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카작무스 미스터리’
삼성물산 ‘카작무스 미스터리’
  • 박지영 
  • 입력 2007-11-09 00:00
  • 승인 2007.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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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규 1조원 미스터리 추적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운영했던 구리제련 업체인 ‘카작무스’의 지분 매각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월 15일 삼성물산 이사회에 “카작무스 지분 매각 과정에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며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질문의 요지는 시가총액 100억달러(약 9조2000억원)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의 지분을 회사 임원 출신에게, 그것도 헐값에 판 이유다. 1조원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찾아 추적했다.


카작무스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물산과 카작무스의 인연은 파산 직전의 카작무스를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1995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삼성물산이 5년간 위탁경영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삼성물산은 성공적인 위탁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자회사인 삼성홍콩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매입해 2000년 7월 기준 42.55% 지분율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 매입에 소요된 자금은 약 1억 6300만 달러로, 그 중에는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로부터 융자받은 5900만 달러(1000억원 가량)도 포함돼 있었다.


헐값 매각 이유

하지만 삼성은 자원대국 카자흐스탄에서 건져 올린 ‘대어’ 카작무스를 오래 곁에 두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카작무수 지분을 두 차례 걸쳐 매각했다. 1차 매각은 2001년 10월로, 당시 15% 지분의 매각가액은 주당 16만 8918원이었으며, 삼성물산은 이 거래를 통해 784억 800만원의 투자자산처분이익을 얻었다.

문제는 2차 매각이었다.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은 카작무스가 지난 2004년 6월 1일 런던증시 상장계획을 발표하고 런던에 지주회사인 KCC인터네셔널을 설립한 이후인 2004년 8월 16일 잔여 지분 24.77%를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총 1억 달러로 주당 매각가액은 1만 9051원이었다.

이는 지난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 4만 9617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당시 카작무스 주식이 카자흐스탄 증시에서 평균 거래가격이 주당 3만원 정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저가였다. 특히 당시엔 구리 값도 상승 추세였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은 각각 212억 3200만원 및 1191억원 68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2004년 국제 구리 값은 t당 2800원으로 전년비 40%가량 상승한 가격이었다”며 “이후에도 구릿값은 2005년 3600원대에서 지난해에는 6700원대로 급상승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지분매각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카작무스는 국제 구릿값이 치솟던 2005년 10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9위의 구리회사로 거듭났다.


매각 과정도 의문

당시 삼성물산이 매각한 지분은 공교롭게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 현지에 파견해 카작무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차용규씨에게 넘어갔다. 그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페이퍼 컴퍼니인 ‘페리 파트너스’를 통해 지분을 인수한 뒤 런던 증시에 상장시켜 1조원대의 매각 차익을 챙기며 ‘성공 신화’로 유명세를 탔다.

반면, 광진공은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지분매각 및 융자금 조기상환으로 인해 당초 계약대로라면 얻었을 수수료 수익 39억원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카작무스의 런던증권거래소 상장계획이 구체화되던 시점인 2004년 8월 13일 삼성물산 이사회는 카작무스 지분 매각을 결의하고, 동년 8월 16일 페리 파트너스에 카작무스 지분 전부(삼성물산 9.29%, 삼성홍콩 15.4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 과정은 차씨 신화의 이면을 구성한다”며 “지난 4월 저가 매각 경위에 대한 의혹을 풀 것을 삼성 쪽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과 관련 ▲매각판단의 이유 ▲매각가액의 산정 근거 ▲인수 상대방 확정 경위 ▲회사의 손해발생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 등을 삼성물산에 공개 질의했다.



#삼성 새 영어 시험 “계열사 밀어주기?”

삼성이 신입사원 채용시험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OPI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OPIc는 영어능력평가의 대명사로 ‘듣기’와 ‘읽기’를 주로 평가하는 토플이나 토익과 달리 ‘말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OPIc 미국 영어평가기관 LTI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회화능력을 변별하는 시험이다.

지난 10월 23일 삼성 계열 온라인 교육업체로 그룹 내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크레듀가 2년 안에 LTI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레듀는 최대주주인 제일기획이 지분을 26.7% 보유하고 있고 삼성경제연구소(10.7%), 에버랜드(8.9%), 삼성네트웍스(7.1%)와 삼성SDS(7.1%) 등 삼성 계열사와 이학수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등 삼성 임원이 보유한 지분이 63.1%(354만9000주)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의도적으로 OPIc 활용 범위를 넓혀 크레듀를 밀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OPIc가 정식으로 신입사원 시험에 채택되면 결과적으로 삼성이 크레듀를 밀어주는 셈”이라며 “이는 계열사뿐만 아니라 크레듀 지분을 보유한 삼성 임원들에게 수십억 원의 주식 평가 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pjy092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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