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는 면세점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 재경위 소속 대통합신당 박명광 의원은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관광진흥에 목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며 “면세점의 내국인 이용비율은 2004년 68.2%(933만9000명), 2005년 75.4%(1186만5000명), 2006년 81.9%(1143만7000명)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외국인수와 비중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한 면세점에서 파는 물품들을 보니까 소위 해외명품이 120여개로 대부분이고 국내물품은 20개 정도밖에 안 된다”며 “면세점이 해외브랜드 구매통로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시잠점유율 1위인 롯데는 명품브랜드를 200여종 보유하고 있고, 2위인 호텔신라 면세점도 수백여 종의 명품이 주력상품이다. 외국인 이용객수가 줄어 실효성이 거의 없지만 관련업계는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세계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세계 면세품 시장 규모는 27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10년에는 3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라고 다를 바가 없다. 면세점 매출이 2004년 17억 달러에서 2005년 20억 달러, 2006년 26억 달러(2조2000억원)로 급성장하
고 있다.
지난 2002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최근 3년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이미 세계 2위의 공항 면세점으로 급성장했다.
면세점은 해외명품 구매통로
지난해 4개 사업자가 올린 매출만 모두 8500억원, 이는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 면세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올해는 총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국내 면세점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여행객 급증이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수는 1154만 명 정도다. 출국자수는 2003년 634만 명, 2004년 801만 명, 2005년 917만 명 등 꾸준하게 늘고 있다.
인천공항 이용객수는 향후 5년 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면세점을 이용하는 내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면세점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원래 국내 면세점은 외국인 이용 비중이 절대적이었으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2005년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4:6이었으나 지난해 6:4로 역전됐다. 파라다이스 면세점도 2005년 6:4에서 2006년 7:3으로 내국인 이용객이 늘어났다.
명품회사들이 주요 소비국으로 지정할 정도로 명품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시작된
명품 열기는 지난 외환위기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했다. 시장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어 세계 7위다. 연 성장률 역시 12%로 세계 명품시장 성장률(8%)을 압도한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감을 통해 “최근 5년간 400불 이상의 고가 휴대품반입에 따른 예상관세수입액은 1조7742억원이지만 징수된 것은 1157억원에 불과하다”며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관세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최근 5년간 내국인들의 국내 면세점 구매물품 재반입에 따른 예상관세 수입액은 1956억원이지만 이들 중 111억원
만 휴대물품조사 등을 통해 징수(징수율 5.7%)되고 있다” 며 “내국인들의 국내 면세점 물품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구입물품 재반입에 대한 철저한 세금부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내 면세점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국내 업체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애경, 워커힐, 파라다이스 등 5곳 외에 외국업체 DFS와 알데사 등 총 8개 업체가 참여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6월 호텔신라가 인천공항에 신규로 진입했다. 호텔신라가 새로 진출하면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롯데가 지난해 1조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독주하는 분위기였다. 관광공사(3000억원), 호텔신라(2700억원), 애경(220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명품소비 부추기는 기업윤리 제고해야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제1권역(중앙 및 서편, 신규탑승동)을 갖게 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애경도 지난 4월 서울 강남의 SKM면세점을 인수, 호텔신라와 함께 치열한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총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가 절반 이상(1조 300억원)을 차지해 시장점유율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높은 수익구조의 전면에는 명품이 존재하고 명품을 이용한 소비를 부추겼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
박 의원은 “이처럼 많은 관세손실과 명품소비를 통한 국익의 낭비를 한번쯤 고려해 본다면 업계의 선두주자들은 면세점 본래의 취지인 외국인 관광객 진흥을 위한 대책을 업계 차원에서 모색해 봐야한다.
그리고 현재 면세점 내의 해외명품에만 치우진 진열판매뿐만 아니라 국내물품도 고르게 전시해 선택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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