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차용규 미스터리 행적 단독공개
‘샐러리맨 신화’ 차용규 미스터리 행적 단독공개
  • 현유섭 
  • 입력 2007-11-12 00:00
  • 승인 2007.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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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000억원대 부동산 은닉 비밀투자”

등하불명(燈下不明)인가? 극비 잠적 후 행방이 묘연했던 샐러리맨 출신 억만장자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가 이미 1년 전부터 국내생활을 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차 씨는 올 4월, 1조원 상당의 카자흐스탄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 지분을 처분한 후 사라졌다. 이후 차씨의 행방은 미스터리로 남으면서 국내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제계에서는 그가 영국에 머물다 귀국 후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카자무스 지분 매각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비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차씨는 왜 국내 활동을 숨겨야 했을까. 수많은 언론보도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과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걸까. 돈의 행방은 어디일까. 억만장자 차씨에게 쏟아지고 있는 의문은 의혹으로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차씨의 국내 복귀 후 단서가 잡힌 행적을 단독추적했다.


차씨는 올 초부터 포브스 등 해외 유명 경제 전문지들이 내놓은 부자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면서 국내외 언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차씨는 올 4월 주식매각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이던 1조원 상당의 카작무스 주식을 전량 매각한 사실을 밝히면서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호화 아파트 등기부등본이 단초

국내 언론은 그를 ‘샐러리맨의 신화’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수많은 추측성 기사도 내놨다. 일부에서는 마피아 납치설 등이 운운됐지만 국내 복귀설이 지배적이었다.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1조원을 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하게 피했다. 국내 복귀를 공식 확인한 언론은 없다. 이 때부터 차씨의 행적에 대한 대추적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차씨가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한 4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차씨의 국내 복귀를 증명해 줄 단서가 없었다.

먼저 삼성과 카작무스 관계자들을 상대로 차씨의 행적을 수소문 했다. 그러나 대답은 ‘무응답’과 ‘모른다’ 였다. 이에 따라 본지는 차 씨의 국내 복귀를 밝혀 줄 흔적을 찾아야 했다.

우선 차씨의 재력을 감안, 국내 생활을 위해 마련했다는 집을 찾아 나섰다.

서울시에 위치한 유명 아파트 30곳의 등기부등본 열람을 시도했다.

서울시 여의도 롯데캐슬 아파트 한 세대의 등기부등본에서 그의 이름이 발견됐다. 차씨 소유의 아파트는 100평이 넘는 초호화 저택이며 지난 2006년 월 명의이전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차씨는 아파트 구입과 함께 국내 활동을 위해 자기 명의의 대형 수입 자가용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차량원부는 차씨가 구입한 차량이 벤츠사의 S500시리즈이며 등록일자가 지난해 1월로 명시하고 있다.

이 차량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최고급 차량으로 판매가격이 2억원을 호가한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차씨에 대한 탐문결과 그의 행적은 의외로 쉽게 드러났다. 그의 차량을 강남 지역 유명 음식점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지난 8월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명 호텔에서 차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씨가 지난해 국내에서 일상적인 생활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국내 복귀 후 삼성 관계자들과 여러차례 접촉을 해 온 것을 공식 확인됐다. 본지는 차 씨 소유의 아파트에서도 차씨의 행적을 발견했다.

차씨의 동생은 본지와의 대화에서 “현재 국내에 없다”며 “국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삼성 관계자 등 지인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미스터리 행적 추적 과정에서 거액의 국내 부동산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부터 ‘차 회장’ 으로 불리는 의문의 큰 손이 국내 건물 경매시장에 나타났다.

본지 취재 결과, 경매시장 관계자들은 차 회장을 차용규 전 카자묵스 대표로 알고 있다.

또 경매시장에서 흘러나온 ‘차 회장’ 소문에는 차씨와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법인 5개가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내 경매시장 관계자들 사이에게 거론되고 있는 차 회장의 돈이 연결됐다고 거론되는 법인은 대부분 부동산 사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특수 물건에 손을 대고 있다.


6000억대 부동산 투자 행방

그러나 거론되고 있는 업체들은 많은 의문거리를 갖고 있다.

W사는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 국내에 영업소를 두고 수백억원대의 국내 특수 경매 물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W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보면 지난해 말 매각된 H콘, 서울 여의도 N건물, 서울 도곡동 W스포츠센터, 서울 대치동 W아파트 상가, 서울 대치동 H빌딩 등으로 개발 후 평가금액이 6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W 등기부등본을 보면 자본금이 1달러다. 또 본사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라부안은 국내 검은돈들의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다.

특히 W사의 본사와 국내 영업소 등기 일자가 일치하는 등 국내 부동산 시장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W사와 같은 주소로 등록된 부동산 컨설팅 업체 A사는 차 씨의 동생이 이사로 등록돼 있다.

A사의 이사로 등록된 이모씨는 차씨의 자본이 유입된 또 다른 법인 I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I사는 현재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본사와 국내 영업소 등기 일자가 같고 자본금이 10달러에 불과 하는 등 W사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G사도 의문투성이다. G사는 지난 1995년 설립된 IT 벤처 기업이었다.

이후 경영악화로 대표이사가 사임한 후 해산 직전의 법인으로 남게 됐지만 올해 4월 돌연 부동산 개발과 주식투자 업체로 변신해 영업을 시작했다.

차씨의 국내 복귀는 많은 이슈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지분 매각 대금 1조원의 행방과 삼성물산과의 관계를 증언해 줄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주식을 차 씨에게 헐값 매각한 이유가 밝혀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4년 8월 16일 이뤄진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과 관련 매각의 이유, 매각가액의 산정 근거, 인수 상대방 확정 경위, 회사의 손해발생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 등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내복귀 재계 미치는 파장

특히 경매시장에서 나돌고 있는 ‘차 회장’소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화로 비쳐졌던 차 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차 씨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생활이 확인된 만큼 그에 대한 재계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공식적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본지가 차용규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켠 이유는?

전무후무한 샐러리맨 출신 억만장자


차용규씨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지난 1995년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점에서 근무했다. 알마티 지점 발령은 카자흐스탄 국영기업 ‘카작무스’와 인연을 맺는 계기였다. 카자흐스탄은 당시 몰락위기에 놓인 국영기업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결정했고 삼성물산이 공개입찰을 통해 회사 경영을 맡게 된다.

이후 카작무스는 2억5000만달러이상의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구리 생산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차씨는 삼성물산 위탁 경영팀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했다. 그는 공적을 인정받아 1998년 부장-1999년 상무이사보로 이어지는 초고속 승진의 행운을 얻었다. 또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는 카작무스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의 초고속 승진은 강한 뚝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언론을 통해 소개된 마피아와의 담판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삼성물산 알마티 지점 근무 당시, 소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마피아가 차씨와 동료들에게 들이 닥쳤다. 마피아들이 삼성물산의 위탁경영 사실을 알고 카작무스가 진 빚을 받기 위해 찾아 온 것이었다. 차씨는 마피아의 협박이 몇 달째 이어졌지만 지점을 끝까지 지켜 결국 마피아와 협상을 타결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운명적인 선택은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경영권을 포기한 2004년에 벌어졌다. 삼성물산을 그만 두고 회사가 보유 중이던 카작무스 주식 45%를 사업 파트너인 블라디미르 김씨, 올렉 노바츄크와 함께 인수한 것이다.

카작무스는 연간 갑절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며 지난 2005년 8월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 시가총액 100억달러의 초우량 기업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에 명함을 올렸다.

차씨가 런던 증시 상장과 함께 보유한 회사 지분은 15.6%. 시세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양이였다.

이후 세계적인 경제잡지들이 소개하는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보유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한 후 연말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이후 언론 노출을 꺼리는 등 행적이 묘연했다.

이와 함께 최근 삼성과 관계에 대한 의혹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현유섭  HYSO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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