데 1만2000㎡와 건물 한 동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수십억원대 손해를 입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호준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공동대표였던 박모씨의 동의 없이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만든 뒤 대표이사 직인을 찍은 사문서 위조혐의도 받고 있다. 호준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재우씨가 회사 재산을 임의로 처분해 회사 가치를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국가가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어려워지자 최근 이 회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오로라CS 주식 가운데 노재우씨가 보유한 30%는 추징금 징수를 위해 압류된 상태다. 그러나 호준씨 측이 갖고 있는 지분 70%는 추징 대상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과 동생 노재우씨는 각자 대리인을 내세워 오로라CS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구역질나는‘물태우’에 대한 추억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대통령 재직 중에 재산 150억원(비자금 120억원 포함)을 1988년부터 1992년 사이 동생에게 줘 관리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동생이 이 중 120억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 운영한 것이므로 오로라CS의 실제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국가가 이를 처분해 미납 추징금 517억원 완납에 써 달라”고 했다. 추징금을 완납하고 돈이 남으면 북방정책 및 통일연구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증거자료도 제출해 동생 측을 압박하고 있다. 1995년 12월 초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에서 작성된 노재우씨 명의의 재산 포기각서다. 이 각서에는 형님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비자금의 소유권을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포기한다. 국가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매각하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겠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노재우씨 측은 1995년 11월 중순 대검 중수부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받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반박 증거로 냈다.

조서에는 “비자금은 동생이 노모를 모시고 있으니 잘 맡아 관리하라고 준 것”이라며 “그 돈으로 매입한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동생에게 전적으로 넘겨주고 싶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노재우씨는 “120억원은 대통령인 형 대신 노모를 모시는 데 대한 대가로 증여받은 재산”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내 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땅의 적정 가격에 대한 각자의 주장도 첨예하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공시지가만 500억원이고 실거래가는 1000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재우씨 측은 “500억원에 못 미친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의 한 관계자는 “마치 원래 자신들의 재산인 듯 대놓고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꼴사납다”며 “노씨는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은닉 재산을 내놓아야한다”고 성토했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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