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에 이슈거리가 생겼다. 국내 재벌 총수의 해외 원정도박에 대한 것이다. ‘일부 재벌 총수가 하룻밤에 400만 달러를 날렸다’는 뉴스가 현지 한인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문의 진상을 놓고 설왕설래가 뜨겁다. 지난 2002년 ‘로라 최’ 사건 이후 최대의 재계 도박 스캔들로 번질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 한인사회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재벌 총수의 원정도박 소문의 내막을 짚어본다.
지난달 28일 미주 한인 언론인 ‘선데이 저널’은 ‘망국 도박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과 지면에 게재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선과 맞물려 일부 재벌 총수들이 정치자금 제공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이들 재벌 총수들은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일부는 미국으로 가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에서 수백만 달러의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선데이저널을 보도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물”
라스베이거스 현지 호텔 카지노들이 한국인 도박 호스트를 고용해 한국인 단골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데이저널은 모 재벌그룹 총수인 L씨를 꼽고 있다. L씨는 최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바카라 판에서 200만 달러를 잃었으며 현지에서 낸 빚을 한국에 돌아와 갚았다는 소문이다.
일부 카지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L씨가 미국 현지 카지노에서 탕진한 금액만 한국 돈으로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L씨처럼 상습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즐기는 기업인이 10명에 이르며 부동산 큰 손들도 이들과 동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큰손들의 해외원정 도박이 2세까지 이어지면서 한인들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80~1990년대 초반까지 도박시대를 풍미했던 국내 재계 총수 2세들의 카지노 출입이 현지 한인들에게 목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 출장 중 사업 자금을 탕진하는 중소기업 오너들의 사례까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자부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S씨가 지난해 출장 중 재미삼아 도박에 손을 들인 후 5만 달러의 빚을 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3일 동안 300만 달러를 탕진하고 지사를 통해 무역대금 결제방식으로 힘겹게 빚을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지 카지노들은 국내 재력가에 대한 대접도 후하다. 일부 고객에게는 자가용 비행기를 보내 주는 사례도 있으며 스위트룸과 골프장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의 소문이다.
카지노측이 차량을 제공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액의 도박 빚을 내어주는 것도 허다하다고 선데이 저널은 보도했다.
특히 도박 빚을 국내에 귀국 후 갚을 수 있도록 카지노가 고용한 한국인 호스트의 한국행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재력가와 일부 정치인들의 해외 원정 구설수는 지난 2002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스트로 일하고 있던 로라 최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면서부터다.
모 중앙 언론사의 총수가 수백만 달러의 빚을 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되는 사태까지 번졌다.
비행기 보내주고 도박 빚 갚아주며 유인
게다가 로라 최가 보유 중이던 고객 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 경제계와 정계의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이 불거지자 미국 카지노 업체들은 한국 호스트를 해고시키는 등 사태 수습에 진땀을 빼야 했다.
지난 2004년에는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의 2세가 미국에서 열린 전자 쇼에 참석했다가 현지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소문이 한인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또 다른 재벌 2세도 함께 구설수에 오르는 등 국내 실세들의 미국 현지 도박이 한인사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 한인사회는 국내 재력가들의 해외원정 상습 도박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제2의 로라 최 사건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유섭 HYSO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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